누군가는 우리의 이별을 기대했을까?
우리는 사랑으로 살아갔고
우리는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되었다.
그는 영업사원이 되었고, 나는 학습지 회사에 취직했다. 각자의 삶이 바빠졌고, 해야 하는 일은 늘어났다. 나는 매일 밤, 수업 준비로 책을 읽고, 토론 질문을 준비했고 수업 시뮬레이션을 하다가 잠들곤 했다. 출근길엔 수업 후 상담할 내용들을 숙지했고, 매일 업데이트되는 교육 뉴스를 보며 지점에 도착했다. 보험 영업을 시작한 그는 왕복 3시간 내내 서서 출근했고, 낯선 용어가 익숙해지도록 공부했고, 낯선 세상 속에서 모르는 가게들을 방문하며 계약을 따내기 위해 하루종일 돌아다녔다.
힘들었다. 그리고 지쳤다. 쓰러져 잠들고 싶은 날들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주일 내내 만났다. 한 사람이 늦게 끝나면 그 주변에서 상대를 기다렸고, 늦은 식사를 하곤 했다. 어느 날은 간단하게 커피를 마시고 헤어지기도 했고, 또 어느 날은 손 잡고 홍대거리를 걸었다. 그러다 어느 날은 서로가 간절해져서 끌어안은 팔을 풀지 못하기도 했다.
일하면서 연애는 언제 하냐고, 다들 데이트는 언제 하냐고 묻곤 했다. 그렇게 일하다 보면 분명 헤어지게 될 거라고, 그런 사람들 많이 봤다고. 누구를 위한 말인지 모를 말들이 자주 귓가에 들려왔지만 사랑이 전부였던 그와 나는 그렇게 매일 밤마다 사랑했다. 사랑만이 우리의 들뜬 밤을 재워 주는 유일한 안정제가 되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