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삶에 죽음의 냄새가 바짝 다가왔다
착한 거짓말이 입을 통해 흘러나오고
"놀라지 말고 들어. 엄마가 지금 병원에 왔어. 뇌경색이라고 하는데 자세한 건 다시 연락할게."
밤 8시, 서울에서 직통으로 내려가는 버스 막차가 끊긴 시간이었다. 엄마의 소식을 듣고도 마지막 수업을 앞두고 있는 학생 집 초인종을 눌렀다. 무슨 수업을 했는지, 어떤 상담을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고 학생의 집을 나서는 순간 눈앞이 뿌려졌다. 우리 엄마 나이 고작 마흔일곱이었다.
"나 어떻게 해.."
내 일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던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는 놀란 얼굴로 나를 안아 주었고, 나는 그의 품에서 엉엉 울었다.
"엄마가 아프대. 뇌경색이라는데 우리 엄마 죽으면 어떻게 해? 나 너무 무서워."
엄마가 죽을 수도 있을 거란 두려움이 주는 공포감에 몸이 떨리고, 당장이라도 자리에서 쓰러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는 그런 나를 차에 태워 집에 바래다주겠다고 했다.
"아무 일 없을 거야. 걱정하지 마. 다 괜찮을 거야. 우선 집에 가서 자고 내일 아침 내려가 보자."
당장이라도 확인해야 했다. 내 눈으로 확인해야 할 것 같았다.
"서울역으로 가줘."
엄마가 입원해 있다는 곳으로 내려가는 기차 티켓을 예매했다. 혹시라도 엄마가 오늘을 넘기지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나게 된다면 오늘의 나를 내가 용서하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시킨 일이었다.
"잘 다녀와. 너무 걱정하지 말고, 나도 곧 내려갈게."
기차에 오르는 나를 뒤로 하고, 나를 위로하는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엄마는 괜찮을 거야. 괜찮아야 해. 얼마나 지났을까, 다시 휴대전화가 울렸다.
“엄마 혈압이 떨어지지 않고 있어. 이러다가 뇌출혈로 갈 수도 있다고 해. 마음 단단히 먹고 있어.”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 그리고 생에 처음 들어 본 낯선 단어 ‘뇌출혈.’
우리 엄마가 왜? 왜 하필 왜 우리 엄마야? 가는 내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나는 병실 앞에 도착했다.
"너네 엄마 겁쟁이인 거 알지? 엄마 앞에서 절대 울지 마. 너 울면 엄마도 울어. 엄마 울면 혈압 높아져서 절대 안 돼."
마음 약한 우리 엄마. 그리고 그런 엄마를 닮은 내가 과연 눈물을 참을 수 있을까. 병실 앞에서 몇 번이나 서성거렸다. 엄마를 위해 참아 보자 생각하고 병실 문을 밀었다.
"어마 이이 이사하지?"
엄마의 비뚤어진 입과 뭉개지는 발음. 그리고 그런 본인이 낯선지 어색하게 손을 들어 얼굴을 쓸어 내는 엄마.
"엄마. 입 하나도 안 이상해. 티도 안나. 걱정하지 마."
착한 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