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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Mar 01. 2024

더 이상 내 인생을 미루지 않기 위해

브런치스토리의 작가신청을 해버렸다!

지난 1월, 2주간에 걸쳐 가족들과 쿠바로 여행을 떠났다. 사실 쿠바라는 지역에 대한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고 단지 가족들과 여행다운 여행을 할 수 있으며, 공항을 가고 비행기를 탄다는 사실에 설렘과 기대를 했던 터였다. 쿠바에 도착하고 매일 아침마다 생각한 것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 글을 쓰면 좋겠다'였다.


과거에 내가 앞으로의 삶에 대해 크게 흔들리지 않도록 사용하던 삶의 도구들 중에는 그림, 글, 대화, 운동 등이 있었다.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나아가게 하는 도구들. 나의 삶에 대한 해석의 도구들로 내게 허락된 것들이자 오히려 이렇게 생겨먹은 '나'라는 사람이라 가능한 것들이라고 여기던 것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지 이 도구들이 무용하거나 하찮아 보였다. 보다 더 정확히는 그 도구들을 사용하기에 내가 가진 스킬 수준이 너무나 비루해서 그래서 갑자기 놓아버리고는 다시는 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지던 시간이 꽤 길었다.


그런데 이제 회복이 되는 것이었을까? 아님 쿠바가 혹은 여행이라는 것에 그런 힘이 있었던 것일까? 무언가 새로운 느낌으로 새 챕터를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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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자정이 다 되는 시간, 다른 것들로 정신없이 컴퓨터 앞에 앉는데, 남편이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당신 꼭 글 모아서 잘 정리해봐. 내가 도울께!" 작년에도 같은 말을 했었는데 이번엔 내 뇌리에 꽂히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약 9년 전부터 미루고 미루다가, 동생에게서, 남편에게서, 또 편집장을 하시던 지인 분에게서 권유받던 그 일을 저질러보았다. 바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는 것. 내 삶의 본질적인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더 진지하게 펼쳐 볼 수 있는 장에 들어가면 조금은 더 단단해지지 않겠냐만은, 늘 내 필력에 대한 부끄러움과 일종의 수치심 같은 것들이 나 스스로를 비난하게 했고, 언젠가는이라는 생각으로 한 발만 어중간하게 걸치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쿠바에서의 2주간의 생활 속에서 내가 얻은 나라는 사람의 자유함이 내게 '지금이 아니면 언제나 지금이라서 아닐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해 주었다. 잘하려는 것은 오히려 의미가 없다. 그저 내가 그 정체성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더 의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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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패션 커뮤니케이션학과의 포트폴리오를 만들 던 당시 내가 배운 삶의 철학이 하나 있는데 바로 그건 '아이디어'는 종이 위에서 손으로 하고 펜 끝에서 피어나더라는 것이다. 그림이니까 그런 도구들로 말하지만 적용은 다른 필드에서도 가능하다. 그러니까 흔히들 머리로만 하는 것 같은 아이디어 도출은 사실 계속해서 종이 위에 손을 놀리고 이것저것을 스케치하고 관찰하고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순식간에 작은 피스였던 '점'들이 연결되어 "출현"한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본질에 가까운 무언가가 되려거든 시도와 과정 안에서 실패와 습작을 오가는 시간을 버텨내야 한다. 그 안에는 쪽팔림 따위의 자리는 없다. 나를 향한 타인의 조롱의 자리도 없다. 오로지 나를 위한 습작들이다. 그러다 누군가에게 닿아 그것이 마음을 울리면 그때에 작품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타인의 삶에 영향을 주는 가치를 부여받게 된다면 그 또한 좋을 것이지만.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주 마주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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