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프 Aug 17. 2018

노력하는 것을 노력하는 사람



 며칠만에 운동을 했다. 지난주 목요일까지 하고 그 이후로 쭉 쉬었으니 일주일 가까이 쉰 셈이다. 쉬고 싶어서 쉰 건 아니었다. 처음 이틀은 컨디션 조절 때문에 쉬었고, 그 다음에는 괜히 하기 싫어져서 쉬었다. 한 달이 넘는 나날 동안 딱 오 일만 쉬고 매일같이 해왔는데도 이틀을 이어 쉬고 나니 할 마음이 뚝 끊겨버리다니. 좀 잔인하다는 생각마저도 든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나는 내가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거다. 쉬었다 다시 시작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낄 거라는 것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작해낼 거라는 것도.

 사실 나는 꽤 필사적으로 산다. '잘하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산다기보다는 '하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산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오십 분 동안 집중해서 해야 하는 본격적인 공부를 하기에 앞서 십 분이면 하는 구몬 일본어 교재를 펼친다. 한 시간 이상 지속해야 하는 운동을 하기 전에는 가볍게 산책을 하고 온다. 비교적 커다란 할 일을 앞에 두고 아주 작은 일을 하고 나면 그 다음 일을 시작하는 것도 조금 쉬워지고, 그런 일상이 반복되면 굳이 작은 일을 하지 않아도 크고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관성이 만들어내는 힘이다. 그렇지만 나의 경우, 그걸 이틀 이상 쉬면 다시 패턴을 잡기가 힘들다. 그래서 나는 모든 과정을 하루도 빼놓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열 시간, 열한 시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말에도 최소한 삼십 분씩은 짬을 내어 공부와 운동을 하는 식이다. 이건 내가 대단해서라기보다는 내가 나를 믿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분명 얼마 전까지는 나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 맞았는데, 이제는 나를 믿기는 하지만, 다시 시작하기까지 드는 에너지가 너무 커서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오늘만 해도 일주일 전과 똑같은 강도, 똑같은 양의 운동을 하기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 몸과 정신을 다시 세팅해야만 했다. 만약 오늘 아침에 오 분짜리 운동을, 저녁에 한 시간 반짜리 산책을 하지 않았다면 밤 늦게 시작된 한 시간 사십 분짜리 운동도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자기소개를 하라고 하면 무엇을 말해야 할지 항상 망설였다. 저는 이주현이고요. 나이는 몇 살입니다. 어디에 살고 있고요. 형제는 몇입니다. 중학생 때부터 그게 진짜 중요한 내용인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부터는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나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늘과 나무, 바람과 물빛, 사진과 음악, 보는 것과 듣는 것 따위가 그 예였다. 간혹 혀와 뇌, 같은 것도 포함되기도 했다. (가끔 사용하는 아이디 몇 개에 'tongue'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은 우연은 아닐 것이다.) 그러면서도 덧붙였다.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나를 규정짓고 싶지 않다고. 나를 어떤 사람이라 규정짓는 것 자체도 힘든 일이지만 그렇게 규정짓고 나면 그 안에 내가 다시 갇혀버릴 것만 같아서 두렵다고. 그렇지만 지금은 누군가에게 나를 한 문장으로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노력하는 것을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작년 이맘때쯤 다짐했었다. 완벽하겠다는 욕망이 완벽하-기 위해 완벽히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욕망으로 발현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일 년이 지난 지금, 적어도 그 다짐 하나는 이뤄낸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