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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번째 하늘

20230311

by 빛구름
예산, 대한민국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게.


칠흑 같은 이생을 외롭게 버텨낼 자신이 없을 때부터였다.

고독을 이길 힘없어 꾹꾹 눌러 적던 글 속에 나는 내 모든 두려움을 담았었다.


그때 나의 신발장 주홍색 불이 켜지면 보이는 신발 한켤래.

괜히 신발장에 있던 다른 신발들을 어지럽게 꺼내놓았다.


나는 사랑받았으나 늘 외로웠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늘 비밀이었다.

혼잣말이 늘어날수록 글이 쌓여갔다.

글이 늘어날수록 나는 말이 없어졌다.

다른 친구들에게 내 맘을 열어놓지 않았다.


담배가 참 많이 생각났다.

그것만은 언제나 제 한 몸 불살라 기꺼이 희생했다.

그때 제물은 내 괴롬이었고, 제사장은 내 외롬이었다.


누군가가 이런 나를 구원해 주길, 멈춰버린 밤에서 꺼내주길 바랐다.

울고 발버둥 치며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매일같이 적었다.

그래, 살려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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