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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 중독 Jul 05. 2017

유럽 여행을 위한 캠핑카 예약

캠핑카만 잘 빌려도 여행 준비 반은 끝난다.

캠핑카만 잘 빌려도 여행 준비 반은 끝난 거나 다름 없다.


우리도 여행을 준비하며 인터넷의 글들을 뒤적이다가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심지어 항공권 예약보다도 캠핑카를 먼저 예약해야 한다고 충고하는 분도 있었다. 이 말은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막상 항공권이나 캠핑카 둘 중 하나만 예약해놓고 그 날짜에 맞는 나머지 반쪽을 못구하면 말짱 꽝이다. 당연히 이 두 가지는 서로 아귀를 잘 맞춰 같이 예약해야 한다. 항공권이야 다양한 웹사이트를 통해서 가격 비교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으니 이 글에선 생략하고, 캠핑카 예약 방법만 간단히 살펴보기로 하자.


인터넷(이라 쓰고 구글이라 읽는다.)에서 'camper rent'라고 검색하면 셀 수 없이 많은 사이트들이 뜬다. 그 중에서 우리가 눈여겨 본 사이트는 다음 3개 정도다.


ideamerge.com

motorhomerepublic.com

mcrent.eu

(더 좋은 사이트 있으면 추천 받습니다.)


우리는 Ideamerge를 통해서 예약을 진행했는데, Ideamerge는 일종의 예약 대행사(Booking Agency)라고 할 수 있다. McRent나 DRM처럼 실제 캠핑카 대여 업체의 정보를 취합해서 검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글을 쓰면서 동일 날짜에 동일 차량을 검색해보니 대여 비용도 McRent에서 직접하는 것보다 3~4% 정도 저렴하다.


여행 정보를 수집하면서 네이버의 '유빙(cafe.naver.com/eurodriving)' 카페를 자주 들렀는데, 거기 보면 한국 사람이 Ideamerge를 통해서 McRent 차량을 예약할 경우 보험 가입이 거부돼서 예약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예약을 시도하면서 우리도 거절될까봐 많이 신경이 쓰였는데, 결과적으로는 아무 문제 없이 예약을 완료했다. 나만 어쩌다가 잘 된건지, 아니면 한국인에 대한 제재가 아예 없어진 건지는 아직 확실치가 않다. 예약 진행 과정에서 딱히 국적을 확인하는 절차는 없고 대신 거주지 주소를 입력하는 부분만 있는데, 여기서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인도 주소를 사용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결국 독일 현지에서 캠핑카를 반납할 때 해당 사실을 물어봤는데, 담당자는 한국 고객을 따로 거부하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대신 과거에는 Ideamerge와 같은 역할을 하는 한국 대행사가 있었는데, 여러 불미스러운 사고로 인해 관계를 중단했다고 한다. 위의 사이트 목록에 McRent를 직접 적은 이유는 혹시 Ideamerge에서 보험 가입 거부 등의 이유로 예약을 진행할 수 없을 경우 McRent 사의 사이트에서 직접 진행해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용이 조금 올라갈 수는 있지만...


원하는 날짜와 장소(Pick-up & Drop), 좌석수와 취침 인원을 입력하면 (Idearmerge는 좌석 및 취침 인원 선택 옵션이 없다.) 대여 가능한 차량 목록이 뜨는데, 이 가운데 차를 선택하려면 몇 가지 결정해야할 점들이 있다.


내가 원하는 타입의 캠핑카인가?

우리 일행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는가?

내 면허증으로 운전할 수 있는 차량인가?


처음 캠핑카 여행을 계획할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캠퍼밴 스타일의 차들이었다. 폭스바겐(Volkswagen)의 캘리포니아(California)와 벤츠(Benz)의 마르코폴로(Marcopolo)가 그 놈들이다. 일단 크기가 일반 승합차 정도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인데다가 접이식으로 작동하는 루프탑 베드가 아이들이 딱 좋아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대여 비용도 다른 보통의 캠핑카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심지어 폭스바겐의 캘리포니아는 오토매틱 기어가 달린 놈도 있었다. 앞의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수동차 운전을 아예 못하는 나로서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 없이 폭스바겐의 캘리포니아로 결정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벤츠라는 브랜드의 매력과 예쁘게 꾸며진 실내 공간의 고급스러움 때문에 벤츠의 마르코폴로에 마음이 많이 흔들리긴 했지만 결국은 운전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았다. 

폭스바겐(Volkswagen)의 캘리포니아(California)
벤츠(Benz)의 마르코폴로(Marcopolo)

한번에 결정을 못하고 자꾸 미루다 보니 딴 생각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했다. 이 캠퍼밴이라는 차량 타입은 한계가 분명하다. 승합차를 개조한 형태이다 보니 아무래도 실내공간이 좁다. 화장실도 없고, 취사 공간도 협소하고, 수납 공간도 부족하다. 4인 가족이 두 달 가까운 시간을 이 좁은 차 안에서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이건 뭐 숨이 턱 막힐 지경이다. 그래서 정말 마지막 순간까지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생뚱맞게 이들 캠퍼밴 타입보다 훨씬 커다란 Sunlight의 T69L 모델로 최종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수동 기어인데다가 엄청나게 커다란 놈인데 말이다.


앞의 글에서도 사진을 몇번 올렸는데, 그래도 한번 더 그 위용을 감상해보자.

Sunlight T69L 상세 제원

Sunlight T69L 모델 내부 360도 보기


'장고 끝에 악수'라는 옛말이 있지만, 우리가 캠퍼밴의 유혹을 물리치고 로우 프로파일(Low Profile) 형태의 일반 캠핑카를 선택한 건 결과적으로 정말 다행스러운 선택이었다. 덕분에 50여일 동안 힘들고 지칠 때마다 이 넓은 공간에 널부러져서 피로를 달래며 심신을 추슬렀다. 캠퍼밴 형태의 캠핑카를 선택했더라면 우리가 싣고 간 이삿짐 규모의 짐도 다 싣지 못했을지 모르겠다. 우리 나라에도 스타렉스를 개조한 캠퍼밴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런 종류의 캠핑카는 가족 단위의 주말 캠핑에 더 어울리는 선택일 듯하다.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니까, 그래도 이 차에 더 끌리는 사람이라면 선택을 말리고 싶진 않다. 아마도 여행이 끝날 때 쯤엔 가족 관계가 진짜 가까워질 거다. 


우리가 선택한 Sunlight T69L 모델은 풀-다운(Pull-Down) 형태의 침대가 거실 공간 위쪽에 있어서 잠자리를 만들기 위해 매번 식탁에 놓인 물건을 정리하는 수고를 덜어준다. 또한 뒤쪽 침실 공간에는 특이하게도 퀸 사이즈 베드가 설치되어 있어서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한다. 물론 접이식 대신 운전석 위쪽으로 벙커 베드가 설치된 코치 빌트(Coachbuilds) 형태의 캠핑카도 있다. 그런데, 이 튀어나온 부분으로 인해 차량 연비가 낮아진다는 소문과 운전 시 높이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로우 프로파일 형태를 선택했다. 그런데 사람이 앉으면 눕고 싶다고, 풀-다운 식 침대를 써보니 매일 내리고 올리는 것도 귀찮다. 막상 다녀보니 딱히 차량의 높이 때문에 불편한 경우도 거의 없었다. 다음 번엔 벙커 베드가 달린 놈으로 시도해봐야겠다. 


이야기가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는데, 아직 더 남았다. 목록에 보면 버스 형태의 캠핑카도 있을 거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혹은 좋아했던) 하이머 계열에도 이런 형태가 많은데, 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이런 형태의 캠핑카는 각종 편의 시설과 화려한 인테리어로 중무장한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 보니 무게도 무겁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유럽에서 캠핑카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국제면허증이 필수다. 이 국제면허증에는 운전 가능한 차량의 종류에 따라 A, B, C, D, E로 그 등급(?)이 나뉘어져 있다. 보통 사람들이 많이 취득하는 1종 및 2종 보통의 경우, 국제면허증의 'B' 등급 부분에 도장이 찍힌다. 이 'B' 등급으로는 3.5톤 차량까지만 운전할 수 있다. 그보다 무거운 차량은 'C'나 'D' 등급이 필요한데, 이는 우리 나라 '1종 대형' 면허에 해당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캠핑카들은 이 3.5톤 규정에 맞춰서 제작된다. 3.5톤을 넘어가는 경우 운전자가 추가적인 자격을 취득해야 하므로 대부분 3.5톤 안에 꾹꾹 눌러담아서 만든다. 하지만 각종 편의 시설을 넣으려면 3.5톤 내에서는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위에 말한 버스 형태의 캠핑카 중에는 3.5톤을 넘는 경우가 제법 있다. 대부분 예약 사이트에 에 대한 경고가 뜬다. 예약할 때 이 경고 문구를 잘 살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장에 가서 차량을 인수할 때 거절당할 수 밖에 없다. 현장에서 이런 일이 생기면 완전 낭패다.


캠핑카 대여 비용은 계절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당연히 비수기인 겨울철에는 싸고, 성수기인 7~8월에는 엄청 비싸다. 겨울에는 운영을 하지 않는 캠핑장도 제법 있다. 우리가 여행했던 4~5월 중에 4월은 비수기에 5월은 준성수기로 분류돼서 각각 다른 요금을 적용받았다. 그리고 비 EU 거주민일 경우 31일 이상 장기로 대여 시 19%에 달하는 부가세(VAT)를 면제 받는다. 덕분에 우린 하루당 10만원 정도에 캠핑카를 빌릴 수 있었다. 아이들 방학 기간에 맞추려면 7~8월 밖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4~5월이나 9~10월처럼 성수기가 살짝 빗나간 시기가 더 좋을 듯하다. 너무 덥거나 너무 춥거나 너무 복잡하면, 여행은 힘들다.


식기류, 침구류, 접이식 의자와 테이블, 타월류 등은 예약 시 옵션으로 선택 가능하다. 아동용 카시트나 유아용 부스터도 빌릴 수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강제 규정이 있는 나라도 있으므로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확인 후 업데이트 예정) 회사에 따라 식기류나 조리 도구를 무료로 빌려주기도 한다. 예약 전 확인이 필요하다. 우리는 식기류는 다행히 무료로 빌렸고, 접이식 의자와 테이블은 50유로 정도에 빌렸다. 침구류는 일부는 가지고 갔고, 나머지는 현지에서 샀다. 아무리 캠핑카에 수납 공간이 넉넉하더라도 짐은 간단할수록 좋다. 


처음엔 그럴듯하게 감성적인 여행기를 좀 써볼까 싶어 시작했는데, 어쩌다 보니 여행 준비 매뉴얼 비슷하게 되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하고 오늘 글은 마무리해야겠다.


예약을 진행하다 보면 CDW(Collision Deductable Waiver)라는 부분이 나온다. 이게 알듯말듯 헛갈린다. 기본적인 책임 보험은 이미 대여 비용에 포함되어 있는데 뭘 또 내라는 건지... 사실 이게 영어로 써있어서 그렇지 알고 보면 별거 아니다. 간단히 말해서 CDW는 사고 시 자기 부담금을 줄이는 추가 보험이다. Ideamerge를 통해 McRent 차량을 예약할 경우 현장에서 1,200 유로를 보증금으로 결제하게 되는데, 사고가 있었다면 차량을 반납할 때 자기 부담금을 뺀 나머지만 돌려받게 된다. 이때 사고 '건당' 자기 부담금 최고액이 1,200 유로다. 우리가 렌트했던 Sunlight T69L의 경우 CDW로 하루에 9 유로를 내면 이 자기 부담금이 1,200에서 400으로 줄어든다. 하루에 13 유로를 낼 경우 아예 0으로 줄여준다. 여행 기간이 짧으면 이 CDW를 가입하는게 좋겠다. 어차피 사고라는게 확률 문제니까, 내가 아무리 조심해도 누가 와서 들이받으면 그만이다. 그러니 10일 정도 여행에 90유로 미리 내뒀다가 사고가 날 경우 800유로 아끼면 된다. 사고가 안나도 그냥 90유로로 부적 썼다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여행이 길 경우 이 셈이 좀 다르게 돌아간다. 우리는 차량 대여일만 50일이었으니까, 450유로를 확정해서 비용으로 지불하고 사고가 나면 800유로를 아끼는 거다. 날지 안 날지도 모르는 사고 때문에 미리 450유로를 내야 하나? 고민고민 끝에 450유로가 너무 아까워서 그냥 빼고 예약을 진행했다. 그런데 현장에서 차량을 인수할 때 담당자가 또 열심히 권하는 바람에 다시 한번 마음이 흔들렸다. 그런데도 결국은 안했다. 다행히 큰 사고가 없어서 450유로를 아끼긴 했는데, 이 문제에는 맞고 틀리고가 없다. CDW를 선택하지 않은 건 위험 불감증에다가 보험 혐오 증세까지 있는 내 개인적인 선택이었을 뿐이다. 여러분은 각자의 성향에 맞춰 지혜롭게 선택하면 된다.


대충 다 했나? 아이고... 지겨운 준비 부분 얘기가 얼른 끝나야 진짜 여행 이야기가 나올텐데... 아직도 더 남았다. 부지런히 정리해버려야겠다. 



국제 면허 등급 별 운전 가능 차량 및 해당 국내 면허 등급

A (2종 소형 면허) : 2륜자동차(측면 부착차의 유무를 불문), 신체장애자용 차량 및 차체중량 400kg을 초과하지 않는 3륜 자동차. -> 

B (1종 및 2종 보통) : 운전자의 좌석이외에 최대 8개의 좌석을 가진 승용차 및 허용 최대 중량이 3,500kg을 초과하지 않는 화물자동차, 상기 차량은 1개의 경 피견인차를 연결할 수 있음 -> 

C (1종 대형) : 허용 최대 중량이 3,500kg을 초과하는 화물자동차, 1개의 경 피견인차를 연결할 수 있음

D (1종 대형) : 운전자의 좌석이외에 8개 이상의 좌석을 가진 승객운송자동차. 1개의 경 피견인차를 연결할 수 있음

E (1종 특수 - 트레일러) : 상기 B,C,D의 자동차로서 1개 경 피견인차 이외의 것을 연결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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