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쿠나마타타 Mar 10. 2021

모자이크 점 찍듯이


몇 년이나 살 것인가 생각해보면 모든 답은 분명해진다.

나는 1년 혹은 2년만 살지 않을 것이다.

사람일이야 어찌될지 모른다고 하니까..

적어도 나는 십 년, 이십 년을 살 것이다. 


오늘 하루나 이 달 한 달을 사는 사람이라면 내릴 결정들을,

아무런 죄책감이나 잘못된 문제의식 없이 내리고 있지는 않은지 보아야한다.

나는 내 삶을 운영이 아닌 경영을 하는 사람이고,

나는 길게 보고 멀리보고 나를 위한 결정과 내가 지키고 싶은 가치들을 지키며 살아야한다.

삶이 짧지 않아서 그래야하고,

삶이 가볍지 않아서 더욱 그래야한다.

주어진 삶의 길이는 다를 수 있지만, 그 삶의 무게는 각자가 정하기 나름인 것이다.


무엇을 지키며, 어떤 것을 추구하며 살지는

지금 당장은 그 누가 알겠느냐 싶다가도, 가장 중요한 내가 알고 있다.

내가 더욱 지속가능하고 고차원적이고 무겁고 가치있는 요소들을 매 순간 택하며 살아간다면

그 가치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길게 가는 나의 경영 인생에 돌아올 것이다.




예술의 형태 중에 모자이크가 있다.

점으로 그림을 그리는 모양새가 답답하거나 미련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다.

왜 그저 붓으로 스윽 칠해 좀 더 명확하고 선명한 그림을 그리지 않는지,


아직도 예술적 입맛이 짧아서, 기술적으로 어떠한 이점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는 방식이나 결과물의 모양새가 그저 우리 살아가는 일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커다란 붓에 스윽 묻혀야할 색깔이 무언지 고르기 너무 힘들다.

고르기도 힘들지만, 골랐다고 해도 알맞은 색상인지 알 수가 없다.

한 땀 한 땀, 하루 하루를 살아야 겨우 인생을 완성할 수 있는건 질문의 여지가 없다.

삶의 방식이 그냥 처음부터 그러하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점들이 모여서 멀리서 보면 그것이 사물이 된다. 실체가 된다.

매일의 선택과 가치 판단이 모여서 그것이 인생이 된다. 가치관이 된다.

오늘 하루는 쉬운 색으로 찍을 수 있겠지. 새빨갛거나 새파란 색으로 찍을 수 있겠지.

그러나 그 작게 찍힌 새빨갛고 새파란 점하나를 큰 그림에서 묻히게 하려면 수없이 많은 알맞은 색들로 채도와 명도를 낮추고 올리고 조절해야한다.


한 번 빗나간 나의 생각과 선택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수도없이 많은 날들과 노력들이 수반되어야한다.


쉬운 그림을 그리고 싶어 붓 한번에 묻혀 스윽 선을 긋는 일도,

오늘 하루 쉬운 점을 찍고 싶어 새빨간 색을 턱하니 도화지 한 복판에 찍어놓는 일도,

좋은 그림을 완성하기에 적당한 방법이 아니다.


어느 세월에 화폭을 채우나 싶더라도,

지금 찍는 이 색이 큰 역할을 하지 않는 미미한 점 하나일 뿐이다 싶더라도,

귀찮고 지쳐서 그저 한 가지 색으로 가득 선과 면을 채워버리고 싶더라도,


그저 우리는 묵묵하게 작은 점 하나, 애매하지만 뚝심있는 색 하나, 

전체 그림 중 어느 부분인지도 모르는 막막한 구석탱이의 점하나,

그렇게 차분히 꾸준히 오랫동안 묵묵히.. 찍어가는 일.

그것이 살아가는 방식이고, 내 가치관을 지키는 방식이며,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온전하게 남기는 방법이다.












작가의 이전글 행복 마련을 위한 재료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