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일깨워줘도 모잘라."
나는 일주일에 3번씩 핫필라데스 운동을 하러 간다.
수강생의 연령층도 다양하고 성별도 구분 없이 섞여있는 이 수업은 그 인기의 이유가 있다. 사우나처럼 뜨겁게 달궈진 공간에서 역동적인 필라테스 운동을 하는 것인데 포인트는 절로 춤을 추게 만드는 흥이 나는 배경음악이다. 이 음악에 맞춰, 매트에서 근력운동을 했다가 선생님의 "일어나세요!"라는 구호와 함께 얼른 일어나서 몸의 코어 근육에 힘을 딱 주고서 발을 동동 구르는, 보기엔 쉬워 보이지만 운동 효과가 장난이 아닌 유산소 운동까지. 아주 다양한 동작들로 신이 나게 운동을 하다 보니 1시간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이다. 뜨거운 열기의 도움까지 한 몫해서 운동을 마치고 나올 때는 온몸이 땀범벅이 되어있다.
운동을 시작하고 끝낼 때 강사님께서 가장 중요시하는 게 있는데 그건 바로 스트레칭.
시작할 때는 매트에 누워 고요한 음악에 맞춰 짧은 요가 동작들을 연속해서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침착하게 들이마시고 내뱉는 긴 호흡.
끝난 후에도 어김없이 매트에 가장 편한 자세로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서는 맨 처음으로는 어깨를 풀어주고, 목을 돌려주다가 골반을 열어주는 스트레칭, 종아리를 펴주는 스트레칭을 이어서 한다. 이 스트레칭도 적어도 15분은 해주기 때문에 운동이 끝나고 스트레칭할 시간이 되면 생각보다 매트를 집어 들고 그냥 나가시는 분들이 많이 있다. 강사님께서 이유를 물어보니 역동적인 거 하다가 정적인 거 15분 하려니 운동하는 거 같지 않고 그냥 그 사이에 수강생들 몰리기 전에 빨리 나가는 게 이득이라고 했다. 그 말에 강사님이 대답하셨다.
"아니, 그렇게 힘든 운동들 했는데 그럼 근육이 놀라겠어요 안 놀라겠어요. 그렇게 1시간 동안 쉴 새 없이 몸의 온 근육들을 무리해서 끌어다가 써줬는데 15분 정도는 당연히 "아이고, 고생했다. 이제 이렇게 쫙쫙 펴줄 테니 이거는 힘든 부분이 끝났다는 증거야. 이제는 긴장하고 있지 않아도 돼." 해주셔야죠. 우리네 일상이랑 똑같아요. 우리가 긴장하고 빡 집중해서 열심히 하다가도 조금씩 숨통을 트여주고 쉬어줘야 또 에너지가 생기는 것처럼요. 에용 날마다 말씀드려도 이해 못하시는 분들이 있다니까 아."
진짜다. 날마다 우리를 잘 보살펴주고 달래주는 게 얼마나 가치 있는지 강조해도 "그럼, 현실은요? 제 앞에 있는 이 현실은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멀뚱멀뚱한 눈빛으로 그 가르침을 튕겨낸다. 그게 또 나쁜 건 아니다. 여럿 자기 자랑식 충고와 가혹한 경쟁시대에서 살아남으려는 노력에서 비롯된 거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 인생에서 잊지 않고, 꼭 스트레칭을 해주며 살아야 한다. 내가 중심인 내 인생에서 뒤에 쫓아오는 이는 없고 빨리 보물을 찾고 끝내는 게임도 아니기에. 우리 인생 속 스트레칭은 그저 나 자신과 더 행복하게, 잘 살아보고자 하는 사랑스러운 노력이다. 소소한 행복 뭐 그런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