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진상존 Dec 15. 2023

감정적 교류는 필요 없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 제일 힘들어

주변에서 프리랜서 디자이너라고 하면 창작의 고통이 제일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의외로 창작은 힘들지 않다. 전문 가니까

실제로는 어느 직종이나 그렇듯 힘든 것은 일이 아니라 사람이다.


의뢰인들을 상대하다 보니 너무 지치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터질 지경이라

위태로운 가운데 심리상담을 시작하였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제일 힘든 점은 매번 새롭게 이상한 사람들을 만난다는 점이다.


잔금을 정산 안 해주는 고소할 만한 수준의 빌런을 빼더라도 사소한 것에서 스트레스를 받을만한 일이 많다.


특히 소통하는 것이 제일 싫은데

의뢰를 맡기기도 전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디자인이 잘 나올 수 있냐고 물어본 사람이 있었다.

내가 안심을 시켜주기를 바라는 것이 짜증 났다. 내 포트폴리오를 보고 의뢰한 거면 이미 증명은 다 된 것이 아닌가? 거기에 대해서 굳이 말로 증명을 요구하는 게 싫었다. 그 정도로도 신뢰가 없으면 맡기질 말던가

일견 나도 가끔 의뢰를 맡기는 입장에서 처음 시작하면서 이 사람이 잘해줄 것인지 의심은 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그냥 디자인만 주는 것 이상으로 마음을 써서 서비스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에 싫다.


상담 선생님은 내가 일은 일이고 감정적인 교류는 원하지 않는 타입이라고 하셨는데

그런 경우면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은

내가 여유가 있을 때 서비스 차원에서의 옵션이지 필수는 아니라고 하셨다.


요즘은 조금 달라지는 것 같지만 아직도 딱 일만 하는 것보다 마음을 좀 더 써주기를 신경을 써주기를 바라는 경우가 아직 많은 것 같다. 프리랜서 모임에서 한 작가님이 자기는 의뢰인에게 “중요한 건 디자인보다 저에게 마음을 써주시길 바랐어요(?)” 하는 황당한 말을 듣기도 했고 별 진전도 없고 시간도 아까운데 회의를 자주 요청하면서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원한적도 많다고 했다.


어쨌든 내가 을이고 그쪽이 갑인데 이런 수직적 관계에서 친절하다는 건 내가 더 맞춰야 해서 나만 피곤하게 소모되는 일이다.


만약 회사라면 이런 감정적 교류가 조금은 더 가능한데 회사는 집단에 소속되었기 때문에  가끔 퍼포먼스를 못 내거나 실수해도 봐주기 때문이고 또 그런 감정적 교류로 상대를 파악함으로써 업무합을 맞추는 것이 더 수월해지는 이득이 있다.


근데 프리랜서는..? 일회성 관계이기 때문에 친절하다고 내가 퍼포먼스를 못 낸 것을 봐주지 않는다. 잘리거나 심지어 환불을 요청받을 때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감정적 교류를 원하는 건 부당하다.


나도 ‘마음을 쏟아서’ 일한 적이 있기는 했다. 사촌언니회사에 소속되어서 프리랜서로 일했을 때였는데(원천징수로 계약직) 언니랑 우선 사적으로 친했고, 평균보다 급여도 높게 주었고, 일할 때에 내가 못해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고 개선방향을 피드백해 줬기 때문에 진짜 마음을 다해서 일했다.


지방에서 행사를 준비하느라 행사 디자인 외에도 행사 시에 현장 검토&세워둘 직원이 필요했는데 언니회사의 디자이너들에게 그런 디자인 외 업무를 시킬 수는 없으니 내가 항상 출장 가서 현장세팅하고 필요하면 선물 나눠주는 등의 행사 진행도 도맡아 했다.


일은 고되었지만 그래도 고생한 것을 알아주고 보너스도 챙겨줬기 때문에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미화돼서 추억으로도 남아있다.


그러니까 위에 얘기한 것들을 해줄 것이 아니면 디자인 외에 감정적 서비스를 요청하지 않으면 좋겠다.

디자인이 아니라 물건을 사거나 호텔을 이용할 때에도 비쌀수록 서비스가 좋다. 그 말은 감정적인 부분도 케어를 하려고 교육을 받은 것이겠지


꼭 쥐뿔도 없으면서 대단한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들이 편의점 와서 호텔급 서비스를 원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그러면 나 스스로 먼저 호텔급 서비스를 제공하고

편의점 서비스 마인드를 가지면 안 된다고 일갈할지도 모르겠다.

 요새는 그런 걸 열정페이라고 한답니다~


작가의 이전글 클라이언트 유형 : 자영업자와 회사관리자 차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