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저런 사람
새로 다니는 심리센터에서 TCI 검사를 받고 조금 더 나를 이해하게 됬다.
전에 다니던곳은 자체적으로 다른 검사들을 진행해서 (전통적인 TCI 검사를 이용하지 않음) 나의 기질에 대한 이해는 없이 내 상태에 대한 이해만으로 치료를 진행했던 것 같다.
이전에는 상담치료를 받으면서 어떤 부분(이를테면 내가 너무 많은 것들을 욕심내고 껴안고 살아 사는게 힘이 드니, 생계를 이루는 본업과 관련이 없는 부업이나 취미생활은 좀 내려놓으라는 것들)에 있어서는 상담사에게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제와 알고보니 나는 모두에게 인정받아야하고, 완벽하게 보이고 싶고, 무엇을 거스르면 안된다며 나를 압박하는데에 익숙한 사람이라서 그랬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내 생각이나 기분을 잘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반박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게 어려워서 죽느니 그냥 대충 못나보이면서 사는게 낫다는걸 이제는 안다.
오랜만에 만난 혜림언니가 '너는 항상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사람인데, 지금 변화가 필요한 것 같다' 고 했는데, 이번에 검사를 통해 나는 자극추구가 높은 사람이어서 계속해서 새로운 자극을 느끼며 살아야 행복하다는 것도 다시 한 번 알게되었다. 그냥 욕심이 많아서, 겁이 없어서, 결핍을 느껴서, 잘나보이고 싶어서 인줄 알았는데 돌아보니 나는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도전할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다.
언젠가 가야할 길을 알고있는 사람처럼 내달리고 싶다고 말했는데, 난 이미 그러고 있는 사람이었다. 내가 해야할 일, 가야할 길을 아는 듯 달려나가는 사람이었다. 내가 자꾸 취미를 바꾸고, 본업 외의 부업을 하는 것은 다 행복하기 위해서 그런거였구나. 그래서 창작활동을 내려놓으라는 말에 그렇게나 반박하고 싶었나보다. 나는 이걸 안하면 못 살겠는데, 그걸 내려놓으라니. 죽으라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오리작가님의 완벽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책을 보다가 내가 왜 불행해지고 힘들어졌는지를 알게됬다. 새로운 자극을 받아들이면서 행복해하는 사람이 매일 비슷한 일을 하며, 새로운 것은 피하고, 마음 깊은 곳에서 불러내는 일들은 저 멀리멀리 치워두고 좋아하지도 재미있지도 않고 잘 못해내는 일을 자꾸만 잘 해내려고 애썼다. 내가 내가 아니길 바랬다.
그 못하는 일을 계속 해내며 잘못할 때마다 내가 하는건 다 망쳐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감이 바닥을 치고 불안한 마음이 머리 끝까지 차올라서 몇년을 해온 것도 이렇게 못하는데, 새로운 것은 하면 안되고 못나보이면 안된다고, 내 마음같은건 다 억누르고 있었던 것 같다.
이제 가정을 꾸리고 직장도 자리잡으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게 된 것 같은데, 또 새로운 것을 하고싶은 마음이 내내 얄미웠다. 다들 흔들리지 않고 이대로만 살아가면 된다고 하는데. 내가 원하는 데로 산다는 느낌이 안드니 자꾸만 사는게 힘들었다.
그런데 이제 내 삶이 망할정도의 위험이 아니라면 감수하고 새로운 일을 벌여보고 싶다. 그래야 행복해진다는 걸 알았으니까, 조금 더 나를 응원해주고 싶다. 작고 쉬운 새로운 일들부터 시작해서 내가 해낼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