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15일의 일기 / 날씨좋음
2021년까지 25살이었던 나는, 2022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진짜 내 나이인 30살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친구들에게 "나는 25살로 살고있다", "나는 아직 내 평생 중 25살의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하고 다니곤 했다.
진심이었다.
나는 29살이 되었음에도 누가 "몇살이세요?" 묻는다면 "25살입니다." 라고 대답해줄 참이었다.
아직 내 생각에 29살의 나로 완성되지 않은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에는 막연히 내가 20대 후반이면 결혼도 하고, 차도 있고, 자가는 아니더라도 투룸 전셋집이라도 있는 찐어른이 되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아니였다. 현실은 직장도 변변치 못해 부모님의 걱정을 사고, 운전면허는 땄지만 장롱에 묵혀있고, 29살이 되어서야 원룸 전셋집이나 구해볼 수 있었다. (그마저도 당연히 전세대출을 땡겨서)
그래서 나는 태어난지 만 28년이 되었고, 한국나이로 29살이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싶었다.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좋아했기에 25살이라는 나이가 아직 뭐든 시작하기 좋은 나이라고 생각해서 25살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얼마전에 25살에서 바로 30살이 되었다.
근사하진 않지만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며 내 밥벌이를 겨우 하는 수준이지만, 얼마 전 난소기능저하로 인해 난자 냉동을 하였고, 은퇴자금을 모으기 위해 주식을 하며 부동산 투자와 창업을 준비하고, 결혼을 약속한 남자와 동거까지 하고있는 내가 30살의 으른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른이란 왜 이렇게 한 순간에 되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