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듦의 계절, 인디언 서머(8)
아들이 법적으로 성인이 되었을 때,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들고 편의점에 가서 술을 사와 방에 들어가 마셨다. 성인이 되었음을 직접 확인하고, 그동안 금지되었던 일을 합법적으로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나는 성인이 된 아들을 축하하며 특별한 성인식을 준비해주고 싶었지만, 주변에 물어보니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들과 술 한잔 나누는 정도로 성년을 기념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아들에게 더 의미 있는 성인식을 고민하던 중,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성인식을 조사해 본 적이 있었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대표적인 성인식은 ‘비전 퀘스트(Vision Quest)’다. 이 의식은 수(Sioux), 라코타(Lakota), 크리(Cree), 샤이엔(Cheyenne) 등 많은 부족들이 행하는 것으로, 청소년이 혼자 자연 속에 머물며 금식과 명상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고 영적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포함한다. 며칠 동안 단식과 고립을 통해 자연과 영적으로 교감하며 자신의 비전을 찾는 이 의식은, 전통적으로 성인이 될 자격을 확인하는 중요한 과정으로 여겨졌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방식을 따랐다면 아마도 신고를 당하거나 자녀가 가출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외에도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금욕과 단식을 하며 태양을 향해 춤을 추며 영적 깨달음을 얻는 ‘태양춤’이나, 키카푸(Kickapoo) 부족이 행하는 ‘킥푸와라니(Kikfowarani)’ 같은 성인식도 있었다. 킥푸와라니 성인식에서는 불을 통해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기 성장을 이루는 의식을 치르는데, 불길을 걷거나 불 속에서 견디는 과정은 용기와 결단력을 상징한다고 한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성인식의 핵심은 단순한 통과의례가 아니라, 스스로 성인이 되었음을 인정하고 성인이 된 자각을 얻는 것이다.
그런데 인디언에게는 성인식외에 은퇴식도 있었다.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에서는 단순한 은퇴 개념이 아닌, 공동체 내에서 장로로서 새로운 역할을 맡는 전환이 이루진다. 나이가 든 구성원은 부족의 장로로 인정받아 젊은 세대에게 지혜와 전통을 전수하는 중요한 책임을 맡는다. 장로로 인정받는 의식에서는 공동체가 그들의 지혜와 경험에 경의를 표하며, 앞으로도 부족을 이끌어 달라는 의미로 특별한 존경을 표시한다. 이러한 의식을 통해 장로는 명예로운 자리를 차지하게 되며, 젊은 부족원들은 장로를 통해 세대 간 지혜와 문화를 배운다.
파우와우(Powwow)와 같은 부족의 큰 모임에서는 나이가 많은 장로들에게 특별한 예우를 표하며, 그들의 걸어온 삶과 경험을 기리고 축복을 빌어준다. 아메리카 원주민에게 나이 듦은 단순히 일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책임과 영적·지혜적 역할을 수행하는 전환점이다. 장로들은 공동체의 영적 지도자이자 지혜의 전수자로서 자리 잡아, 부족의 문화와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따라서 아메리카 원주민의 은퇴는 현대의 은퇴처럼 단순히 일에서 벗어나는 의미가 아니라, 삶의 지혜와 경험을 다음 세대에 나누며 공동체를 위해 기여하는 전환으로 볼 수 있다.
오늘날 우리의 은퇴식은 보통 회사에서 근속에 대한 감사 표시로 공로상패와 꽃다발, 케이크가 마련되고, 동료들이 돌려가며 쓴 카드를 전달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공식적인 식을 마치고 동료들과 저녁 회식으로 마무리하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비교적 예우를 갖춘 은퇴식은 한 사람의 오랜 헌신을 인정하고 존중을 표하는 방식이지만, 진정한 전환의 의미가 담겨 있지는 않다.
은퇴 후 많은 사람은 그동안 바빠서 함께 가지 못했던 여행을 가족과 떠나며 오랜 시간 달려온 인생을 마무리하려 한다. 하지만 여행이 끝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무엇을 할까?
오늘날 은퇴는 인생의 한 챕터가 끝나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중요한 전환점이지만,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새로운 목표 설정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이것이 진정한 새로운 시작으로 다가오기 어려울 때가 많다. 일에서 물러나고 나면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무엇에 의미를 찾을지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여행 후 맞닥뜨리는 일상은 예상보다 더 큰 공허함과 혼란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은퇴 후 삶의 목표를 재설정하고 자신의 지혜와 경험을 사회에 기여할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나이 듦을 공동체를 위한 새로운 역할로 전환하듯, 우리 또한 퇴직 후 자신의 삶과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이들에게 전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실천하는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들은 각자의 언어와 문화에 따라 은퇴한 부족원을 장로(Elder)라 부르며, 각 부족마다 고유한 명칭과 존칭이 있다. 영어로 Elder(엘더)라 부르는 이 표현은 일반적으로 지혜를 가진 어른, 존경받는 어른을 의미한다. 장로는 공동체의 지혜와 전통을 상징하며, 부족 내에서 중요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라코타(Lakota) 부족에서는 장로를 “위찬(Yuwipi Wicasa)”라 부르는데, 이는 지혜로운 사람이나 영적 지도자를 뜻한다. 나바호(Navajo) 부족에서는 니타네즈(Naat’áanii)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이는 지도자 또는 존경받는 어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체로키(Cherokee) 부족에서는 전통적으로 아지두두(Agi’dudu)라는 말을 사용해 존경받는 어른을 의미한다. 캐나다의 하이다(Haida) 부족에서는 장로를 샤만(Shaaman)이라 부르며, 이는 영적 지혜와 신성한 지식을 지닌 지도자를 가리킨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른과 어르신이라고 부르며 예우하지만, 이는 가게에서 고객을 사장님이나 선생님으로 부르거나, 학원에서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호칭하는 것과 유사한 경향이 있다. 반면,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의 장로는 단순히 나이가 많은 사람을 뜻하지 않는다. 장로는 삶의 경험과 지혜를 통해 공동체를 이끌고, 다음 세대를 교육하고 인도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은퇴한 사람이 장로(어른)가 되는 길은 단순히 나이를 먹고 일을 그만두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장로가 되려면, 다음 세대에게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어주고, 삶의 지혜를 통해 공동체에 기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 또한 아메리카 원주민의 엘더(Elder) 개념에서 어른의 정의와 역할을 찾아왔다. 이들의 장로는 단순히 나이 많은 어른이 아니라, 공동체의 지혜를 전수하며 다음 세대에 방향을 제시하는 영적, 사회적 지도자 역할을 한다.
나의 기준에서 어른이란 자신이 경험한 지식과 지혜를 후대에 나누어주는 사람이다. 이는 단지 나이를 먹어서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을 성찰하고 배운 것을 공동체와 나누려는 의식적 노력을 통해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은퇴 이전까지의 삶이 경쟁과 생존을 위한 마케팅의 삶이었다면, 은퇴 이후의 삶은 다음 세대를 위해 남길 수 있는 브랜딩의 삶으로 전환해야 한다. 만약 생계를 위해 다른 직업을 갖더라도, 이제는 자신이 배운 지혜와 경험을 사회에 돌려주려는 마음으로 장로의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남을 위한 자원봉사가 아닌, 자신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드는 과정이다.
브랜딩에서 말하는 ‘상품의 최종 모습이 쓰레기라면, 그것은 쓰레기를 만든 것이다’라는 경구를 떠올리면, 나 자신이 은퇴 후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가 명확해진다. 이는 나이 든 내가 단순히 과거의 흔적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가치를 가지고 다른 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존재로 살아가겠다는 결단이다.
예를 들어, 1955년에 만들어진 메르세데스-벤츠 300 SLR 우렌하우트 쿠페가 수십 년이 지나도 가치를 인정받으며 경매에서 높은 가치를 기록하는 것은, 단순히 오래됐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자체로 탁월한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만든 Apple-1 컴퓨터 역시 역사의 산물로서 지금도 큰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은퇴 후의 삶이 이런 대우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단지 나이가 들었기 때문이 아니다. 자신이 어떤 어른이 되어 어떤 지혜를 전할지를 미리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분명한 비전 없이 은퇴 자체만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진정한 장로, 즉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은퇴 이후의 30년을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일을 내려놓고 여유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걸어온 삶의 여정에서 얻은 경험과 지혜를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방식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인디언 서머 시간에 해야할 일은 자신의 인생을 ‘인류 문화유산 유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의미로 정의한다면 은퇴 이후에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한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전 지구적으로 무형유산을 지키고 보존하고 있는 단체는 유엔의 교육 과학 문화기구인 유네스코이다.
유네스코 UNESCO에서 무형 문화 유산 Intangible Cultural Heritage을 인류 차원에서 관리하려고 한다.
유네스코에서는 무형문화 유산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무형 문화유산이란 공동체, 집단, 때에 따라 개인이 문화유산의 일부로 인정하는 관행, 표현, 표현, 지식, 기술 및 이와 관련된 도구, 사물, 공예품, 문화공간을 의미한다. 세대에서 세대로 전승되는 이러한 무형 문화유산은 공동체와 집단이 환경, 자연과의 상호작용, 역사에 따라 끊임없이 재창조하며 정체성과 연속성을 부여함으로써 문화적 다양성과 인간의 창의성에 대한 존중을 촉진한다.”
유네스코의 관점으로 본다면 일하면서 배웠던 경험과 지식을 포함해서 일하는 방식도 문화유산이 될 수 있다. 일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브랜드도 문화유산이 될 수 있다. 브랜드 세계관을 가진 나에게 브랜드란 문화유산을 전달할 수 있는 미디어이다.
30년 전에 성인식을 치렀고, 이제 은퇴식만 남았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 대부분 막막하다. 결과를 생각하면 막막하지만, 시작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선 지금의 ‘나’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일하지 않을 때 나는 누구인가]와 [두 번째 나. 2024년 12월 출간 예정]에서 자세히 다루었다. 두 권의 책에서는 주로 ‘글쓰기’를 통한 자기다움 워크숍을 제안하고 있다.
여기서는 글쓰기보다는 ‘행함’을 통해 배우는 방법을 나누려 한다. 먼저 자신의 핵심 가치를 기준으로 소규모 프로젝트를 시작해보길 권한다. 그 프로젝트가 봉사가 될 수도 있고, 일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와 방향성이 같은 것을 직접 해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쌓아온 전문성과 지식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은퇴 이후에 하는 일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 전혀 다를 수 있지만, 내가 제안하는 것은 기존의 경험을 적용할 수 있는 일을 해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고,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리셋하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특정 단체나 조직에서 자원 봉사자로 참여할 수도 있지만, 스스로 웹사이트를 만들어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내 지식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부분에 대한 다양한 사례가 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사례별로 나눠보도록 하겠다.
내가 인디언 서머 스쿨에서 준비하는 것은 [소셜 헤리티지 브랜드 (Social Heritage Brand)]의 런칭이다. 흔히 말하는 레거시 브랜드 (Legacy Brand)로, 인류 문화 유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 프로젝트는 같은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브랜드를 만들어 다음 세대에게 전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선 여러 사람이 필요하다. 은퇴한 사람들이 모여 브랜드를 함께 만들어가며, 자기다움과 우리다움을 깨닫는 과정이 된다. 실제로 브랜드 런칭까지 이어질 수도 있지만,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각자의 경험과 지혜가 드러나고 서로 융합되면서 새로운 지식이 창출된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장로(elder)는 단순히 성인(成人)이 아닌, 성인(聖人)의 의미에 더 가깝다. 성인식을 치르고 은퇴식을 앞두거나 마친 장년은 장로, 곧 성인(聖人)으로 거듭나야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다음 세대에게 자신의 것을 문화유산으로 남긴다’는 마음가짐이 그 시작이다. 이 준비 과정에서 자신의 본질을 다시 발견하고, 자기다움을 구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학교 시절, 의상학과나 미술 분야 학생들이 졸업 작품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자주 자괴감에 빠지곤 했다. 나는 그저 학점을 채워 졸업을 목표로 졸업 논문을 작성하고 있었고, 그 논문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몇몇 학생들은 졸업 논문을 성실하게 준비했지만, 대부분은 그저 졸업을 위한 형식적인 논문을 제출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단순히 졸업을 위한 학문이 아니라, 나만의 가치와 경험을 담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상상을 해보았다. 만약 직장에서 은퇴하는 사람들에게도 ‘은퇴 작품’이나 ‘은퇴 논문’을 요구한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은퇴가 단지 일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남을 도울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을 가진 전문가로서의 새로운 졸업이라면 세상은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이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나는 ‘마이 네임 클래스’라는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은퇴자들이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클래스를 만들어 그 가치를 전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 등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권민 클래스’와 같은 이름으로 자신만의 클래스를 열어보는 것이다.
아래 그림은 나만의 경험과 가치,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 요소들을 정리한 것이다. 나만의 경험과 통찰로 이루어진 항목들이며, 이것들을 통해 나는 다른 이들에게 가르침을 주고 싶다.
‘마이 네임 클래스’를 구체화하기 위해 앱을 기획하고 웹사이트도 만들어 보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큰 장벽에 부딪혔다. 은퇴자(또는 퇴직자)들이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콘텐츠로 만들고, 이를 구조화하는 데에 예상보다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다. 자신만의 지식이란 무엇인지부터 막막해했고, 그것을 지식으로 구체화하고 체계적으로 구성하는 과정에서 난관에 봉착했다.
또 한 가지 어려움은, 자신이 가진 지식을 글로 풀어보고 동영상 형태로 만들려고 할 때 발생했다. 직접 글을 써보니 이미 세상에 알려져 있는 정보가 대부분이었고, 독창적인 지식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기존의 정보에 새로운 가치나 경험을 덧붙이는 작업이 필수적이었지만, 이것이 익숙지 않은 은퇴자들은 상당히 어려워했다. 게다가 일부 은퇴자들은, 특히 조직 내에서 특정한 역할을 오래 해온 경우, 업무를 떠난 지금은 대리나 후배들보다 최신 지식과 기술에서 뒤처져 있다는 현실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단순히 콘텐츠로 바꾸는 것은 생각보다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자신의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현재의 지식과 결합해 새로운 관점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이를 지원하는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래서 만든 것은 [유니타스 라이프]이다.
결국, 혼자서 ‘마이 네임 클래스’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중장년의 직장인이 필요한 것은 혼자서 모든 것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분야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지식과 경험을 융합하고 서로 보완하는 과정이었다. 이렇게 비슷한 가치와 목표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협력할 때, 보다 풍부한 콘텐츠와 클래스가 탄생할 수 있다.
특히,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은퇴한 사람들은 각자의 전문성과 경험을 다른 사람과 연결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비슷한 길을 걸어온 사람들과 함께 각자의 지식을 나누고, 부족한 부분은 다른 사람의 경험으로 보완하는 방식으로 클래스를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협력하면 혼자서는 해결하기 힘들었던 지식 구조화나 콘텐츠 제작의 난관도 훨씬 수월해진다. 또한, 함께 일할 때 얻는 동료의 피드백과 격려는 혼자서 작업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동기 부여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중장년층이 각자의 ‘마이 네임 클래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독이 아닌 협력적 방식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각자의 지식이 융합된 새로운 형태의 클래스가 만들어지며, 기존의 지식과 경험이 한층 더 유의미하게 재탄생할 수 있다.
만약 은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회식이나 송별 행사를 대신해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담은 은퇴 작품을 남기고, 이를 전수할 수 있는 ‘장로 자격증’을 받게 된다면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단순한 자격증이 아닌, 은퇴자의 인생 경험과 전문 지식을 다음 세대에 유산으로 남긴다는 의미가 된다면, 우리 사회와 조직 문화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1. 은퇴자의 지식과 경험이 소중한 유산으로 남는다
장로 자격증을 통해 은퇴자들은 자신의 삶과 경력을 재평가하며,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기회를 갖는다. 평생 쌓아온 지식과 경험이 단순히 지나간 일이 아니라, 의미 있는 형태로 남아 후배들과 사회에 공유될 수 있다면 그 가치는 배가될 것이다. 자신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작품이나 프로젝트로 남기게 됨으로써, 은퇴자는 자부심을 느끼고, 동시에 세대 간 지식과 경험의 전수가 이루어지는 장을 마련할 수 있다.
2. 조직 문화의 변화와 세대 간 존중의 확산
은퇴 작품과 장로 자격증 제도가 자리잡는다면, 조직 내에서도 은퇴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다. 은퇴가 단순히 조직에서 물러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성과와 지혜를 존중하고 다음 세대에 전수하는 중요한 과정으로 여겨질 것이다. 이를 통해 은퇴자에 대한 존경과 세대 간 존중 문화가 확산될 수 있으며, 조직은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지식과 경험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3. 세대 간 지식 전수와 후배 양성의 기반 마련
장로 자격증과 은퇴 작품이 있으면 후배들은 선배들의 실질적인 지식과 경험을 더 쉽게 배울 수 있다. 업무 매뉴얼이나 간단한 보고서와 달리, 은퇴자가 자신의 가치와 철학을 담아 만든 작품이나 자격증을 통해 후배들은 단순한 지식뿐 아니라 해당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이는 후배 양성과 세대 간 학습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기반이 되어, 더 나은 인재를 양성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4. 은퇴자 스스로의 성장과 자기다움
은퇴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단순히 경험을 기록하는 차원을 넘어, 은퇴자가 자신의 커리어와 삶을 다시 정리하고 재해석하는 기회가 된다. 이를 통해 은퇴자는 새로운 성취감을 느끼고, 자아실현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장로 자격증은 은퇴자가 ‘전문가’로서 여생을 준비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여, 단순한 은퇴가 아닌 새롭고 의미 있는 삶의 시작을 열어줄 것이다.
5. 사회 전반에 걸쳐 지식과 가치의 지속 가능성 확대
만약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은퇴 작품과 장로 자격증을 통해 자신의 지식과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일반화된다면, 사회 전반에 걸쳐 지식과 가치가 지속 가능하게 전수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경험과 지식이 일회적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가치 있는 유산으로 남게 되며 이는 후속 세대에게도 중요한 자산으로 작용할 것이다.
6. 새로운 은퇴 문화와 삶의 철학 형성
은퇴가 단순히 직장에서의 마지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 쌓아온 것을 후대에 남기고 사회에 기여하는 의미로 확장될 수 있다. 이러한 장로 자격증을 통해 은퇴자는 새로운 책임감을 가지게 되고, 은퇴 후의 삶에 대한 철학과 목표도 더 풍부해질 것이다. 은퇴가 곧 새로운 출발이자 자신이 사회에 남길 유산을 고민하는 시기로 자리잡게 된다면, 은퇴 문화 자체가 더 적극적이고 의미 있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는 은퇴를 단순한 종착점으로 여기지 않고, 경험을 나누고 유산을 남기는 과정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는 개인에게는 자부심과 성취감을, 사회에는 풍부한 지식과 가치를 가져다주는 변화의 기회가 될 것이다.
아래 교육 과정은 [더 이상 일하지 않을 때 나는 누구인가]와 [두 번째 나] 책을 모두 읽으신 사람을 위해 2025년에 시작될 [두 번째 나를 위한 자기다움 워크숍]입니다.
1주 차. 발견과 인정 (Uncover & Accept)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결정할 때 비로소 나답게 살 수 있듯이, 중장년의 전환기를 인정해야 비로소 성장의 길을 발견할 수 있다. 나이 듦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러나 나답게 사는 것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이 듦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기다움을 발견하는 여정을 시작하자.
2주 차: 발견과 개발 (Discover & Develop)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직업명으로 그려진 목표였다. 중장년이 되면, 우리는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 “일하지 않을 때,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에 직업이 아닌 진짜 나의 정체성으로 답할 때가 되었다.
3주 차: 정의와 습관 (Define & Habit)
삶의 중요한 부분은 습관으로 이루어진다. 직업과 역할을 넘어선 정체성을 정의하고, 작은 습관을 통해 진정한 자기다움을 구축하자. 정체성은 반복된 선택과 습관에서 피어난다. 내가 되는 습관을 통해 자기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4주 차: 변화와 일상 (Change & Routine)
하루의 작은 변화가 인생의 혁신을 만든다. 하루를 설계하고 기록할 수 있는 종이와 연필만 있다면 충분하다.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아가면 단순히 나이 들어갈 뿐이지만, 변화를 통해 내가 될 수 있다.
5주 차: 리셋과 설치 (Reset & Install)
나이 들어가는 것은 단순한 업그레이드가 아니다. 지금까지의 삶을 평가하며 진정으로 나다운 삶을 시작할 준비가 필요하다. 내가 되기 위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실천하며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자.
6주 차: 탄생과 명명 (Birth & Naming)
새로운 시작은 자신에게 새로운 이름을 부여할 때 완성된다. 이제 새로운 정체성에 이름을 붙이고, 그 이름에 걸맞게 살아가자. 그것이 바로 자기다운 삶이다.
7주 차: 회상과 성찰 (Recollection & Reflection)
과거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과정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준비다. 실수와 성공을 회상하며 얻는 교훈은, 현재 나를 성장시키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8주 차: 기억과 창조 (Memory & Creation)
미래의 기억은 단순히 과거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도구다. 상상을 통해 떠올린 기억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자.
9주 차: 목적과 유산 (Purpose & Legacy)
나의 유산을 정의할 때,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기억될 것인지가 분명해진다. 지금까지 나답게 살아온 삶을 정리하며 나의 인생 황금기를 준비하자.
10주 차: 연결과 공동체 (Connection & Community)
진정한 공동체는 혈연이나 학연이 아닌 같은 목적과 소명을 공유하는 사람들 속에서 찾아진다. 중장년의 삶은 직장인의 정체성을 넘어, 나와 같은 이야기를 공유하는 부족의 일원이 되어가는 여정이다.
관련 사이트
https://www.goodbrandgoodecosyste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