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민 Nov 22. 2024

두괄식 인생

나듦의 계절, 인디언 서머(11)

브랜드에 관한 정의를 찾기 위해 다양한 책을 읽어보면, 저마다 조금씩 다른 설명을 내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왜 그럴까? 이는 각 저자가 브랜드를 경험한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코카콜라와 애플이 주는 경험은 전혀 다르고, 에르메스와 GAP의 옷이 전하는 기능과 가치가 역시 다르다. 저자가 경험하고 사랑했던 브랜드에 따라 브랜드 정의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브랜드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내가 생각하는 브랜드의 정의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자기다움과 남과 다름’, ‘비제품이 제품을 초월했을 때’, 그리고 ‘정의할 수 없을 때’. 

조금 난해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다음 사례들을 통해 이해가 더 쉬워질 것이다.


애플을 예로 들어보자. 애플의 제품은 수십 년 동안 디자인 철학에서 일관성을 유지해왔다.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 미니멀리즘을 기반으로 한 인터페이스는 처음 접한 사람에게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애플 마니아들은 바로 알아챈다. 이 미묘한 변화는 ‘애플다움’이라는 강력한 정체성을 만들어내며, 다른 브랜드와 경계를 확실히 구분 짓는다.


예를 들어, 애플의 iMac부터 MacBook, 그리고 iPhone에 이르기까지 이어져 온 디자인의 진화는 사용자를 위한 일관된 경험을 제공했다. 애플 사용자들은 제품을 사용하는 것 이상으로, 애플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관계를 느낀다. 애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을 정의해달라고 하면, 단순히 고가의 스마트폰이라고 답하는 대신 “나의 분신”이나 “친구”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애플이 단순히 기능적 우월함을 강조하기보다, ‘혁신’이라는 감성적인 가치를 내세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스타벅스 역시 비슷한 사례다. 스타벅스는 단순히 고급 커피를 파는 매장이 아니다. 스스로를 ‘도심 속 오아시스’로 정의한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것을 넘어, 여유와 휴식을 경험한다. 스타벅스 매장의 분위기, 향기, 서비스는 단순히 제품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가치를 만들어낸다. 사람들은 스타벅스에서 단순히 커피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고 브랜드가 전하는 문화에 동참하는 것이다.


브랜드의 진정한 힘은 제품 자체를 넘어설 때 드러난다. 제품은 물리적이고 측정 가능한 반면, 브랜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각과 느낌으로 다가온다. 애플은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같은 물리적 제품으로 시작했지만, 그 제품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히 고성능 기기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곧 ‘애플스러움’이라는 정체성, 즉 사람들이 애플이라는 브랜드에 투자하는 이유가 된다.


브랜드는 결국 개인의 경험에서 탄생한다. 동일한 제품을 사용하더라도 누군가는 그것을 특별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누군가는 그냥 지나치는 물건으로 생각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에게 스타벅스는 중요한 미팅이 이루어진 공간일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는 일상적인 커피숍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브랜드는 바로 이런 개인적인 경험이 축적되면서 만들어진다.


결국, 브랜드란 ‘자기다움’과 ‘남과 다름’에서 시작한다.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를 일관되게 전달하는 브랜드는 소비자와의 관계에서 신뢰를 얻는다. 그리고 그 정체성이 다른 브랜드와 확연히 구별될 때, 브랜드는 경쟁 속에서 빛을 발하게 된다.


브랜드는 단순한 정의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것은 경험과 감각의 영역에 속해 있으며, 개인마다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우리가 좋아하는 브랜드, 애정을 느끼는 브랜드는 단순한 물리적 제품 이상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여러분은 어떤 브랜드에서 이러한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결국, 브랜드란 개인이 그것을 어떻게 경험했는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는 브랜드 정의가 고정되지 않고, 유동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브랜드는 생산자가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다른 소비자에게 설명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정의도 마음에 든다.


자기다움에 대한 정의도 사람마다 다르다. 자기다움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는 일부 기업은 취향과 개성을 자기다움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이는 결국 자기 물건을 팔기 위한 전략일 뿐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각자 나름대로 자기다움을 정의하고 있다.


브랜드가 소비자가 다른 소비자에게 말하는 그것이라면, 나의 자기다움은 타인이 나에 대해 타인에게 설명할 때 말하는 그것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내가 죽은 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기억할지 자주 생각한다. 그리고 그 기억이 단순히 순간적인 것이 아니라, 100년 동안 유지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본다.


나는 나답게 죽는 것을 결정할 때 나답게 살 수 있다고 믿는다. 나답게 죽기 위해서는 삶이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나에게 집중된 것이어야 한다. 그렇다고 이기적인 삶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의 ‘나’는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타인의 평가에 신경 쓰지 않는 삶을 의미한다.


유서를 미리 써보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쓰는 동안 울컥하는 마음과 짠한 감정을 느끼지만, 그 감정은 사실 오래가지 않는다. 죽음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일하지 않을 때 나는 누구인가]에서 소개했듯이, 장편소설의 마지막 장을 먼저 읽고 다시 첫 장부터 읽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읽으면 모든 소설은 추리 소설이 된다. 


모든 장르가 한 장르로 바뀌는 것이다. 소설을 처음부터 읽으면 독자는 주인공이 어떻게 될까를 궁금해한다. 그러나 결론을 먼저 읽고 책을 읽으면, 사건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왜 이런 결말에 이르렀을까를 추리하게 된다. 결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독자는 복선을 찾고, 운명적인 등장인물이 왜 거기에 나왔는지 생각하면서 책을 읽는다. 이때부터 독자는 단순히 작가가 쓴 대로 읽는 사람이 아니라, 작가와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공동 작가가 된다.


어떻게 죽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이런 과정과 닮아 있다. 죽음을 기준으로 삶을 조율하는 것은 현악기의 줄을 팽팽히 잡아당기는 것과 같다. 의미 없이 지나갈 시간을 팽팽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나는 자기다움과 우리다움에 대한 계간지인 [두 번째 나]의 편집장으로 죽고 싶다.

두 번째 나는 ‘자기다운 나’이자 ‘우리’의 의미를 가진 개념이다. 내가 죽기 전에 마지막 특집으로는 [자기답게 죽다]를 다루고 싶다. 이것은 막연한 상상이 아니다.

브랜드 골목대학

나는 과거에 오스티엄이라는 계간지를 만든 적이 있다. 그 특집 주제들은 [잃어버린 기술, 친구 만들기], [결혼은 드라마가 아니라 다큐멘터리다], [운명을 바꾸는 기술, 감사], [연애의 기술, 질문과 대답], [낮에 꾸는 꿈, 비전] 같은 것들이었다.

내 인생을 돌이켜보면, 오스티엄이라는 계간지를 발행했던 경험이 가장 마음 깊이 남아 있고 지금까지도 내 안에 남아 있다.


또한, 나는 자기다움과 우리다움을 교육하는 [다움 학교]의 코치로 죽고 싶다. 이것 역시 막연한 꿈이 아니다. 2014년에 연남동에서 열었던 ‘브랜드 골목대학’이 그 전신이다. 브랜드 골목대학에서는 골목가게 주인들에게 브랜드 교육을 진행했다.

[두 번째 나] 계간지와 [다움 학교]는 내가 바라는 실체 그 자체는 아니다. 이것들은 단지 매개체일 뿐이며, 내가 되고 싶은 최종 목표는 아니다. 나는 이런 것들을 만든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왜 이 땅에 [두 번째 나]라는 잡지가 필요한지, [다움 학교]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으로 죽고 싶다.


이런 사람으로 죽기로 결심하면서, 지금부터 내 삶의 모든 것이 바뀌고 있다. 내가 읽을 책, 혼자 있는 시간, 잘 때 떠올리는 생각, 길을 걸으며 상상하는 내용, 만나는 사람, 심지어 유튜브 알고리즘까지 모두 달라지고 있다. 지금 쓰고 있는 브런치 글과 출판했던 모든 책들도 이 결정의 결과물이다.

나의 브랜드 정의는 ‘자기다움과 남과 다름’, ‘비제품이 제품을 초월했을 때’, ‘정의할 수 없을 때’라고 말했다. 내가 이 정의를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그렇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한 브랜드 정의가 이처럼 독특한 이유는 내가 경험한 브랜드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내 삶 역시 내가 어떻게 살았느냐, 더 나아가 어떻게 죽었느냐에 따라 정의가 달라진다.


내 죽음은 내 삶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브랜드는 소비자가 경험을 통해 정의하듯, 내 죽음도 내가 살아온 방식으로 정의된다. 삶은 단순히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가치와 행동이 누적된 결과다. 그렇기에 내 죽음은 단순한 종료가 아니라, 나의 삶을 압축한 마지막 장면이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 무엇을 남겼는지에 따라 나의 죽음은 그 의미를 갖는다.


죽음을 기준으로 삶을 조율한다는 것은 두려움이나 회피가 아니다. 오히려 죽음을 통해 삶의 본질을 찾고, 매 순간을 더 의미 있게 만드는 과정이다. 죽음이라는 결말을 염두에 두고 현재를 산다면, 삶은 흩어지지 않는 일관된 방향을 갖게 된다. 이는 내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요구한다.


브랜드가 자기다움과 남과 다름에서 시작되듯, 나의 삶도 타인의 평가나 기준이 아닌 나만의 정체성으로 완성된다. 나답게 죽기 위해 나답게 살겠다는 다짐은 타인의 기대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선택한 길을 걸어가겠다는 선언이다.


결국, 삶과 죽음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이다. 내 죽음은 삶의 결과이자 정의가 되고, 내 삶은 죽음을 통해 의미를 얻는다. 지금의 선택과 행동이 나의 죽음을 어떤 의미로 만들지, 그 질문에 답하며 나답게 살고 싶다.







 아래 교육 과정은 [더 이상 일하지 않을 때 나는 누구인가]와 [두 번째 나] 책을 모두 읽으신 사람을 위해 2025년에 시작될 [두 번째 나를 위한 자기다움 워크숍]입니다.


1주 차. 발견과 인정 (Uncover & Accept)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결정할 때 비로소 나답게 살 수 있듯이, 중장년의 전환기를 인정해야 비로소 성장의 길을 발견할 수 있다. 나이 듦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러나 나답게 사는 것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이 듦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기다움을 발견하는 여정을 시작하자.


2주 차: 발견과 개발 (Discover & Develop)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직업명으로 그려진 목표였다. 중장년이 되면, 우리는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 “일하지 않을 때,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에 직업이 아닌 진짜 나의 정체성으로 답할 때가 되었다.


3주 차: 정의와 습관 (Define & Habit)

삶의 중요한 부분은 습관으로 이루어진다. 직업과 역할을 넘어선 정체성을 정의하고, 작은 습관을 통해 진정한 자기다움을 구축하자. 정체성은 반복된 선택과 습관에서 피어난다. 내가 되는 습관을 통해 자기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4주 차: 변화와 일상 (Change & Routine)

하루의 작은 변화가 인생의 혁신을 만든다. 하루를 설계하고 기록할 수 있는 종이와 연필만 있다면 충분하다.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아가면 단순히 나이 들어갈 뿐이지만, 변화를 통해 내가 될 수 있다.


5주 차: 리셋과 설치 (Reset & Install)

나이 들어가는 것은 단순한 업그레이드가 아니다. 지금까지의 삶을 평가하며 진정으로 나다운 삶을 시작할 준비가 필요하다. 내가 되기 위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실천하며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자.


6주 차: 탄생과 명명 (Birth & Naming)

새로운 시작은 자신에게 새로운 이름을 부여할 때 완성된다. 이제 새로운 정체성에 이름을 붙이고, 그 이름에 걸맞게 살아가자. 그것이 바로 자기다운 삶이다.


7주 차: 회상과 성찰 (Recollection & Reflection)

과거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과정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준비다. 실수와 성공을 회상하며 얻는 교훈은, 현재 나를 성장시키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8주 차: 기억과 창조 (Memory & Creation)

미래의 기억은 단순히 과거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도구다. 상상을 통해 떠올린 기억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자.


9주 차: 목적과 유산 (Purpose & Legacy)

나의 유산을 정의할 때,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기억될 것인지가 분명해진다. 지금까지 나답게 살아온 삶을 정리하며 나의 인생 황금기를 준비하자.


10주 차: 연결과 공동체 (Connection & Community)

진정한 공동체는 혈연이나 학연이 아닌 같은 목적과 소명을 공유하는 사람들 속에서 찾아진다. 중장년의 삶은 직장인의 정체성을 넘어, 나와 같은 이야기를 공유하는 부족의 일원이 되어가는 여정이다.








관련 사이트 


https://www.unitaslife.net/



https://www.theunitas.net/



https://www.goodbrandgoodecosystem.org/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