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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강의할 수 있지만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

브랜드의 탄생

by 권민 Mar 1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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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사례와 법칙으로 공부한 사람들은 브랜드를 쉽게 정의하고 흥미롭게 강의할 수 있다. 

하지만 상표에서 브랜드로 성장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브랜드는 단순히 상표의 인지도를 높이는 물리적 반응의 결과물이 아니라, 사람들의 감성적 충성도라는 화학반응을 통해 형성되기 때문이다. (브랜드 현장에서는 책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브랜드란 단순히 이름과 로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사용자와의 관계 속에서 신뢰와 감동을 축적하는 과정이다. 즉, 브랜드는 한 기업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인식하고 경험하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다. 이런 화학적 변화는 시장의 역사에서도 반복되어 왔다.


브랜드의 개념 변화도 이를 반영한다. 과거 브랜드는 단순한 ‘낙인’(명사)으로 존재했지만, 오늘날에는 ‘차별화하다’, ‘가치를 높이다’와 같은 동사로 쓰이고, ‘특별한’, ‘차원이 다른’ 같은 형용사로도 표현된다. 브랜드는 이제 단순한 기업의 소유물이 아니라, 사용자와의 연결 속에서 공동으로 만들어지는 ‘우리의 것’이 되었다.


이처럼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단순한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 사람들이 브랜드를 인식하고 경험하며 감성적으로 충성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브랜드를 어떻게 경영할 수 있을까?


브랜드는 정의하기 어렵지만, 점검하기 쉬운 방법이 있다. 아래의 항목에 단어를 넣어보자. 

우리가 (      )에 넣는 단어는 사용자가 우리 브랜드를 사야만 하는 이유이자, 직원들이 왜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이 될 것이다.


"우리 브랜드는 (누구:   )에게 (      )라는 가치를 상품에 넣어 제공하는 '유일한' 브랜드다."

"사용자가 인정하는 (이것:     )은 경쟁자가 인정하며 10년 동안 그 누구도 카피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위에서 열거했던 (       )안에 들어갈 말은 광고, 홍보, 인지도 그리고 가벼운 판촉으로 만들어 낼 수 없다. 이것은 브랜드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차별화'의 진앙지다. 브랜드를 독보적으로 만드는 (이것)을 영속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바로 브랜드 경영이다.


그렇다면, 브랜드의 핵심인 (이것)을 어떻게 찾아볼 수 있을까? 두 가지 관점의 질문을 통해 그 실체를 파악해 보자.


비즈니스 모델의 완성도를 파악하는 5가지 질문

첫째, 어떻게 새로운 가치를 만들 것인가? 

둘째, 어떻게 신규 고객을 창출할 것인가? 

셋째, 어떻게 매출과 수익을 낼 것인가? 

넷째,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연속성 있게 유지할 것인가? 

다섯째, 우리의 사업은 무엇이며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브랜드 경영을 위한 7가지 질문

첫째, 나의 상품의 본질은 무엇인가? (예: 가방의 본질은 무엇인가?)

둘째, 나의 브랜드는 무엇을 상징하는가? (예: 가방은 어떤 기호와 상징이 될 수 있는가?)

셋째, 나의 브랜드의 '자기다움(Identity)'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예: 우리는 어떤 가방 브랜드가 되어야 하는가?)

넷째, 나의 브랜드의 '우리 다움(Community)'은 무엇으로 이룰 것인가? (예: 가방 브랜드를 통해서 사용자와 어떻게 하나가 될 것인가?)

다섯째, 나의 브랜드 가치는 무엇으로(제품으로) 어떻게(이미지, 메시지 등) 차별화되는가?

여섯째, 나의 브랜드가 100년 동안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예: 명품 가방 브랜드로 존재할 것인가? 실용적인 가방으로 존재할 것인가?)

일곱째, 나의 브랜드는 무엇과 대체할 수 있으며, 앞으로 무엇이 우리를 대체할 수 있는가? (예: 가방을 대체하는 디지털 장비와 비교했을 때 나의 브랜드는 어떻게 상호협력하고 경쟁할 것인가?)


주의할 점은 위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프레젠테이션 보고서처럼 멋지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이런 내용이 나오면 바로 도표로 정리해서 만들고 싶은 게 기획자의 본능이다. 간결, 명확, 도형은 정리의 치명적인 오류가 될 수 있다. 그것은 단지 그림을 그리는 것일 뿐, 브랜드 안에 있는 스토리를 꺼내는 방법이 아니다. 이제는 사용자와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긴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바닷가나 큰 강가 하류에는 완벽한 구형에 가까운 조약돌(pebble)이 있다. 누가 이렇게 동그랗게 만들었을까? 물살과 마찰에 의해 오랜 시간 동안 다듬어진 것이다. 이처럼 브랜드의 성장 과정도 조약돌처럼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브랜드도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의 경험, 경쟁자의 전략, 문화적 트렌드, 시대적 흐름 등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수많은 요소들이 브랜드를 다듬는다. 브랜드는 단순한 기획의 산물이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와 외부 환경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성공한 브랜드의 경영자들에게 성공 이유를 물어보면 이해하기 쉬운 답변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경영자조차도 브랜드가 어떻게 성공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감동의 경험

위 질문에 대한 대답을 토대로 고객(사용자)에게 편지를 써서 그 앞에서 읽어보면서 '브랜드 감동'을 경험해 보자. 만약 자녀와 가족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편지를 들려주는 것도 좋다. 회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일했던 직원과 최근에 들어온 인턴들에게도 들려주자. 파도에 조약돌이 다듬어지듯, 여러 사람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가 서로의 마음을 움직이면서 브랜드로 다듬어지는 것을 경험해야 한다.


"브랜더(브랜드를 만드는 사람)가 감동하지 않는 가치로 고객만족을 시킬 수 있을까?"


편지를 읽으면서 스스로 유치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브랜드 사용자를 기만하는 것이다.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의 저자인 닐 부어맨은 이렇게 말한다. "자신의 욕구와 욕망, 바람에 이르는 최선의 길은 라벨 속에 들어있는 것이 아니다. 때때로 고객들은 브랜드의 거짓 약속으로 인해 자신과 동일시하면서 신뢰하던 브랜드에 대해 심한 배신감을 느끼며 분노한다."


위의 질문이 자신이 하는 일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느낀다면, 브랜드 전문가 장 노엘 캐퍼러 교수의 주장을 마음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이나 자신감이 없다면 이는 고객을 모욕하는 행동이다. 브랜드의 이름과 제품, 서비스는 '고객과의 약속'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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