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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그것이 브랜딩이다.

by 권민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5년 전,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수상 소감에서 마틴 스콜세지를 인용하며, 이 문장은 잠시 세상을 반짝이는 듯했다. 그리고 이내 사라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말이 너무나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봉 감독에게는 이 문장이 삶의 지표처럼 새겨져 있었겠지만, 대부분의 우리는 그렇지 못한다. 우리는 정작 '가장 개인적인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내가 무엇을 진짜 좋아하고, 무엇에 열망하는지, 그 내밀한 본질을 알지 못한다. 그러니 그것을 창의적으로 '표현'할 방법은 더더욱 알지 못하는 것이다.


자신의 본질을 모르기에, 우리는 트렌드와 남의 추천에 기댈 수밖에 없다. '가장 개인적인 것'은 표면적인 취향이 아니다. 그것은 치열한 연습과 훈련, 그리고 고독한 탐구 끝에 발견되는 것이다. 남들은 몰라주고, 오직 자기에게만 중요해 보이는 그 무언가를 향해 계속 파고드는 도전. 우리는 종종 이 지난한 과정을 그저 '인생 삽질'이라 치부해 버린다.


하지만 그 ‘인생 삽질'이야말로 창의성의 원천이다. 디자이너 브랜드가 자신의 가장 내밀한 취향으로 거대한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역설을 생각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나는 브랜드 경영자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으로 '변환'되는 과정을 목격한다.


나는 그 '가장 개인적인 것'의 실체를 알기 위해 창업자에게 묻는다. "왜 당신의 브랜드는 존재해야 합니까?" 이 질문은 그들의 인생을 거슬러 올라가게 만든다. 그 시작점에는 어김없이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것, 깊이 후회하는 것, 견뎌내야 했던 시련, 그리고 지독한 갈망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말은 잘 만든 브랜드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렇게 창조된 브랜드는 시장의 필요(Needs)가 아니라 창업자 자신을 닮았다. 그래서 나는 인터뷰 마지막에 꼭 이렇게 묻는다.


"이 브랜드에서 가장 당신을 닮은 부분은 어디인가요?"


이 질문에 대한 반응은 두 가지다. 어떤 경영자는 마치 짝사랑을 들킨 사람처럼 수줍게 웃으며 "이것입니다"라고 고백한다. 자신의 유치할지 모를 그 애착을 드러내는 얼굴에서 나는 진심을 본다. 또 다른 부류는 "뭐라고요?"라고 되묻는다. 질문을 못 들어서가 아니라, 그 질문의 의미를 묻는 것이다. 다시 말해주면 그저 황당해할 뿐이다.


이처럼, 브랜드를 런칭한다는 것은 한 사람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형태로 세상에 나오는 '변태(變態, Metamorphosis)'의 경이로운 과정을 '브랜딩'이라고 부른다.


이번 엔텔러키 브랜드 1호(가칭 43호)는 바로 이 '가장 개인적인 것'으로 '가장 창의적인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어쩌면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여서 행간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관점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읽는다면, "이것이 바로 나입니다"라고 말하는 그 수줍은 고백을 분명히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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