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많은 남자와 걱정 없이 사는 여자

by 전성배

흰색의 테이블 위에 국화꽃을 닮은 새로 산 식기를 놓는다. 대접에는 자그맣게 썰린 두부로 가득한 된장국이 담겼고, 소접에는 현미와 백미가 반반 섞인 밥이 담겨 있다. 정갈하게 말린 계란말이와 낙지젓갈을 마지막으로 우리의 저녁상이 차려진다. 단출하지만 이제 막 살림을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넉넉한 한 상. 티브이를 틀어 우리 대신 쉼 없이 웃어줄 이들의 영상을 틀면 저녁 먹을 준비는 끝난다. 몹시 평범해서, 더 간절한 시간이 우리를 안고 흘러가고 있다.


사소하고 무탈한 시간이 이토록 감사한 적이 없다. 대다수는 이 시간을 지나고 나서야 감사한 한때임을 안다는데, 나는 이 시간을 살아 내는 중에 알게 되었다. 나는 “있을 때 잘하지”를 아는 사람이 된 것이다. 평범함의 위대함을 알게 된 게 이 여자를 만난 덕분인지, 시한 폭탄 같은 가족들이 어딘가에 살고 있기 때문인지, 처음에는 알지 못 했다. 까닭 모를 평범한 시간을 서너 달쯤 보내고 나서야 깨달았다. 연락을 끊고 사는 가족의 안위를 한치 앞도 알 수 없기에 의연한 이 여자 옆에서 평범함의 위대함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작은 것에 버릇처럼 살을 붙였다. 그게 물성이 있든 없든 모두 살을 붙였다.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고도 비만이었던 걸 생각하면 일찍이 내 몸부터 시작해 나는 걱정과 불안에도 살을 찌우며 살았다. 보일러를 끄지 않고 며칠 여행을 다녀온 날, 기다리던 택배를 문앞에 두고 누가 집어 갈까 전전긍긍하던 날, 건강 검진 결과를 두고 그간 있었던 전조증상들로 지레짐작하던 날 등등 지나고 보면 별 것 아닌 순간들에도 나는 무지막지한 걱정과 불안을 붙였다. 대체로 걱정한 만큼의 상황까지는 치닫지 않았으나 간혹 예상대로 상황은 심각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예상이 맞고 빗나가기를 반복하는 때에도 이 여자의 말은 단 한 번도 달라진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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