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파람이 절로 나오는 출근길... 가벼워진 옷차림, 달라진 일상
또 월요일, 아침 알람이 울렸다. 늦었다! 피곤한 몸보다 몇 배 육중한 마음으로 겨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출근 준비를 마치고 현관을 나서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출근은 갑갑한 지하철을 타고 가지 않아도 된다. 무광택 헬멧을 쓰고 스포츠 장갑을 낀다. 창문 밖으로 언뜻 바라본 하늘은 여전히 푸르고 구름도 그럴 듯하다.
전동 킥보드로 출근을 시작했다. 그동안 아침마다 김밥 같은 지하철에 몸을 밀어 넣었다. 지하철에서 사람들과 엉켜서 이리저리 파도처럼 흘러간다. 벗어나고 싶어도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본 기사에서 사람들이 전동 킥보드를 자주 이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거다 싶어서 본격적으로 전동 킥보드를 알아보았다.
밤마다 킥보드 사이트를 찾아보고 킥보드 카페에 가입했다. 중고장터를 드나들고 리뷰를 검색했다. 틈나면 유튜브에서 킥보드를 타고 질주하는 모습을 보며 킥보드를 타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킥보드도 자동차처럼 모터 출력이 올라갈수록 가격이 급상승했고 브랜드별로 차이가 크게 났다.
눈높이는 점점 높아지고 구매 예상 가격은 점점 올라갔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가지고 있는 비상금을 모두 털어 살 수 있는 물건을 찾았다. 새것을 사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선택은 가격에 맞는 중고가 적당했다. 중고라도 사면 괜찮을 거라고 마음을 다독였다. 원하는 직거래 킥보드가 중고 장터에 올라와서 급히 지방의 소도시까지 차를 몰고 가서 킥보드를 샀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이 막혀도 휘파람이 절로 나왔다. 사실 전부터 오토바이를 타고 싶었지만, 주변의 만류로 어쩔 수 없이 그동안 포기했었다. 이제 나는 바람처럼 빠른 킥보더가 되었다. 출근길 교통 정체 걱정 없이 출근하는 가장 여유 있는 사람이 되었다.
▲ 전동 킥보드 타고 출근하기, 정말 상쾌합니다. ⓒ 픽사베이
킥보드에 올라 달리기 시작하니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쳐 갔다. 다른 킥보더들이 내 옆으로 바람을 가르며 지나갔다. 마음 속으로 반가운 눈인사를 했다. 생기가 넘치니 아침 공기가 달라졌다. 킥보드로 출근을 시작하면서 더 가볍게 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주의할 점은 전동퀵보드는 일반도로 주행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자전거도로도 안 되고, 공원, 천변도 안 된다고 하니 주행 전 확인이 필요하다.
그동안 직장에 출근할 때마다 거북이 등 같은 검은 배낭을 메고 다녔다. 여름에는 답답하고 더웠고 겨울에도 거추장스럽고 무거웠다. 노트북이라도 가방 속에 넣은 날에는 처진 어깨로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사람들을 관찰해 보니 가벼운 핸드백이나 손가방, 에코백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제 짐을 내려놓을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벼운 여행용 손가방을 사서 킥보드 앞 바구니에 담았다. 가방을 바꾸니 한결 몸도 가벼워졌다. 그리고 가방 안에 필요한 물건만 담고 다니던 잡다한 물건을 정리했다.
킥보드를 타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짧은 7부바지를 입었다. 단이 짧은 바지는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직접 입어 보니 바지 끝단이 손가락 두 마디 올라간 것뿐인데 바람이 통해서 산뜻한 기분이었다. 더구나 앉으면 밑단이 종아리 위로 말아 올라가며 더 시원했다. 부채질하다가 에어컨 바람 쐬는 느낌이었다. 이제 발걸음도 가벼워지고 싶었다.
그때 사람들의 샌들이 눈에 들어왔다. 휴대폰으로 샌들 검색해서 앞이 시원하게 트이고 가벼운 샌들을 샀다. 출근길에 샌들을 신고 나가니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내 시원한 바람이 발가락을 스쳐 갔다. 출근해서 신발을 갈아 신으면 편안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출근길은 무겁고 부담스러운 이유는 지나치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살았기 때문이었다. 작은 변화로 하루의 시작이 달라졌다. 매일 아침 킥보드를 타고 7부바지를 입고 여행용 손가방을 들고 상쾌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샌들을 신고 강변을 달려 출근한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혼자서 살짝 웃는다. 오늘도 괜찮은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