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06
첫 회사 동기이자 동생을 오랜만에 만났다. 처음 만난 때부터 거의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예전엔 일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내던 우리가 이젠 일보다도 인생 얘기를 더 많이 한다.
일이 전부였던, 좋아하는 일에 모든 것을 죽을만큼 쏟아낸 사람이기에 지금의 일상이 소중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것 같다고 동생은 말했다. 이제는 일에 대한 부담이나 성취감은 조금 내려 놓고, 워라밸을 지키며, 전엔 누리지 못했던 여가 시간에 자신의 것을 해나갈 수 있다는 기쁨을 충만하게 아는 사람의 행복한 미소가 동생에겐 있었다. 동생이 일에 치여 살 때, 이전과 달리 너무 매서운 눈매가 되어서 언뜻 보고 다른 사람인 줄 착각할 정도였다. 지금 동생의 모습은 그때의 사나운 인상은 사라지고 매우 평온해보였다. 좋아보인다고 말하며 나 또한 같이 행복해졌다. 그리고 과연 사람에게 ‘일’이란 무엇일까 생각했다. 물론 지금이 100% 만족스러운 건 아니라고 했다. 늘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고, 좋은 게 있으면 아쉬운 게 있는 게 인생이지만, 미리 내 능력과 한계치, 현재 내가 원하고 바라는 것을 골똘히 생각하고 오래 분석해서 자신의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사람의 건강한 기운이 나를 기분 좋게 했다.
늘 일적으로는 선배처럼 느껴졌던 동생. 세부 분야는 약간 달랐지만 늘 예민하게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고 단련했고 정상을 향해 달렸던 동생. 철두철미하게 일을 해내는 모습을 보며 늘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방향은 달라졌지만, 또 다른 방향으로, 더 확장 된 넓이로 역시나 동생은 잘 살고 있었다. 누구보다 똑부러지게. 동생이 내게 말했다. ‘언니는 나랑 결이 비슷해서 부러질까 걱정돼.’ 라고. 그 말이 아프게 다가왔다. ‘아냐. 나는 너보단 무던한 구석이 있어서 괜찮아.’ 라고 말했지만, 무슨 말인지 너무 잘 알겠더라.
뾰족한 사람에서 너른 사람으로 가는 길목에 우린 이렇게 또 조금씩 인생을 배우고 성장한다. 어릴 땐 일이라는 목표에만 매몰되어 뛰던 우리가 이젠 조금은 인생을 폭넓게 바라보기 시작한 시점에서 만나 이야기하는 시간이 소중했다.
인생에 정답은 없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많지만 서로를 오래 지켜봤고 잘 이해하는 사람과의 대화가 달디 단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