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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다 Apr 07. 2022

2022.04.07

금주와 글쓰기를 다짐하며

매일 글을 간단하게라도 하나씩 쓰기로 다짐하고 나름 잘 지키고 있다. 문제는 일이 바빠졌을 때 다 놓아버릴 게 뻔하다는 사실인데,

이번만큼은, 올해만큼은 힘들어도 쓰는 습관을 들이려고 벼르는 중이다. 코로나 완치 이후, 그간 크게 아픈 데 없던 내가 조금은 아프고 나니까 하루하루가 그냥 흘러가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사실 한가한 지금 난 너무 행복하고 무언가 생각이 떠오를 여유도 있고 현재 너무 행복하다. 한편 두렵다. 이직하면서 더 많은 영역을 다 관여해야한다는 게 공포였는데 어찌저찌 잘 해냈고, 걱정했던 것 보다는 해 볼 만 한 거였구나 싶어 자신감이 조금 붙었다. 반면 알고 나니까 더 두렵다. 이 고생을 내가 다시 새로운 드라마를 시작하면 해야한다는 사실이 무겁게 다가온다. 하지만 늘 그랬듯 잘 해내겠지. 하지만 더 잘 해야겠지.


그래서 도피하는 중이다. 자꾸 나중에 못 쓸까봐 몰아서 글을 쓰고, 부지런히 새로운 공간을 찾아 돌아다니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다. 이건 이 일을 하는 사람들 누구나 비슷한 습관일 것이다. 여유로울 때 많이 보고 듣고 느끼고 채우려는 습성. 하지만 요번에 나는 그런 마음은 조금 내려놓고 그냥 나를 위해서, 생각하고 글을 쓰기 위해서 움직였다. 보러 간 것을 여전히 사진으로 왕창 찍느라 차분히 감상하고 느끼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지만, 예전보다는 현장의 공기를 느껴보려 노력했다. 사진을 찍고 끝이 아니라 어떻게든 SNS에 짧은 글로 일단 올리고 봤다. 올린 후 좀 더 다듬고 추가해서 브런치나 블로그에 올렸다. 나는… 지금 말하고 싶나 보다. 어딘가에 내 생각을 털어놓고 싶은가보다. 예전에 잠시 글쓰기 모임을 하며 일주일에 글 하나를 쓰고 다듬고 하던 때보다는 덜 정돈된 날 것의 글을 브런치에 올리는 중이지만, 지금 내게는 많이 쓰는 게 중요한 것 같아 그저 그러고 있다.


문제는 꾸준히 자주 쓰는 것이어서, 정말 다시 금주하기로 했다. 하하, 또 이야기가 술로 향하는데, 술을 연속으로 안 마신 2주간 너무 행복했다. 저녁시간이 여유로웠고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었다. 무엇보다 사람이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스트레스에 무던한 사람이 되기로 했다. 아니 그건 내게 너무 어려운 미션이니까 그냥 스트레스를 잘 해소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나는 아직까지 스트레스 해소법을 모르는 것 같다. 술로 해소가 된다고 착각하고 그간 술을 마셨다. 혹은 그날의 괴로움에서 도피하고자 마셨다. 하지만 이제는 당당히 맞서기로 했고, 하루 일과에서 일을 하지 않고 있을 때 단 한두시간이라도 일에 대한 스위치를 끄기로 다짐했다. 늘 갑자기 터지고 알 수 없는 예측 불가의 상황을 마주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옛날 옛적보다는 조금 나아졌으니까, 적어도 하루이틀 전에는 무언가 상황이 벌어지니까. 조금은 담대하고 총명한 나를 유지하기로 했다. 물론 일을 시작하면 24시간 일에 대한 생각과 긴장을 놓지 못하는 내가 서 있겠지만, 혹시라도 단톡방에 무슨 글이 올라왔을까봐 몇 초에 한 번 씩 카톡창을 보는 노이로제 걸릴 것 같은 내가 자리하겠지만… 그걸 극복하지 않으면 내가 불행하고, 내가 행복해하는 글쓰기, 책 읽기의 시간도 또 1-2년 후에나 잠시 한 달쯤 여유로울 때 가질 수 있을까봐… 정말 이제는 노력해보기로 했다. 그러려면 금주는 필수라고 본다. 결국 금주도 글쓰기도 내면이 단단해지고 온전히 나로서 강인해져야 가능할 것이다. 잘 할 수 있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자꾸만 안좋은 습관으로 돌아가려 할 때 이 글을 다시 열어 읽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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