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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ck Nov 15. 2016

거:리의 거리 Street of Distance #01

만리동, 서울

@ 서울, 2009.4



버스를 타고 시내를 빠져가는 길.

잠시 걸려온 전화를 받는 사이, 버스는 내려야 하는 신촌을 빠르게 지나친다.

서강대학교, 공덕오거리를 지나쳐 도착한 곳은 만리동.

지금은 대부분 재개발이 되어 높은 아파트가 들어서 있는 공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만리동의 작은 골목 거리마다 나름의 이야기가 살아있다.




@ 만리동, 2009.8



김기찬 작가의 '골목 안 풍경'이라는 사진집에 푹 빠졌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 자주 다니던 갤러리 '류가헌'에서 샀던 것인데,

처음 그 사진집을 들여다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의 이 골목 저 골목을 들쑤시고 다녔다.

나에겐 즐거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때, 그 거리는 낯선 사람의 방문을 반가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 만리동, 2009.4


아마 만리동에 처음 갔던 날이었을 것이다.

재개발 공사현장의 차단막 너머로 무언가를 짙게 응시하는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의 시선이 닿는 풍경을 함께 보고 싶었지만 멀리서 프레임 안에 그를 담는 것으로 만족했다.

서로의 시선을 다르게 남겨둔 채, 그렇게 그 거리를 떠나왔다.




@ 만리동, 2009.4



1) 만리동 : 서울시 중구 만리동. 만리동 동명은 이곳에 있는 만리현 고개 이름에서 유래되었는데, 만리재는 세종 때 문신 최만리가 살던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서울지명사전 참고)

2) 류가헌 : 요즘 핫플레이스 통의동 소재의 갤러리. 연말에 방문하면 사진책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웹사이트 : http://ryugaheon.com/

3) 김기찬 : 김기찬(1938-2005)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서울 도심의 골목 안 풍경을 일생 동안 쉼 없이 기록한 사진가. 사진집으로 '골목 안 풍경'시리즈, '역전 풍경', '잃어버린 풍경' 등이 있다.


Camera : Leica M3, Fuji Tiara

Lens : Summicron M 35mm F2 1st

Film : Fomapan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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