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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ck Jan 12. 2017

거:리의 거리 Street of Distance #05

동묘 시장, 서울

@ 동묘역, 2009.2

1호선과 6호선이 만나는 동묘역 3번출구에는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구제시장이 있다.

삼년 전, 무한도전에서 정형돈과 데프콘이 소개하며 ‘지디가 알면 가서 다 싹쓸이 할까봐 걱정된다’ 말하던 바로 그 곳이다. 10년 전 처음 이 곳에 갔을 때에만 해도 보물찾기 하듯 쓸만한 옷이나 물건들을 싸게 사올 수 있는 노다지 광산 같은 곳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잠깐 머물다 가는 구경꾼들의 새로운 발길이 늘어나면서 여유있는 쇼핑을 즐기기엔 다소 어려운 곳이 되었다. 지금은 그저 새로운 풍경 속 한결같은 시장의 풍경을 담으러 종종 이 곳 동묘앞 구제시장을 찾는다.


@ 청계천8가, 2009.2

동묘시장은 지하철보다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 더 좋다.

버스를 타고 청계천의 풍경을 지나 청계8가에 내리면 시장으로 닿는 골목마다 재미난 풍경들이 펼쳐진다. 그 길 위엔, 청계천 남쪽으로 높은 아파트와 고층빌딩이, 반대편으로 철거를 기다리는 오래된 상가들이 대조를 이룬다.


@ 동묘시장, 2009.2

동묘 시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땅바닥만 보고 걷는다.

골목 양쪽으로 상인들이 온갖 물건들을 바닥에 쫙 깔아두면, 사람들은 그것을 보느라 앞을 보지 못한다. 왼쪽 바닥을 봤다가, 다시 오른쪽 바닥으로. 눈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내 눈길을 가장 사로잡는 것은 주로 오래된 사진책들이다. 꽤 상태가 좋아보이는 라이프 잡지나 내셔널 지오그래픽 서적이 자주 보였다.


@ 동묘시장, 2009.2

동묘 시장은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열린다. 때문에 시간을 잘 맞춰서 가야만 한다.

시장 구경을 하다 출출해지면 잔치국수와 빈대떡 한 장을 사먹고 다시 돌아다니면 된다. 이 곳 시장의 특별함은 잔으로 파는 소주에 담겨 있다. 시장을 찾은 이들이 한 줄로 늘어서서 양 손에 각각 부침개와 잔술을 들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이 곳의 온도를 더욱 따뜻하게 만든다.


@ 동묘시장, 2009.2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옷을 구경하는 외국인 아저씨 한 명을 만났다.

시장 곳곳을 유심히 살피는 낯선 외국인의 모습을 담으려는 순간, 스쿠터의 사이드 미러 너머로 누군가 나를 쳐다보았다.



Camera : Leica M3

Lens : Summicron M 35mm F2 1st

Film : 400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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