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자 1
꽤 긴 글들이었다
마흔일곱
나는 나의 욕망에 몰입했고 그런 나를 기록했다
나만의 공간에서 나에게 쓴 글들을 나 몰래 남편이 읽었다
어떻게 그랬을까?
뭘 얼마나 알게 되었을까?
나는 알지 못한다
그렇게 우리는 또, 끝났다
***
이 글도 찾아 읽을 너에게
정직하지 못했어
솔직할 수 없었으니까
그걸 욕한다면 욕먹을게
그런데 내가 왜 그랬을까?
행복하지 않았어
거짓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내가 싫었어
그래서 헤어지자 했는데 제대로 되지 않았어
슬프고 우울했어
사랑?
네 말대로 난 사랑을 몰라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본 적 없어서
할 줄도 줄 줄도 뭣도 몰라, 맞아.
그렇지만 알려고 노력했고 실천해 보려고도 했어
너의 실직 앞에서 난 노력했다고
사랑해보려고 최선을 다했어
그리고 알았어
난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너무 힘들었고 지쳤어
그래도 아이들까지는 뭐라도 어떻게 해보겠는데 너는 싫어지더라
그리고 또 알았지
사랑은 혼자 노력하는 게 아니라는 걸
또, 넌 나를 무척 오랫동안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도
그래서 끝냈어
우린 그때 이미 또 끝이 난 거였어
나는 네가 무섭다
남에겐 법 없이도 살 너의 그 부드러운 가면 속에 감춰진 나에 대한 잔인한 폭력성이 두려워
나 나쁜 년 맞는데
너도 착하지 않아
억지로 살지 말자
제발 부탁해
잘 헤어져 주라
진심이야
처음 선택도 내가 했고 지금의 선택도 나야
그땐 사랑을 선택했고 이젠 이별을 선택했어
존중해줘
아직도 나에 대한 애정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
검찰에서 전화가 왔다
통화하는 동안 불편했다
불안했다는 것이 더 맞을까?
내 선택에 대한 불안이었다
잘하고 있는 건가?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나는 왜 흔들렸을까?
내 삶이고 내 선택인데 왜 그랬을까?
나만의 삶이 아니기에 그랬나 보다
남편의 삶이고, 아이들의 삶에 내가 개입하는 거여서 그랬나 보다
그래서? 그래서 나는 착한 결정을 하려고 했을까?
착한 결정을 하고 그 감당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받아들이자고 운명이라고 화도 못 내고 우울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미친 듯 누군가를 만나서 외로움을 달래며 이런 게 사랑이라며 주저앉아 개처럼 고양이처럼 까르릉 거리며 또 다른 가면을 만들어 뒤집어쓰는 도돌이표..
이런 걸 원했나?
***
나쁜 여자 하기로 했다
쉽지 않은 거 안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엔 나쁜 년 하기로 했다
돌아보지 마라
가기로 한 길, 제대로 걸어가라
흔들리지 마라
지금껏 하지 않은 결정과 선택들을 감당해야만 한다
누구도 나를 대신하지 않는다
나, 나쁜 년 맞다
착한 여자, 좋은 여자, 개나 줘버려라
그러다 이 꼴로 이러고 있다
20년 살았으면 됐다
더는 이 공부하지 마라
이젠 다른 공부 하자
잘 버려라
나의 이 콤플렉스들
착한 여자 좋은 엄마 온갖 거짓의 가면들
벗어버리자
그리고 진짜 나로 살자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건 나로 사는 것이다
지금껏 잘못한 거 알았으면 깨끗이 정리하자
이것도 내 선택임을 인정하자
어렵겠지만
***
이혼, 하자,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