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11
열네개의 소리와 글, 그림지도 모은 듣는여행기 듣고보니 치앙마耳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삶에 길들여진 우리는 낯선 여행지에서도 대부분의 시간을 풍경에만 감탄하며 풍경을 남기는 데에 익숙합니다. 사실은 그곳에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리 역시 눈에 보이는 풍경만큼이나 특별하고 소중한데 말이죠. 길지도 그러나 짧지도 않은 시간을 치앙마이에서 보내는 동안 치앙마이에서만 들을 수 있는, 그 순간만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채집했습니다.
듣는여행기 듣고보니 치앙마耳 Ep011_지글지글. 할머니식당
돌려 막는 의생활을 보상하기 위해 그리고 치앙마이를 야무지게 활용하기 위해 식생활과 주생활만은 같은 것 없이 최대한 다양한 변덕을 부리자는 나름의 원칙을 만들었다. 그렇게 매일을 다른 접시 다른 이불을 찾아다니며 매끼매밤 새로 만나는 낯선 그림을 즐기던 내가 할머니 식당을 보고 말았다. 나의 친할머니도 외할머니도 닮지 않은 그 할머니는 우리 모두의 할머니를 닮았다. 그렇게 우리 모두의 할머니 앞에서 나는 퍼질러 앉아 원칙과 다른 네 끼 반복식사라는 변형을 행했다.(네 번 외에도 한 번은 할머니가 파장준비를 하고 계셔 돌아온 적이 있다.)
굽은 허리에 한 손으로는 지탱할 무엇을 잡고 말아야 하는 할머니는 그러나 한 손만으로도 내 팟씨유를 빠르고 정갈하게 내어주신다.(매 번 시간을 재어봤는데, 4분에서 8분을 넘기지 않았다. 많은 태국요리의 조리시간이 짧긴 하지만 할머니의 요리시간은 유난히 더 짧게 느껴졌다.) 프로그래밍되어있는 그 무엇같이 자동적으로 모든 요리를 해내는 할머니를 보며 나는 할머니가 어떤 시간을 지나 지금 이 시간 이곳에서 내 팟씨유를 만들고 있을까 상상을 하곤 했다. 또 한 번은 내 나라 말로 쓰인 할머니 식당의 이름표를 발견했는데, 한글로 또박또박 할머니 식당. 맛있어요.라는 귀엽고 소박한 간판을 만들어 걸었을 뿌듯한 마음의 그 누군가를 상상해 보았다. 할머니 식당에는 유난히 혼자 밥 먹는 이가 많았다. 대부분이 그랬다. 일하던 이, 나이 든 이, 여행하는 이, 떠도는 이. 조용히 허기진 배를 달래는 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마주하는 것도 내가 할머니 식당을 좋아하는 이유중 하나인데, 이건 마치 간결한 선 그리고 간단한 색으로 말없이 이런저런 말을 해주는 여행자의 크로키북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저 앉아서 할머니의 접시를 받는 게 편치않았던 그러나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랐던 나는 자주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엉거주춤했는데 그때마다 할머니는 허공에 손을 뻗어 저으며 나를 앉게 했다. 마, 니 할 거 없다. 고마 조용히 앉아있어라.라고 분명히 할머니의 눈이 그랬다. 할머니 클리셰로 적당할 철철 넘치는 정이 아니라 진짜 우리할매가 날 취급하는 것 같은 적당한 정겨움의 수치도 마음에 든다.
할머니의 공간에서 나던 지글지글 소리를 들으며 누워있자니 사방이 그곳이다.
듣는여행기 듣고보니 치앙마耳 출판 프로젝트!
https://www.tumblbug.com/chiangm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