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결과가 답니다.
꾸준히 가지가지를 키우고 있습니다만 기록이 따라오질 못하네요.
언젠가 다 복기할 날이 오겠지.
일단 최근 가장 큰 충격을 주었던 호박.
실은 마음도 계획도 없었습니다. 모종을 사러 간 시지 농약사에 씨앗 하나가 떨어져 있었죠. 호박씨였어요. 냉큼 주워서 주머니에 넣어왔어요. 긴 땅의 반을 갈라 상추와 케일을 심고 나니 경계를 짓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주머니에 있는 호박씨를 깠죠. 혼자서 외롭겠지만 잘 자라 달라는 이쁜 말을 담아 흙을 도닥여주었어요.
10일 뒤 옹기종기 모여있는 케일과 상추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호박. 기대 없던 씨앗이라 그저 신기하고 기특한 마음.
그리고 또 10일 뒤. 넝쿨로 굴러들어 올 기세로 크고 있더라고요. 생각 없이 씨를 뿌린 저를 그리고 해맑게 쑥쑥 자라는 호박을 함께 밭을 일구는 가지1이 구박하기 시작했어요.
그다음 밭을 찾았을 때엔 호박이 기세 등등하게 내가 낸데! 라며 케일과 상추의 빛을 가리고 있었어요. 슬슬 걱정이 되었던 우리는 호박의 인생을 고민하기 시작했지요. 그와중에도 저는 꾸준히 가지1에게 구박을 받았습니다. (서럽습디다.)
그리고 며칠 전!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호박씨 한톨이 준비해둔 것이 너무 놀라웠거든요! 시지 농약사에서 주워온 호박씨 한톨이 이토록 큰 결과가 되어있었어요. 생각 없이 한중간에 심는 바람에 호박이 내가 이래저래 받던 구박은 열매 하나로 날아가더니 곧바로 융숭한 대접이 시작되었어요. 역시 결과가 다야.
그렇게 우리는 목표로 삼았던 가지전보다 부추전보다 애호박전을 먼저 이룰 것 같습니다. 당장 다음 주에 애호박전을 기대하고 있거든요.
호박! 내가 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