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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도 인문학이다

인문학을 알면 PR이 보인다

홍보를 하는 데 왜 인문학이 필요할까? 홍보는 사람이 사람에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홍보를 하면서 항상 배운다. 내가 먼저 베푸는 만큼 고객들이 나에게 베풀어준다는 것을. 나의 친절, 섬김, 배려를 진심으로 느낄 때 고객들은 나의 마음을 받아주고 알아준다. 그리고 받았다고 생각한 만큼 되돌려준다. 받는 내가 ‘염치 없이 이래도 되나’싶을 만큼 항상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돌려준다.


물론 그들 모두가 나에게 잘해주는 것은 아니다. 공과 사를 구분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바쁘기 때문에 잊어버리는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생각해야 마음이 편하다. 회사 생활도 마찬가지다. 그런 면에서 보면 홍보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전체가 인문학인 셈이다. 


子曰 不患人之不知己 患不知人也 

자왈 불환인지불기지 환부지인야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지 못할까 걱정해야 한다.

-「논어」 <학이편> 16장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지낸다. 자신이 널리 알려져야 기회가 올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나의 실력'을 알아주지 않는다며 주위 사람들과 세상을 원망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더 중요한 것을 간과하며 지낸다. 실력을 쌓으려 힘쓰지 않고, 내 주변에 있는 다른 이들의 능력과 사람됨을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실력을 키우기 위해 항상 노력하는 사람들은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불만을 가질 리 없다. 그것은 자기 실력을 과신해서가 아니라, 남들의 시선을 이해하고 더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보통 남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에, 남들의 실력 없음을 탓하는 무지한 일 또한 저지르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남을 알지 못함을 걱정하면서 원만한 관계를 맺기 위해 애쓴다. 길게 볼 때 중요한 것은 남들이 나를 알아주느냐가 아니라 나의 실력이다.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만 하며 지낼 것이 아니라 실력을 기르며 덕을 쌓고 유능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과 관계 맺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고객들과의 관계에서 서운하게 대했다고 당황하거나 표정이 굳어지면 안된다. 전화로야 얼버무릴 수 있지만 대면했을 때 얼굴에서 티를 내면 안된다. 얼굴에 드러나면 끝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나갈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마음이 편치 않겠지만 어차피 뭔가를 바라고 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누구의 잘못도 아니므로 누구를 탓할 일도 아니다. 그래도 인간인데 본전 생각이 날 수도 있지만 빨리 잊고 고객과의 대화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고객들은 우리를 다시 보게 되고 관계를 지속하게 된다. 


사람은 친해지게 되면 주위에 입소문을 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자연히 나에 대한 평판이 좋아지고 내가 성장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다음에 만났을 때 좋은 감정이 전해진다. 인간적인 관계가 담보되면 말 그대로 친구가 되는 것이다.

그런 사람만이 ‘진정성’으로 홍보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홍보맨이라면 그런 관계를 꿈꿔야 한다. 홍보조직조차 없는 회사도 수두룩하다. 홍보조직을 운영하고 홍보맨이 홍보하는 회사는 대기업이다. 물론 홍보 예산이 풍족하면 좋겠지만 대한민국에 넉넉한 예산을 갖고 홍보하는 회사는 손에 꼽는다. 결국 많은 회사들이 홍보맨의 역량으로 홍보를 하고 있는 셈이다. 


홍보맨들은 기자를 갑, 좋게 말해 고객이라고 말한다. 기자들이 갑질한다고 말하는 홍보맨과 기자들과 소통한다고 말하는 사람 둘 중에 기자들은 누구를 더 좋아할까? 물론 앞에서는 그렇게 말하지 않겠지만 그런 마음가짐은 말과 행동, 그리고 표정에 드러나게 마련이다. 기자들이 모를까? 기자들은 귀신이다. 절대 모를 리 없다. 초등학생들도 선생님이 누구를 좋아하고 누구를 편애하는지 아는데 기자들이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아마추어적인 발상이다. 그런 사람은 홍보맨으로서 자격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 주변에는 그런 홍보맨이 여전히 많다. 같은 홍보맨으로서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가 그들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기자들은 우리에 대해 훨씬 잘 알고 있다. 내가 초짜인지 고수인지, 진짜인지 가짜인지, 진심인지 거짓인지 그들이 먼저 안다. 우리가 아무리 속인다 해도 그들은 우리 머리 위에 있다. 실력이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제대로 섬기는 모습만 보이면 된다. 아무리 포장하고 변명해봤자 소용이 없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고, 더 잘 알고 있고, 더 많이 알고 있다. 꾸밀 수가 없다. 속이려 하지 말고 진정성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초보 홍보맨이라면 있는 그대로 ‘저는 초보에요. 하지만 진심을 다해 소통하겠습니다. 부족하지만 앞으로 더 노력하겠습니다. 믿고 도와주십시오. 진심으로 섬기겠습니다.’라는 생각으로 그들을 대해야 한다. 그들은 우리보다 고수면 고수지 절대 하수는 아니다. 하수였다면 절대 그 위치에 오르지도 못했을 것이다. 

기자들은 알고 있다.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은 그들의 마음으로 들어간다. 우리도 모르게 보여지는 우리의 사소한 모습들이 때로는 그들을 감동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홍보는 사람인 홍보맨이 사람인 기자에게 하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홍보도 인문학이다.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의 시작이 인문학이기 때문이다. 여러 고전을 찾아보더라도 그 안에 사람에 대한 이해와 존중, 배려와 사랑이 빠지면 인문학은 존재할 수 없다. 


사람을 향한 도덕과 사회를 위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정치만은 아니다. 홍보에도 도가 있고, 정의가 있다. 사람에 대한 이해와 사람을 향한 사랑으로 그들과 소통하고 관계맺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홍보에 입문하는 것이다. 사람과 관계되는 세상 모든 것에 인문학이 관여하듯이 홍보 역시 인문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이다. 

우리의 진심이 바로 서 있으면 기자들은 알아서 우리의 진심을 알아주고 우리를 도와준다. 기자도 마찬가지지만 우리도 회사에서 월급을 받는다. 이 말을 믿고 실천할 때 물질적인 충족은 물론 정신적인 행복까지 얻을 수 있다. 


여기서 명심할 것은 절대 선후가 바뀌면 안된다. 실천하기 전에 먼저 마음을 바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돈은 나중이다. 자본주의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돈이 필요할 때가 많다. 돈은 즉 이익(利)이다.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관계는 한두 번은 통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손해다. 손해봤다고 후회하고 안달해봐야 소용없다. 그런 마음을 세상 사람들은 귀신같이 알아챈다. 뒤늦게 후회해봐야 소용 없다. 인간적인 관계를 쌓는 것은 어렵지만 잃는 것은 한 순간이다. 그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다.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매사에 감사할 줄 알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숨기지 않는다. 관계 맺는 사람들에게 솔직하고 담담하게 속내를 털어놓는다. 또한 그들의 겸손은 가식이 아니다. “여러분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고, 이만큼 성공했습니다. 앞으로 더욱 노력하고 진심으로 섬기겠습니다.”라고 말생각하고 행동한다. 물론 그 말에 철학이 담겨있다. 


필자는 그 철학의 바탕이 인문학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그리는 무늬인 인문학,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홍보맨이 속한 회사 사람들, 그리고 기자들만 해도 엄청난 숫자다. 홍보는 그들과의 관계맺기다. 홍보적인 관점에서 보면 인문학은 관계다. 진솔되고 진정성있는 관계를 얼마나 잘 맺느냐에 따라 홍보 성공의 관건이 달려있다. 인문학을 통해 그 길을 찾아야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사람이 모든 것의 시작임을 깨달아야 한다. 인(仁)의 중요성을 설파했던 공자도 인을 구성하는 여러 덕목 중에서 핵심은 사랑이라고 했다. 사랑이 부모에게 미치면 효(孝)가 되고, 나라에 미치면 충(忠)이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공자의 인 사상을 계승하여 -각 제후국 통치자들에게 백성을 사랑하고 인정을 베풀 것을 강조한 맹자 역시 사람을 중심으로 하라고 했다. 상대방을 이해하면 통하고, 사랑하고, 배려하고, 지지하게 된다.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 때 관계는 더 깊어지고 신뢰는 점점 쌓여가는 것이다. 


이 깨우침을 홍보에 접목시켜 더 풍성한 관계맺기로 우리 삶을 발전시켜야 한다. 진정성이 담겨있을 때 사람들은 마음을 열고 다가온다. 좋은 홍보 아이템을 제공하고도 그 절차와 방법이 진실되지 못해 욕을 먹는 홍보맨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인문학으로 홍보할 때 인문학이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깨닫는 사람이 더욱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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