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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기만

잦은 실망도 내가 나를 기만해서야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그냥 존댓말이 하고 싶어서)


저번에 파김치가 되어 푸념하듯 쓴 '홍콩에서 제일 힘든게 뭐냐면'이

다음 메인화면 랜선여행 (...)에 올라 하룻동안 조회수 14000을 넘었어요. 웃기죠? ㅋㅋ

낙서가 최다조회수를 기록하는 순간...

요즘 업무 때문에 많이 힘들어요.

한국에서 일할 땐 빨리 배운다고 자주 칭찬도 듣고,

일 욕심이 많은 편이라 면접볼 때마다 fast learner이라고 자기PR을 했는데 이제 어디가서 그런 말 못하겠어요.

영어 보고서 읽는 것 너무 어렵구요,

복붙해서 번역기 돌려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동료들은 척척 빠르고 똑똑하게 해내는데 - 전 몇시간째 영어지문 들여다보고 있고

같은 실수 반복도 하고, 영어로 글을 쓸 때마다 도저히 못 쓰겠다는 생각이 열 번도 더 나고,

난 이 일에 특별한 소질은 없나보다란 생각이 자꾸 나서 업무에 더 방해가 돼요.

North Point 시장통의 트램 종착역. 사람들이 전차로 위를 무심하게 걸어가네요.

유튜브 '아는 변호사'란 분이 '자기를 기만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영상에서 전한 적이 있는데,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것도 자기 기만이라 생각해요. 몇 달 안에 실력 향상을 보여야만 한다는 틀 안에 나를 가두고, 결국 자기 기대치에 못 미쳐서 스스로 실망하는 것. 이것도 자기 자신을 속인 (기만한) 것 같아요. 성과는 내 노력의 크기뿐 아니라 주변 환경, 건강 상태, 관련 경험, 이끌어주는 멘토, 목표치 등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 변수들을 무시하고 욕심따라 높은 목표치에만 나를 가두는 것도 자기 기만의 행동인 것 같아요. 우리 안의 어린아이는 무리라고, 다 못할 수도 있다고 작게 저항하고 있는데.

보다 1년, 2년 이상 업무를 해온 동료들과 저를 비교하며 왜 저들처럼 빠르고 창의적으로 하지 못할까?슬퍼하는 건 동료들이 땀흘리며 쌓아온 경력을 무시하는 것이기도 하구요. 지난한 과정을 그들도 겪었을텐데.


아무튼, 제가 요즘은 업무 때문에 너무 속상하고 자주 좌절하는데

정말 이런 내 모습은 바라지 않아- 하는게 있다면 뭘까 생각해보고 있어요.

난 못할거 같아, 소질이 없어, 이런 생각을 습관처럼 하는 내모습이겠죠.

그런 모습을 미리 그려보고 그쪽으로 닮아가지 않으려는 노력도 중요한 것 같아요.

집 구하다가 어느 골목에서 본 이소룡과...스칼렛 요한슨?


홍콩 국가안보법에, 시위에, 코로나바이러스에 최악의 시국인데 저는 밥벌이 걱정만 하고 있네요.

다음에는 좀더 차분하고 성숙하게 돌아와 글을 남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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