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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부는 날엔 타이포에 간다

홍콩, 나만의 명소-1

회색빛 하늘에 거센 바람이 부는 날이다. 이런 날엔 생각나는 곳, 타이포.


타이포(Tai Po)는 홍콩 신계(New territories)에서 상당히 넓은 부분을 차지하는 지역으로, 홍콩 전 지역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낮다. 신시가지에는 조금씩 고급 빌라와 신축 아파트들이 들어서 새로운 개발지역으로 떠오르는 곳.


타이포의 올드타운 지역에는 관광객들이 거의 모르는(!) 명소가 있는데, 오늘 소개할 '자전거길'이다. 


너른 강가를 따라 달리는 자전거족들

도심 (센트럴, 침사추이 등)에서 상당히 멀어서 관광책자엔 나오지 않는 곳이다. 가려면 택시타야 한다.

정확한 지역명은 Pak Shek Kok Promenade. 여기 Discover Hong Kong에서 소개하는 2시간30분 자전거 코스에서 Stop 3에 해당한다. 링크


홍콩은 어딜가나 가늘고 긴 고층건물 투성이라, 넓게 펼쳐진 하늘을 보기도 시원한 바람을 맞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타이포 자전거길은 특별한 곳이다. 바다와 맞닿은 넓은 하늘, 바람, 해질녘 노을, 사람들의 밝은 얼굴과 웃음까지 있는 홍콩의 한 부분이다.


너무 더운 날은 피하고, 조금 흐린 날 오후 3시쯤 도착해 자전거를 빌리고 (자전거 대여소는 어디에나 있다) 6-7시쯤까지 자전거를 타다 저녁노을까지 보는 걸 추천한다. 쭉 뻗은 대로 양옆으로 무한하게 출렁이는 은빛 물결은 일상에서 절대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아, 홍콩 제일의 부촌인 스탠리나 리펄스베이, 센트럴에서 배타고 가는 디스커버리베이에 사는게 아닌 경우...)


물론 걷는 것도 추천. 가족, 연인들이 많이 오는 편이라 행복한 풍경, 하늘 높이 떠오르는 연도 자주 보인다.

화창한 날보다 흐린 날 풍경이 더 멋지다. 산에 드리워진 구름이 장관 :)

실수로 찍은 듯한(?) 나와 강아지
자전거길 시작 부분. 조그만 오리배들이 보임
조그만 매점. 홍콩의 로컬+자연 관광지들이 대부분 그렇듯, 끼니 때울만한 음식은 없다.

사진이 많지 않아 아쉽지만, 돌아오는 길 바다를 선홍빛으로 만든 노을은 정말 아름다웠다. 이 길을 따라 매일 등교하는 아이가 있다면 나중에 얼마나 행복한 추억이 될까 상상할 정도였다. 3박4일보다 오래 체류할 계획이면, 택시를 타서라도 이곳에 꼭 가보길 추천한다. 혼자 가도 좋고 다정한 사람과 가도 좋고. 자유를 만끽하면서 사색도 할 수 있는 곳이다.


자전거길 초입엔 음료수를 파는 작은 매점밖에 없지만, 자전거 대여소 부근에 태국/중국식 식당이 많다.


바람이 불면 또 가고 싶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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