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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드백프로 Jan 05. 2023

단주 | 실천편

단주 268일 차

예상보다 바빴던 연말 연초를 보내며, 그간 브런치의 서랍장에 담아둔 글들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 송년회도 다 마쳤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다시 곳간을 채워야겠다. 애정하는 작가님들의 글을 보며 힐링할 타이밍이기도 하다. 더불어 드백이의 미흡한 글에 구독을 눌러주시는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23년 새해에는 다들 원하는 것 최소 1가지 이상은 다 이뤄지길 바라며, 오늘의 글을 시작한다.


그간 "단주"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해보았다. 그 이야기 속에서 "단주"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분이 한 분이라도 있다면, 그분을 위해서 적는 글이다. 한 달 후면 단주 한지 300일이 되는 시점에서, 드백이가 잘 한 것 같은 일들을 정리해 본다.


내가 하는 것들이 다 정답은 아닐 것이고, 예전에 내가 봤던 브런치의 다양한 단주 사례들도 참고하기를 바란다. (구글 창에서 "브런치 단주" 검색) 그리고 본인에게 가장 편한 방법을 선택하면 좋을 것이다.



1.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J형(MBTI 계획형)인 나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게 되는 일이 많았다. 예를 들어, 헬스장에 가서 하루 1시간 운동하지 않는다면 운동을 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늘 계획만 하고 실천에 몰입하기는 힘들었었다.


단주는 달랐다. 이전 에피소드를 공유했을 때 언급했던 것처럼,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며칠간 단주를 해야 하는 거지? 술이 당길 때는 무엇을 해야 하지?라는 일체의 고민이 없었으며, 그냥 '술을 잠시 먹지 않는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단주의  약사로 재직 중인 처제의 결혼식 이었다. 결혼식 참석을 위해 강릉을 갔던 토요일 저녁, 숙소에서 마신 맥주가 이상하게 맛이 없었다. 그래서 집에 온 일요일에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 이어진 월요일 저녁, '애정하는 멤버들'과 만나는 날에, '나 몸이 안 좋아서 술을 못 마시겠다'라고 이야기하고는 술 대신 콜라와 사이다를 마셨다. 그렇게 이틀간이 260여 일 간의 시작이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미루기" 능력을 이럴 때 써보면 어떨까 싶다. 술이 먹고 싶으면 내일로 미루고 또 내일은 그다음 날로 미루고...



2. 술 끊었다고 동네방네 광고하지 않았다.


2015년 11월, 종각에서 아리랑치기를 당한 다음 날.. 수치스러움을 못 참고 단주를 선포(?) 한 적이 있었다. 당시 페이스북에 게시글로 술을 끊었다고 올렸는데 그 글의 반응이 참 웃펐다.


무슨 일이야? 일단 한잔하면서 이야기하자.


'형 내가 한 잔 권할게~!'

'칼로 술 베기'

등의 댓글이 달린 것은 기본이고, 평소 보다 더 많은 '저녁 자리'를 위한 연락이 왔었다.


술을 끊겠다는 행동에 대한 응원은 정말이지 찾아보기 힘들었다. 나 역시도 평소에 술을 끊겠다는 동생들에게 '네가???..'라는 말을 서슴없이 했던 기억도 나고.. (술을 먹고 핸드폰, 지갑, 가방 3종 세트를 잃어버려야 '어른이 되었구나'라는 우스갯소리도 종종 들리곤 했다.) #개똥끊 (개가 똥을 끊지...의 줄임말.. ㅎㅎ)

그래서 22년 단주를 시작했을 때는 여기저기 알리지 않았고, 아주 조용히 나만 알고 있는 비밀처럼 행동했다. 날짜를 체크하기 위한 카카오톡 프로필에도 "."만 찍었을 정도였다. 돌이켜 보니 참 잘한 행동인 것 같다. 



3. 극소량의 알코올(논알코올)도 피했다.


무알코올에 대한 내용은 당연히 논쟁거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지만 술은 선택이다. 주류 유통을 하시는  지인도 있고, 누구보다 술과 술자리를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단주를 포함해서 무알코올을 마실 것이냐 안 마실 것이냐는 것은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절주, 금주, 단주'에서 이야기했던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의학적 치료를 위해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결심한 사람이라면 '한 방울의 술'도 피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발효된 음식 속에 들어간 알코올 성분을 피할 길은 없겠으나, "논알코올"과 "무알코올"은 엄연히 다르다.


나 같은 경우는 "무알코올" 맥주 역시 마시지 않는다. 알코올 맛을 그리워할 요소를 남겨두지 않겠다는 것과 (정말로 펩시 제로가 몇십 배는 맛난다.) 무알코올 맥주를 고르다 보면, 논 알코올이 섞이기도 한다. '에이, 그거나 그거나 무슨 차이가 있겠냐?'라는 마음의 소리가 더욱더 커질 것이다.


물론 보통 사람들이라면 논알코올과 무알코올은,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나 차를 운전해야 한다거나 하는 상황에서 분명히 큰 대안이 될 수 있다.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분들은 술이 당길 경우 "무알코올, 0.00%"이라고 적힌 것을 추천한다.)



그 외에 궁금한 내용은 댓글로 물어봐주시면 열과 성의를 다해서 답변을 드리겠다. 오늘도 새벽엔 영하 10도가 넘는 추위던데 다들 잘 이겨내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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