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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실컨설턴트 Oct 26. 2017

복잡한 길을 건너는 방법

문제에 유의해야하지만, 지나치게 고민하지 마라

직업이 컨설턴트다 보니 직업병같은 것이 있다. 일은 물론 일상에서조차 습관처럼 문제를 정의하고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고, 그 해결책의 리스크를 나열해본다. 그러면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는데 해결책과 리스크가 마치 두 마리 뱀처럼 서로의 몸을 타고 위로, 더 위로 솟구치게 된다. 결국 마지막 해결책은 복잡하고 돈이 많이 드는 것이 되고 만다. 같은 일을 해결하는 것이라면 최대한 간단하고 경제적인 것을 선택하는 사람이 부자가 되고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어느 비누공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비누를 포장하는 기계가 가끔 오작동을 하여 비누가 들어있지 않은 빈 케이스가 종종 발생하여 불량이 되었다. 경영진은 이 문제로 외부 컨설팅을 요청했다. 그들은 사무실을 잡고 현장의 라인을 둘러본 다음 여러가지 해결책과 리스크를 나열해 최종 해결책을 만들어 냈다. 그들이 권고한 방법은 엑스레이 투시기를 도입하여 빈 케이스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비용인데 컨설팅 비용 10만 달러는 이미 발생했고, 엑스레이 투시기 구매에 50만 달러, 인건비 5만 달러가 추가로 발생하게 생겼다. 경영진은 이 방안을 도입할지 말지, 도입한다면 비용을 줄일 수는 없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현장에서 이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현장에 가서 문제해결 방법을 목격한 경영진은 그만 입이 떡 벌어졌다.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다름 아닌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었고, 그는 집에서 선풍기를 가져와 포장 기계에서 나오는 빈 케이스를 날려버리고 있었다. 선풍기는 50달러 짜리였다.


문제의 본질을 누가 제대로 파악했는가의 문제다. 아마도 컨설턴트들은 빈 비누케이스를 확인하는 것에 꽂혀서 그 주위를 뱅뱅 돌았을 것이다. 뭔가 확인할 방법이 필요했을 것이고 엑스레이 투시기가 거론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빈 케이스가 인식되면 이것을 라인에서 빼주는 장치를 또 더해야만 했을 것이다.

반면, 신입사원은 '빈 케이스를 제거하는 것'을 본질이라 생각했다. 비누 케이스 속이 비어있다는 것을 굳이 알아야 할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Think and Grow Rich의 38페이지에 비슷한 구절이 나온다.

문제에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되지만, 지나치게 고민해서도 안 된다. 유의하는 것과 고민하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교통이 복잡한 길을 건널 때 나는 언제나 매우 조심한다. 그러나 걱정은 하지 않는다. 조심한다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해서 조용히 처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고민한다는 것은 무익한 테두리 안을 빙빙 도는 것과 같다

제는 '본질을 파악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마주하고 사는 모든 문제점과 시스템은 수 겹의 두꺼운 비누케이스에 여러 번 싸여있다.

원자력 발전소를 생각해보자.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중 1%도 그 원리를 설명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나설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모든 발전소의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학교 다닐때 과학시간에 배운 '패러데이 원리'가 전부이다.

그림과 같이 도선에 전류를 흐르게 하면, 도선 주위에 자기장이 생긴다.

반대로 코일에 자석을 출입시키면 코일에 전류가 발생한다. 이것이 모든 발전소의 원리다. 발전소는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가에 관계없이 결국은 거대한 자석을 코일 사이에서 계속 왔다갔다하게 만들면 된다. 그러면 전류가 발생하고 이것을 모으면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다. 화력 발전소는 불을 피워서 자석을 왕복하는 힘을 만드는 것이고 수력과 조력은 물의 힘으로 터빈을 돌려 동일한 결과를 만든다. 마찬가지로 원자력은 특정 원자의 질량이 줄어들 때 발생하는 에너지터빈을 돌리는 것이다.

발전소의 원리는 화력, 수력, 조력, 원자력 모두 동일하다, 그리고 생각보다 간단하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패러데이 원리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는 사람을 우리는 통찰력이 있다고 한다. 통찰력은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지식을 비판없이 받아들이기만 해서는 절대 만들어 질 수 없다. 생각하고 그 생각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 가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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