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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Jan 03. 2020

사춘기 딸과 엄마가 함께 보는 영화

[레이디 버드] 그레타 거윅 감독 (2017)

미국 독립영화계의 스타인 그레타 거윅의 첫 단독 연출작이자 자전적 성장영화입니다. 청소년기의 성장통을 혼을 실어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골든글로브 2관왕 및 아카데미 5개 부문 노미네이트 등에 빛나는 오락성과 작품성을 모두 담고 있는 영화로 가족이 함께, 특히 딸과 엄마가 같이 보면 좋은 영화입니다. 


주인공 크리스틴은 부모가 지어준 이름이 너무 싫은 나머지 ‘레이디 버드’라는 예명을 짓고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예명을 부를 것을 강요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대로 예명처럼 정반대에 있는 뉴욕의 대학으로 훨훨 날아가 가족과 최대한 멀리 떨어져 사는 것이 꿈입니다. 철이 없을 뿐 아니라, 이기적이기도 한 사고뭉치 크리스틴(레이디 버드)는 자신이 가진 것을 무시하고 가지지 못한 것을 탐내고 부러워합니다. 헌신적으로 묵묵히 사랑을 베풀지만 부유하지 못한 부모, 크리스틴에게 부모는 너무 하찮은 존재일 뿐이었습니다. 그녀는 부잣집 친구들의 화려한 생활을 동경하고 , 평온하고 아름다운 고향은 지루하고 따분한 곳이라며 진저리칩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고 비웃고 골탕먹이던 그녀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조금씩 변해갑니다. 죽은 아들을 그리워하는 선생님을 비웃고 연극부 주인공으로 뽑힌 친구를 질투하고 뒷담화하고 선생님들에게 패드립을 일삼던 문제아 크리스틴은 성정체성으로 고민하는 게이 친구와 돈은 많지만 자녀에게 전혀 관심없는 부모를 둔 친구, 죽어가는 몸을 괴롭히는 아픈 부모를 둔 친구 등을 만나며 내면의 가치에 눈을 뜹니다. 


크리스틴의 변화 과정의 한가운데 있는 것이 바로 엄마입니다. 오디오북을 들으며 같이 펑펑 울기도 하고 치열하게 말다툼을 하며 서로를 상처입히기도 하고 사이좋게 옷을 골라주기도 하면서 딸과 엄마는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갑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엄마와 딸이 사는 모습은 비슷비슷하다고 느껴집니다. 


영화의 초반에는 누구나 혀를 찰 수 밖에 없었던 문제아 크리스틴이 어떻게 자신과 주변사람들을 존중하는 성숙한 어른이 되어가는가를 지켜보다 보면 어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아이를 포함한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왜 단편적이거나 고정적이어서는 안되는지를 저절로 깨닫게 됩니다. 사람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각과 인간에 대한 믿음이야말로 우리를 구원하는 희망이라고 느끼게 해주는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그레타 거윅 감독 (2017년) / 15세 관람가 / 시얼샤 로넌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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