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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Sep 08. 2015

일 년에 30분씩 두 번

학교 상담, 꼭 가야 하는 이유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요즘 학교에는 봄 한번, 가을 한 번, 두 번의 상담 기간이 있습니다. 매년 3월 나누어주는 학사일정 달력에 잡혀 있는 공식일정이라서 때가 되면 가정통신문도 한 장씩 날라 옵니다.

 ‘언제라도 상담이 가능하지만’ 

특히 일주일 정도의 이 기간 중에 선생님을 방문하거나 전화 상담을 하라는 안내입니다. 평소에 먼저 선생님에게 연락을 하고 학교 문을 두드리는 것이 왠지 조심스러운 부모라면 이런 공식적인 일정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선생님들도 이 기간의 학부모 방문을 좀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중학교는 초등학교에 비해 학부모가 학교를 방문하고 선생님을 만날 일이 많지 않습니다. 중학교도 학기 초에 학부모 총회가 있고 가끔씩 각종 학부모 연수나 진학설명회 등도 개최되지만 선생님과 개별적인 만남의 기회는 별로 없습니다. 이런 행사에 참석하면 교장, 교감선생님이나 부장 선생님들의 대외적이고 공식적인 멘트를 일방적으로 듣고 돌아오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 대한 여러 가지 소문도 비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떠돌 뿐입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보면 비공식적인 소문들이 사실일 경우도 많았지만 가끔 진위를 확인할 필요도 있습니다. 같은 사실도 입장과 시각에 따라 천차만별로 편집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내 아이와 얽힌 소문이 돌 때 가장 늦게 알게 되는 것은 그 부모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럴 때 선생님과 미리 안면을 익히는 것만큼 도움이 되는 일은 없습니다. 선생님들도 굳이 먼저 부모에게 연락을 하진 않지만 아이에 대해 상담을 하겠다고 찾아온 부모에게 할 소소한 이야기는 늘 있기 마련입니다. 물론 선생님이 먼저 연락을 할 적도 있지만 이건 상황이 꽤 심각한 경우거나 비슷한 일들이 되풀이된 경우가 많습니다. 


거의 모든 학교생활을 담임선생님과  함께하는 초등학생과 달리, 중학교 담임선생님의 역할이 작아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교실엔 교탁만 달랑 있고, 아이들이 담임선생님의 얼굴을 보는 것은 아침 조회시간과 오후 종례시간, 그리고 담당 과목 시간뿐입니다. 국영수 담당이 아닌 경우는 수업도 일주일에 몇 번 없습니다. 아이들도 쉽게 말합니다. 


“담임샘이 (저에 대해) 뭘 알아요?”   

“상담 오셔도 별로 할 얘기도 없을걸요.”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아침저녁 변화무쌍한 아이들을 하루 두 번 꼬박꼬박 만나는 분이 담임선생님입니다. 짧게는 십 분의 시간이라도, 매일매일 일 년 동안 아이의 얼굴을 마주 보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또한 선생님들은 전문가입니다. 동시대 비슷한 또래 수 십 명, 수 백 명의 아이들을 겪어온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짧은  한두 마디, 표정, 자세, 주변 분위기 등을 통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느끼고 파악합니다. 또한 수업 중 문제가 생길 때 과목 담당 선생님들이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분이 바로 담임선생님입니다. 


부모는 내 아이 한 명의 태어나서 지금까지, 십  수년의 세월과 역사를 알고 있습니다. 아이의 사소한 버릇부터 수시로 바뀌는 장래희망까지. 엄마만큼 아이를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들 쉽게 말합니다. 일부는 맞지만 일부는 사실이 아닙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엄마가 아이의 우주입니다. 아이의 머릿속 생각도 거의 맞출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함께하지 않는 아이의 시간이 많아질수록, 내가 모르는 친구가 많아질수록 아이의 머릿속은 미지의 세계가 되어 갑니다. 자식을 키우는 것은 연습이 없기에, 모든 엄마들은 초보 엄마입니다. 둘째는 좀 쉬울까 기대해 보지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품속의 자식은 점점 사회적 존재가 되어 갑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말도 있지만 아이가 밖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부모는 모릅니다. 내가 알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부모는 내 자식에 대해 때로는, 어쩌면 종종 장님이 되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알고 있는 깊고 자세한 아이의 이야기와 선생님이 보는 넓고 다양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만날 때 제대로 된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그 속에서 진짜 우리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속마음을 비추어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 세상에 대한 부모의 이해도 한층 깊어집니다. 


엄마가 학교에 오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도 많습니다.  


“엄마들 거의 안 와요. 선생님도 귀찮아하세요.”


바쁘거나 할 이야기가 별로 없어서 안 갔다는 엄마들도 꽤 있습니다. 실제 한 반 30명 중에서 상담을 하는 경우는 보통 대여섯 명, 많아도 열 명을 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담임선생님이 국영수 과목이 아닌 경우 한두 명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하면 꼭, 일 년에 두 번 30분씩 시간을 내어 학교에 가시길 권합니다. 그 시간만큼 알차고 보람 있는 시간은 자주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싫어하는 선생님일수록 직접 만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의 평가가 다 맞지 않을 수도 있고, 설령 아이의 표현처럼 ‘이상한’ 선생님일지라도,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아이에게 ‘네가 선생님을 싫어하는 게 엄마도 이해가 가. 하루에 두 번씩 싫어하는 선생님을 보려니 정말 힘들겠구나. 한 해만 고생하렴.’ 하는 진심 어린 위로라도 전할 수 있으니까요. 


벌써 가을입니다. 학교 상담주간이 또 돌아왔습니다. 우리 아이가 매일 마주치는 생생한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들을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마시고 가을 하늘 청명한 학교 방문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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