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일상에도 무언가 공허하다면
한국 사람들은 참 열심이다. 자원 없는 나라에서 인재만 가지고 경제 성장을 해내야하니, 치열하고 열심히 사는 모습은 미덕에 가깝다. 조직에서도 느슨함과 여유로움은 허락되지 않는다.
간만에 멍때리다 문득, 도대체 일하고, 잠자고, 밥먹고, 노는 시간들이 내 삶에서 얼마나 차지하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방법은 평균 기대수명에, 내가 쓰고 있는 시간들을 차감하며 계산해봤다.
여기서 내 일상의 시간들을 빼보기 시작했다. 충격 그 자체.
주말은 다른 계산법을 적용해야 하겠지만, 큰 틀에서 대충 어느 정도 시간이 남는지 계산해보니 남성 기대수명 기준으로 향후 47년을 더 살 수 있는 나에게 남은 '남는 시간'은 :
이었다. 그리고 참 생각이 많아졌다. 인간의 본능적인 수면 욕구를 충족시키고, 열심히 경제활동을 하면서, 아주 조금씩 취미로 시간을 보낼뿐인데 남는 시간이 30대인 나에게 고작 6년이라니.
숫자를 보고나니, 문득 내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것은 없는지 생각하게 됐다. 다른 사람들도 각각 자신만의 남는 시간이 계산될 것이고, 그 숫자가 기대보다 적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처럼 그 시간을 무엇을 하며 보내는 게 후회가 없을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이미 부모님부터 시작해 사랑했거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많이 떠나보냈다.
한국 땅에 태어나서 남들처럼 열심히 살아야한다는 암묵적 합의에 동조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피해갈 수는 없겠지만, 6년 밖에 없는 내 남는 시간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하게도 이 글을 읽게 될 분들의 남은 시간과 남은 시간에 무엇을 할 생각이 드는지가 궁금해지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