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의 답을 찾는 기업들
시니어가 편하게 살 곳,
단 14,000세대에 불과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주거 사업은 현재 우리나라 시니어 레지던스 세대와 개수만 봐도 향후 성장세가 가파를 것이 예상된다. 정부는 전체 노인 인구의 3%, 약 20만 명을 시니어 레지던스에 입주시킬 목표를 갖고 있는데, 현재 시니어 레지던스 입주 노인은 전체의 0.12%에 지나지 않고, 세대 수도 14,000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시니어 주거공간은 기존 거주공간과는 다른 설계를 가지고 있고, 근거리나 건물 내에 편의시설들이 밀집한 특성이 있어 대부분 PF나 리모델링 등을 통해 신축으로 공급돼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부동산 시행 시장이 한동안 침체를 겪고 있는 시기에도 시니어레지던스 등 시니어 전용 거주 공간에 대한 부동산 업계 관심은 뜨거울 정도다.
시니어 주거공간은 어떤 이해관계자들이 관여하고 공급하게 될까? 현재 움직임으로는 부동산 시행사는 당연하고 자산운용사, 금융사, 그리고 시니어 산업 스타트업 대형사들이 주요 플레이어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각각의 강점을 취합해 컨소시엄 형태, 파트너십 형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하고 있는데, 시니어 주거에 대해 이야기 나온 김에 시니어 산업에서 TOP4로 꼽히는 스타트업들의 시니어 사업 현황을 간단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높은 성장률 기대,
치고 나가는 '케어닥'
현재까지 300억 원이 넘는 투자유치를 기록한 케어닥은 시니어 토탈케어 기업을 표방한다. 병원 전문간병인부터 자택 가사도우미와 간병인을 파견하는 인력 플랫폼 비즈니스와 시니어거주 사업부문이 운영 중이다. 인력 파견은 기존에 있던 비즈니스 영역이지만, 최근 크게 확대하고 있는 영역은 바로 시니어거주 사업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케어닥의 '케어스테이'는 병원을 거점으로 분당과 강남, 신촌의 3개 지점이 오픈 예정 중이다. 이곳은 원하는 만큼 지낼 수 있는 단기 거주 공간으로, 전담 간호사와 청소, 방문 물리치료, 식사, 산책, 병원동행 등 전반적인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운영 중인 케어닥의 요양 시설은 '케어홈'이라고 별도로 존재한다.
때문에, 케어닥은 '시니어타운' 비즈니스를 차세대 비즈니스 모델로 꿈꾸고 있다. 이미 23년 장기요양사업과 시니어하우징 신사업을 바탕으로 103억 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는 케어닥은, 24년 9월 글로벌 자산운용사 인베스코의 투자를 유치하고 시니어하우징 전문 운영사 '케어오퍼레이션을' 공동 출범시킬 예정이다. 케어닥은 '케어오퍼레이션'을 통해 24년 내 시니어하우징 자산 8개 지점을 매입하고, 향후 3년 간 시니어 주거 시설을 50개 지점, 4,000세대까지 확장하고, 10년 간 약 2만여 세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케어닥과 진검 승부,
단단한 브랜드 '케어링'
케어링은 자동화를 기점으로 방문요양, 보호센터 운영 등 약 50개가 넘는 요양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케어링은 Series A 단계에서 상식을 깬 약 300억 원의 투자금을 받은 것으로 화제가 됐었다. 현재 누적 투자 금액은 700억 원으로, 넉넉한 자금을 동원해 재가장기요양시장에서 100% 직영점으로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양한 요양시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통합 재가 서비스화되고 있다. 특히, 유사 기업 중 매출 부문에서는 600억 원이 넘을 정도로 청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케어링은 웰에이징 콘셉트의 '케어링스테이'와 주거 및 의료 인프라를 결합한 '케어링빌리지'를 25년 선보일 예정인데, 이에 대한 기대가 크다. 케어닥의 시니어타운 신사업과 정면으로 경쟁할 케어링의 시니어하우징 사업은 지금껏 이뤄왔던 성과에 비춰봤을 때 국내 시니어주거 시장에 혁신을 가져올 긍정적인 경쟁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포브스가 선정한 헬스케어 분야 100대 유망기업인 케어링은 시니어테크, 시니어인프라 부문에서 매우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빅데이터와 슈퍼앱 전략,
'케어네이션'
2020년 간병인 매칭 플랫폼으로 사업을 시작한 케어네이션은 간병과 동행, 가사 돌봄, 비대면 결제, 의료용품 커머스, 복약 검색 등 다양한 서비스로 현재까지 누적 투자금이 300억 원이 넘는다. 역대 투자자는 삼성화재, 신한투자증권, 하나벤처스, 삼성벤처투자 등으로 비즈니스를 안정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신뢰를 얻고 있다.
케어네이션은 방문요양 등 돌봄 매칭과 서비스 제공 만족도에 진심이 느껴질 정도인데, 빅데이터를 이용한 환자 맞춤형 헬스케어 시스템 등에 특허를 보유하는 등 버티컬 플랫폼에서 선도 자리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더불어, 자회사로 '어르신세상'을 두고 있는데, 23년부터 방문요양센터 가맹사업등록을 마친 후 어르신세상을 통해 오프라인 장기요양보험서비스를 엮은 시니어 요양센터를 직영과 가맹점으로 운영 중이다. 투자받은 자금을 M&A에 다수 사용해 돌봄 서비스의 만족도가 높았던 것으로 평가받았던 케어네이션이 시니어 주거 시설에 힘 쏟는 케어닥과 어떤 구도를 가져갈지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플랫폼 사업 다각화,
'한국시니어연구소'
소프트뱅크와 본엔젤스 등 투자 유치 난이도가 최고 등급인 투자사를 통해 12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수혈했던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재가요양서비스 플랫폼 브랜드 '스마일시니어'를 운영 중이다. '스마일시니어'는 전국 1,000개 이상 요양기관과 매칭해 주는 서비스며, 이외에도 방문요양센터 행정 자동화 솔루션 '하이케어', 요양보호사 구인구직 플랫폼 '요보사랑', 일본 복지용구 브랜드 '프랑스베트'의 전동침대 독점 유통사업을 운영 중이다.
나열했듯이 플랫폼 사업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는데, 거의 모든 사업이 플랫폼, 커뮤니티, SaaS 형태라는 것이 양날의 검으로 보인다. 고령층으로 갈수록 의식주에 집중한 형태의 사업모델이 1가지 이상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음이 바람직해 보이는데, 플랫폼 비즈니스는 트렌드를 타기 때문이다. '고령화'라는 키워드가 이를 피해가게 할 수도 있지만, 플랫폼 비즈니스의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 경쟁사가 증가하면 가격 경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점이 살짝 염려스럽다. 하지만, 이 회사는 대표가 시니어산업에 진심이라는 소문이 많아, 쉽게 휘청거릴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이 외에도 더 많은 시니어 관련 기업들이 있지만, 위 4개사의 활동만 꾸준히 파악해도 현재 국내 시니어 시장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케어링과 케어닥의 시니어 서비스드 하우스, 시니어 레지던스 시장에서의 경쟁은 눈여겨볼 만하며, 플랫폼을 너머 솔루션, 인프라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