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부터 조직문화와 관련된 책을 읽고 같이 이야기하기 시작한 모임 조말론이 어느새 함께 한 지 1년에 가까워지고 있다. 처음엔 꽤 빡빡하고 구체적으로 주제들을 다뤘는데 2018년 하반기부터는 각자 하는 일이 많이 달라져 이전처럼 하나의 주제를 다루지는 못한다. 다만 서로가 서로를 더 잘 알게 되었고 어떤 것에 관심이 생겼는지 파악하고 있기에, 일주일에 한두 개씩 인상적으로 읽은 아티클을 요약하고 한 두 문단의 코멘트를 노션으로 공유하고 있다. 신년 버프를 받아 지금까지 각자 세 개 정도의 아티클을 다뤘다. (ㅋㅋㅋ)
지난주 내가 선정한 아티클은 퍼블리에서 발행한 매거진이었다. https://publy.co/set/373
퍼블리가 뉴욕타임스의 뉴스를 선별해 제공합니다.
2019년 1월에는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에 하나씩의 큐레이션이 업데이트되며, 각 큐레이션의 기사는 발행 당일로부터 다음 주 월요일 오후 3시까지 무료로 공개됩니다.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매니저'가 된 사람들을 위해, 변화의 시기를 맞아 '좋은 매니지먼트'의 기본을 다시 생각할 모든 분을 위해 기획했다고 쓰여져 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의 목표가 '잘 버리기, 잘 정리하기' 인지라 해당 아티클을 인상 깊게 읽었다.
작년에 읽었던 책 중 '어댑티브 리더십'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당장 내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포지션에 있지 않더라도, 변화에 적응하고 이를 다룰 줄 아는 '어댑티브 리더십'이 누구에게나 중요한 역량이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참 좋았다. 비슷한 맥락에서 퍼블리의 이번 리포트도 마음을 다잡는데 도움이 됐다. 아직 나는 1인 팀으로 일하고 있지만 내 주변을 잘 'manage'하고, 다른 사람과 나 자신을 잘 설득하고 싶은 열망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두 개 이상의 일을 하려고 하면, 한 가지 작업에 집중하는 것보다 효율성이 떨어진다.
더 적은 일을 할 경우 내가 선택한 것에 몰두해야 한다는 엄격한 요구 조건이 따라온다.
2014년 2월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어느새 만으로 5년이 찼고 6년 차가 되어간다. 좋은 동료들을 만나 즐겁게 달려오면서 해보고 싶은 것이 있을 때마다 이리저리 열심히 찔락댔다. 지원기관 주임, 매니저, 그리고 이제 지그재그 팀에서 Relations팀 팀원이 될 때까지, 나에게 주어진 일 그리고 누가 해야 할지 명확하지 않지만 내가 해보고 싶은 그레이존의 일들에도 열심히 손을 뻗쳐보았다. 다행히 그 어느 곳의 그 누구도 내가 해보고자 하는 일에 대해 '그건 감히 네가 할 일이 아니야' 또는 '네가 도전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야'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눈 뜨고 귀 열며 새로운 것들을 접해볼 수 있었다. 제너럴리스트, 멀티태스킹, 한 번에 여러 일에 관심을 둘 수 있는 오지랖이 나의 강점이라고 감히 생각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말 그대로 5년을 꽉 채우고 나니, 이제 해보고 싶은 것을 많이 하는 것보다는 '더 중요해 보이는 것, 더 잘 해내고 싶은 것'들이 생겼다. 다양한 곳에 관심을 두고 이런저런 것에 도전해보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나열해 그 안에서 우선순위를 세우고, 선택하며 집중하고, 그 외의 일들을 깔끔하게 정리해 나가는 역량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최근의 나는 선택, 집중, 정리가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지, 동시에 얼마나 어려운지를 여실히 느끼고 있다. 이건 선택, 집중, 정리가 좋은 매니저가 되는 중요한 조건이어서 그런 게 아니라 스스로 여러 가지 일들에 손을 뻗치다보니 나의 부족함을 매일같이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불어나버리는 여러 가지 생각과 태스크들에 무기력해지다가도, 더 절실하게 '정리해야지'라고 마음먹게 되는 것 같다.
새로운 팀원이 들어오거나 조직이 확장될 때, 나의 업무를 확장시키는 일 만큼이나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잘 덜어내고 남에게 잘 넘겨주는 것이 어렵고 힘들다는 건 직간접적으로 체감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모든 일을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선택한 것에 몰두해야 한다는 엄격한 요구 조건을 기반으로 나의 업무를 정리하고, 집중하고, 또 그 업무를 나의 전체적인 열정과 직결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타인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좋은 매니저가 되기 위해서 말이다.
올해 어떻게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인가? 불필요한 부분을 없애고 간소화해 보라.
결국 눈 앞에 있는 수많은 태스크와 내 앞에 놓인 업무들, 그중에서도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내가 해야 하는 것, 내가 하기 싫은 것과 내가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을 잘 분류하고 이것들의 우선순위를 잘 정할 수 있는 사람, 그 과정에서 나와 내 조직이 원하는 것을 잘 allign 시키거나 균형감 있게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이 정말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느껴진다. 그런 사람이 너무 너무 되고 싶다. 일을 '잘'하는 것 자체가 어떤 것인지, 지금 나의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최근 부쩍 많이 하는데 이번에 퍼블리의 리포트를 읽으며 산만하게 펼쳐진 안개들이 어느 정도 걷히는 느낌이었다.
모든 것들에 일단 손을 대보고 싶은 나의 욕구, 이런저런 것들을 일단 시작해보고 싶은 나의 욕구를 다잡는 것, 지금의 일을 더 단단하게 만들며 잘 마무리짓는 것도 결국은 '버리는 자세'와 연관되어 있었다. 하고 싶은 말들을 잠깐 다잡고 남의 말을 많이 들어주려고 노력하는 것, 때로는 그 말이 나의 생각이나 의견과 다르더라도 발전적인 방향의 피드백을 서로 주고받는 것, 이 모든 태도들이 결국은 버리는 자세나 정리하려는 의지와 깊게 연관되어 있다는 걸 배워간다.
어른이 될수록 더 많이 가질 수 있고 더 많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반대의 경우가 더 현명한 처신인 경우가 많다는 걸 배워간다. 그래서 김광석이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라는 가사를 노래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