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집중해서 달려야 하나
안식휴가를 다녀왔다.
회사에서 3년 주기로 한 달 안식휴가를 주는데 이번 안식휴가는 어찌 보면 나한텐 의미가 깊었던 휴가다.
3년 뒤에 내가 결혼을 한 상태일지 모르는 거다만,
멀쩡하게 잘 산다면 그리고 운이 좋다면 결혼을 했을지도. 어쩌면 임신을 했거나 또 어쩌면 아이가 있을지도.
오롯하게 나 홀로 일이 아닌 다른 것에 한 달이란 시간 동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다.
본래 안식휴가 동안 내가 앞으로 집중할 건 무엇인지, 하고 싶은 건 무엇인지 찾아와야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역시 그럴 줄 알긴 했으나 찾아오지 못했고 깊게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 상태로 안식이 끝나고 다시 회사에 돌아와서 자리에 앉아서 일을 하려니 오히려 속이 텅 빈 느낌이다.
나는 보통 바쁘더라도 내가 무언가를 집중해서 할 때 그리고 무언가를 함으로써 내가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보람을 느낀다.
다시 지금은 무언가에 집중을 해야 할 때인 것이다.
도예수업을 다시 본격적으로 받으면 나아질까-
개발 공부를 해야 하긴 하는데 언어를 공부해야 하나, 설계를 공부해야 하나.
나는 이제 어디에 초점을 맞춰서 봐야 하나.
어찌 보면 안식휴가 때 답을 찾아와야 했었던 질문들을 이제야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다.
결국 할 일을 미뤄서 생긴 나의 문제.
애매한 연차가 되어서 더 깊게 알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기고,
내가 약한 쪽부터 보강을 해야 하나 싶었다가, 그럼 강한 쪽은 어딘가 싶었다가,
내가 가고 싶은 노선이 무엇인가 고민을 했다가.
강점을 더 강하게 만드는 게 맞는 것일까 생각을 했다가.
기초를 다시 한번 정리하고 싶었다가 그럼 기초만 몇 번 보는 거냐 싶었다가.
내가 개발을 좋아하긴 하는 건가.
더 잘하고 더 오래 더 깊게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또 있진 않을까.
내가 좋아하는 건 무엇인가.
뭘 할 때 재밌더라.
내 취미는 요즘 뭐더라.
내가 좋아하는 내 모습은 다 어디 간 거지. 괜히 씁쓸하다.
고민이 길어지면 더 우울 해진다는 건 잘 알고 있어서
오래 고민하진 말아야지 하면서도 선뜻 어디로도 발이 떼지지 않는다.
안식휴가는 끝났는데 내 마음은 자리를 못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