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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PD Dec 29. 2021

2021년의 드라마/애니메이션

2021년에 본 드라마는 총 16개 시리즈(SP 2편 포함), 애니메이션도 16개 시리즈. 작년에 드라마 12개, 애니메이션 13개였으니 좀 늘었다.



1. 2021년 TV시리즈 베스트3



가장 ‘신선했던’ 드라마는 <상견니> 2019년-2020년 방영 작품이지만, 한국에선 올해 많이 회자된 것 같다. 타임슬립에 로맨스에 스릴러까지 끼얹어놓고, 결말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감정의 깊이를 놓치지 않는 밸런스가 참 좋았다. 따지고 들면 이런저런 물음표도 많지만 어쨌든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는 거. 대만 드라마 첫 경험이 좋았네.


가장 ‘좋았던’ 작품을 꼽으라면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SP>다. 이거 보려고 본편도 다시 봤는데 충분히 그 시간을 쓸 가치가 있었다. 통속 소설에 담긴 디테일이 일종의 사료라고 본다면, 코로나 시대에 제작된 드라마들에 코로나의 ‘코’자도 안 보이는 건 좀 이상하지 않나 싶은데, 이 작품은 시대와 인물, 서사, 주제의식을 솜씨좋게 버무려내는데 성공했다. 마침(?) 두 주연배우의 결혼소식까지 곁들여져 뭔가 완전체가 되어버린 작품


그리고 올해 올림픽 여자배구 때문에? 덕분에! 오랜만에 가슴 뛰게 만드는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만났으니 바로 <하이큐>, 특히 세컨드 시즌은 정말 좋았다. 성장덕후인데 정작 현실에서는 성장은커녕 동기부여조차 어려운 환경에 갇혀있는 나로서는 그 여름합숙의 공간, 성장판을 끓게하는 용광로 같은 공간에 던져지는 경험을 부러움 반, 감동 반으로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상견니 / 사랑보다는 헤어짐에 대한 이야기. 그래도 당분간은 그 마지막 춤의 시간 속에 갇히고 싶더라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SP / 니게하지가 정말 니게하지답게 그려낸 코로나 시대의 사랑

하이큐 세컨드 시즌 / 재능은 피어나는 것, 센스는 연마하는 것, 그리고 집념은 불태우는 것


2. 다시 불타오른 일드 덕후



2000년대 한창 일드 열풍이 불 때 보고 또 보고 참 좋아했던 작품들이 돌아왔다. 결못남의 시즌2인 <아직 결혼 못하는 남자>가 몇 년 전 방영됐단 사실을 알게 되어 시즌1부터 다시 봤는데 시즌1은 역시 레전설 ㅠㅠ 시즌2도 시즌1만큼 파격적이진 않았지만 즐겁게 볼 수 있었고, 올해 방영된 <드래곤 사쿠라2>는 묘하게 한자와 나오키가 끼얹혀진 느낌이라 아쉬우면서도 그게 또 사쿠라기 캐릭터에 어색하지만은 않아서 좋았다. 최고!라고 할 순 없어도 어떤 이야기들을 시작하기에 좋은 작품들이라는 점도 포인트. 별만 찍어놓고 계속 미루던 <프로포즈 대작전>이나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나기의 휴식> 모두 편하고 따뜻한 시간을 보내게 해줬다.


아직 결혼 못하는 남자 / 맞춰준다와 마주한다 사이의 어딘가에서. 그나저나 설마 10년 뒤에  또?!

드래곤사쿠라2 / 한자와 사쿠라가 되어버린 건 아쉽지만, 캐릭터들의 행복을 바라게 만드는 솜씨는 여전

나기의 휴식 / 인생에 리셋이란 없지, 고쳐쓰는 것일 뿐. 그래도 어떤 휴식은 축복이 된다.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 그 가게와 함께하기 좋은 날. 모닥불 같은 따뜻함이 있는 풍경

프로포즈 대작전 / 소중한 사람을, 마음을 잡는 것에 '나중에'는 없다.

프로포즈 대작전 SP / 한참의 시간을 달려 건넨 그 말. 요로시쿠 오네가이시마스


3. 역시 애니는 일본?



올림픽 기간에 꽂힌 <하이큐>는 나온 것까진 뭐... 단숨에 다 해치워버렸고, 하도 화제여서 반신반의하며 틀었던 <귀멸의 칼날 1기>는 이야기 자체보단 스타일에 매료되어 쭉 볼 수 있었다. 2기가 얼마 전에 시작했는데 못 기다리고 만화책으로 다 봤다는 게 함정... <약속의 네버랜드>는 1기가 정말 좋았으나, 2기가 워낙 폭망이라 ㅠㅠ 아쉬워서 마찬가지로 만화책을 찾아봤다. 원작을 다 보고 나니 정말 2기는 이해할 수 없는 변주였다. 이제 프로젝트라기보다 프랜차이즈에 가까운 <러브 라이브>의 신작들은 쏘쏘


하이큐 / 달려간다, 날아오르기 위해. 날아오른다, 우리가 함께.

하이큐 카라스노 vs 시라토리자와 / 보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질 정도로, 온몸으로 부딪히는 쾌감에 중독될 것만 같다

하이큐 to the top / "찬스는 준비된 마음에 찾아온다." 성장하는 별들이 반짝반짝거리는 건 정말 아름답구나

하이큐 땅과 하늘 / 서브라고 무시하지 마라

약속의 네버랜드 1기 / 때론 무게와 관성에 잡아먹혀버리는 게 편할 수도 있지만, 멈추지 않는 변주로 한땀한땀 자기만의 길을 새겨가는 이야기

약속의 네버랜드 2기 / 좋은 질문과 허무한 마무리

귀멸의 칼날 1기 / 멈추면 무너진다. 아프고 무섭고 지겹더라도 또 한발짝 내딛을 수밖에

러브라이브 니지가사키 / '하나의 이야기'일 이유가 있었을까?

러브라이브 슈퍼스타 / 이쯤되면 러브라이브 애니메이션 유니버스


4. 스타일도 만족도도 다양한, OTT 오리지널 시리즈



올해 드라마 중에서만 베스트3를 고르라면 니게하지와 상견니에 더해 <라우디스트 보이스>를 꼽겠다. <뉴스룸>이 미국 민주당 스타일의 언론 판타지라면, <라우디스트 보이스>는 공화당 스타일의 극단적인 현실론이랄까.. 이성이냐 욕망이냐/계몽이냐 선동이냐의 이분법으로 구분해볼까 싶기도 하고(물론 두 작품 모두 이렇게 구분되지만은 않는다), <웨스트 윙> vs <하우스 오브 카드> 같은 구도도 생각나고, 아무튼 여러모로 생각해볼 지점이 많은 작품.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지옥>이 원작에 비해 아쉬웠다면, <카우보이 비밥> 실사판은 원작에 비하기 민망할 정도로 처참했다. 물론 이건 내가 원작 팬이어서 그럴지도 ㅠㅠ 별 기대는 없었지만 의외로 좋았던 건 <아케인>이다. 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롤은 한 번도 안해본(!) 매우 희귀한 케이스일텐데, 게임에 대한 관심과 별개로 <아케인>은 이야기와 캐릭터, 연출까지 스타일을 너무 잘 뽑았다. 시즌2 빨리 내주세요....흑


라우디스트 보이스 / 브레이크가 고장났을 때, 힘센 엔진은 비극의 크기만 키울 뿐.

지옥 / 진짜 헬조선을 보여주마

아케인 / 징크스 비긴즈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못다한 이야기 / "자신의 악한 면과 기꺼이 싸워야만, 자신의 선한 면이 드러난다" - 어거스트 윌슨

카우보이 비밥 실사판 / 이건 좀 바꾸지 싶은 건 안 바꾸고 안 바꿔도 좋았을 건 바꾸고.. 좋은 시도들조차도 밸런스가 무너지니 완전히 따로 논다.


5. 프랜차이즈의 안정감



나오면 봐줘야 하는 프랜차이즈 작품들. 시즌5로 끝난다던데 제발 시즌6를 내달라 시청자 청원(?)이라도 올리고 싶은 <김씨네 편의점>과, 시즌3 출시를 계기로 드디어 정주행 한 <오티스의 비밀상담소> 시리즈는 정말 좋았다. <힐다>는 시즌1에 비해서는 약간 아쉬웠는데 결말에서 갑자기 잉??? 돼버리면서 이제 시즌3 주세요 모드... 반면 <디스인챈트>는 점점 산으로 간다는 느낌이다. <퓨처라마>나 <심슨 가족>처럼 산으로 가면서도 중심이 잡혀있질 않다보니 슬슬 지루해지는 중. <러브, 데스+로봇>도 시즌2는 시즌1에 비해선 타율이 깎여서 아쉽다. 그리고 올해 꽤 좋은 평가를 받는 한국 드라마가 많이 나왔는데 내가 유일하게 본 한드는 <슬의생 시즌2>였고, 참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냥 장작불 쳐다보는 심정으로 보긴 나쁘지 않았던 거 같고 뭐 아무튼 그렇다.


오티스의 비밀상담소 시즌1 / 이게 진짜 성교육

오티스의 비밀상담소 시즌2 / 파격은 줄고 고민은 늘고, 원래 중간이 힘들지

오티스의 비밀상담소 시즌3 / 오티스, 메이브, 애덤, 에릭, 잭슨, 에이미, 10대 캐릭터들 모두 한발짝씩 내딛는 와중에 부각되는 어른들의 결핍

김씨네 편의점 시즌5 / 아직은 못보낸다구

어그레시브 레츠코 시즌4 / 레츠코가 주변을 보기 시작한 걸까, 주변이 레츠코를 밀어내는 걸까

카르멘 산디에고 시즌4 / 굿바이 카르멘. 억지스럽고 산만한 감이 있지만 어쨌든 카르멘을 떠나보내려면 이정도 살풀이(?)는 해줘야.

디스인챈트 시즌3 / 기괴하게 현실적인 부모 자식 사이

힐다 시즌2 / 힐다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세대가 조금 부러워진다

러브, 데스+로봇 시즌2 / 타율이 많이 낮아졌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 끊임없는 자기복제 가운데 그나마 감정선을 살려준 러브라인. 그마저도 마지막화에선 뜬금없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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