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과 극장판의 무한루프 속에
극장판 개봉하자마자 보고 팟캐스트로 방송까지 한 게 2주 전인데.. 정말 많은 얘기가 떠돌다보니 오히려 내 안에서 정리가 되는데 시간이 걸렸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들 하지만, 나는 그렇게 꺾이지 않는 마음이 만들어지는 환경에 더 눈이 간다.
강백호가 산왕전 후반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코트로 들어갈 때, 원작에는 이런 내면묘사가 나온다. "이런 식으로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 기대받기는 처음이었"기에, 그는 그전까지와는 조금 다른 마음으로 코트로 나선다.
나의 꺾이지 않는 마음을 지펴주는 존재, 그건 안 선생님과 같은 멘토이기도 하고, 같은 코트에서 뛰고있는 동료들이기도 하다. 코트 위의 북산 멤버들은 각자의 이유로, 각자의 타이밍에 한계상황에 부딪히지만 그때 옆을 돌아보면 누군가는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비틀대다가도 슟을 던지는 정대만이라든가, 부상에도 '영광의 순간은 지금'이라 말하며 몸을 날리는 강백호라든가.도미가 아니라 가자미가 되기로 한 채치수나 결정적 순간에 패스를 하는 서태웅의 변화 역시 '자신의 고집'이 아닌, '동료'라는 존재를 부각시킨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나의' 꺾이지 않는 마음이 아니라,
내 마음을 다른 마음들과 연결하여
꺾이지 않는 다발을 만드는 것이다.
그 마음의 다발 안에서 최선을 다할 때, 결과와 관계없이 빛나는 순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극장판에는 이런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는 맥락들이 많이 삭제돼있다. 31권짜리 만화책과 두 시간짜리 영화에서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의 차원이 다르니 그게 극장판의 흠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극장판은 원작의 배치 안에서 볼 때에야 비로소 그 감동이 극대화된다. 또한 원작 역시 극장판이 더해준 송태섭의 맥락과 함께 볼 때, 더 두터운 이야기가 된다.
결론은 무엇인가, 원작 → 극장판 → 원작 → 극장판의 돌고도는 무한루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은
삐빅, 정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