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콘텐츠 리뷰 팟캐스트를 만들고 있다. 좋은 게 왜 좋은지 잘 말하는 것, 문장과 단어 / 장면과 대사에 응축된 감정과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낸다는 게 직접 해보려고 하면 꽤나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좋은 리뷰나 평론을 보면 조금은 흉내내볼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신형철의 평론을 볼 때면 그런 마음조차 사라진다.
시인이 자신의 몸과 사유로 감각한 세계와 삶을 '고르고 고른 말'로 노래하듯이, 신형철은 시라는 세계로 들어가, 시의 행과 연을 눈앞의 사건으로, 사람으로 그려낸다. '공무도하가'가 1부의 첫 순서로 배치된 것은, 저자에 따르면 '가장 오래된 인생과 그 고통이 여기에 있기 때문'이라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 노래가 품고 있는 인생의 비밀들을 놓치지 않으려면 (시에 등장하는 인물) 네 사람 모두의 내면을 다 살펴야 하리라"는, 이 평론집이라는 세계가 돌아가는 원리를 보여주기 때문에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인생의 역사>라는 제목처럼, 삶의 어느 순간에 읽느냐에 따라 스물다섯 편의 글이 주는 감동이 다를 것이다. 지금 가장 내 마음에 남은 문장은 최승자 시인의 '20년 후에, 지(芝)에게'를 다룬 글에서 찾았다. 생의 에너지를 품고 있는 어린 아이에게 "생에의 찬가를 들려주고 싶지만 삶의 진실은 비가 쪽에 있"다는, 최승자 시인의 서늘하고 정확한 현실인식을 짚어낸 뒤에 신형철은 덧붙인다.
“부디 그의 가까운 곳에,
그를 다정히 안아주는 사람들이 많기를”
망한 거 같고, 망할 게 뻔하고, 이미 망했다는 게 ‘공통감각’이 되어버린 시대에, 앞으로 가라앉는 길만 남았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그 삶을 지속할 방법이 있을지 묻는다면, 누군가의 다정함이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나 역시 다른 누군가에게는 답으로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조금은 안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