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생태계 (투자 IR)
스타트업이 투자받고 성공하는데, 학벌이 중요한가요?
현직 스타트업 임원의 질문에 그 자리에서는 여러 가지 나의 생각과 주장을 나열했으나, 만족스러운 정리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과연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투자받고 성공하는데 학벌이 얼마나 중요한가? 에 대한 나의 생각을 올려 본다. (학력과 학벌이 다른 개념이긴 하나, 이 글에서는 혼재되어 사용하였다)
질문을 했던 그분도 스타트업이 투자받는데, 창업자의 학벌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대답을 듣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엄연한 현실을 무시하고 희망고문만을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주위 창업자들의 실제 사례를 통해 학벌이 스타트업 투자와 성공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A 창업자는 IR 후 투자 거절을 받을 때마다 ‘남들처럼 좋은 대학 나오지도 못했고 네트워크가 좋지 못해서 어렵다’고 푸념을 하곤 했다. B 창업자는 자사가 동종업계 다른 곳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를 멤버들의 학벌과 개개인의 능력 부족 탓이라고 하곤 했다. 이 두 가지 경우는 스타트업이 잘 안 되는 이유를 수많은 원인 중 하나인 학벌과 인맥에서 찾으려는 명백히 핑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C 창업자는 본인이 좋은 학교 출신이 아니라 항상 저평가되었다고 생각하여 신규 법인에서는 더 좋은 학벌의 멤버를 대표이사로 세우려고 한다. 이 또한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라고 조언했지만, C창업자 개인적 경험에 의한 ‘상황인식’이니 실제 경험하지 못한 나로서는 이를 완전히 부정하기도 어렵다.
내가 투자 검토했던 한 블록체인 ICO백서에서는 주요 멤버들의 출신 고등학교까지 기재하기도 했다. 물론 고등학교 학벌까지 보는 것은 극단적인 예외 사례이고, 나는 좋지 않은 인상을 받았지만, 어쨌든 투자자들 중에는 출신 학교를 보고 팀의 역량을 판단한다는 그들의 가정이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일부 투자자들이 창업자와 주요 멤버들의 학벌을 참조한다는 것과 일부 창업자들이 학벌이 성공에 매우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은 부정하기 힘든 엄연한 현실이다. 정확한 통계 수치는 없지만, 학벌과 투자 성공사례에 상관관계가 있다고도 한다.
[참고] https://clomag.co.kr/article/3071
그러나, 학벌이 스타트업 투자 성공의 필요충분조건은 분명 아니다. 그와 별개로 성공했던 사례들 또한 많이 있기 때문이다. 배달의 민족, 야놀자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반대로 좋은 학벌로 구성된 멤버들이 실패한 사례들도 많다. 그리고, 최근 개발자를 뽑을 때 블라인드 채용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보면, 학벌보다는 오직 실력으로만 판단하겠다는 회사와 사람들도 분명히 늘고 있다.
[참조] https://blog.naver.com/fcsn/222754133877
한편, 스타트업 투자와 성공 분야뿐만 아니라 직장생활의 성공에서도 학벌과 학력이 중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회사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나의 학벌 탓이라고 할 수도 있다. ‘나도 만약 대표와 같은 학교 선후배였더라면’ ‘내가 대학원 졸업장만 있었더라도 더 잘 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식의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니, 대한민국에서 학벌에 대한 논쟁은 그리 단순하지 않은 문제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스타트업 투자 업계나 기타 직장생활에서도 학벌과 학력이 성공에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을 스스로 채워 넣어야 하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 남들과 다른 나만의 길로 가야 한다. 그리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에 동의하는 투자자나 팀 동료들을 찾아야 한다.
비슷한 실력이면 가까운 사람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인지상정임을 인식해야 한다. 안 되는 이유를 찾기보다는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드는 것이 건설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제품이나 개인 능력이 월등히 뛰어나거나 차별화할 수 있다면, 학벌과 배경이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참고] https://blog.naver.com/angela98/222291441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