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eet of Early Birds @ Ayutthaya
가끔 사람들이 묻습니다.
"사람이 아무도 없는 유적 사진은 어떻게 찍어요?"
포토샵 재주가 없고 빽도 없다면 방법은 하나. 문 열 때 들어갑니다. 아무리 술을 마셨더라도요.
특히 동남아시아를 여행할 때는 꼭 사진이 아니더라도 아침 일찍, 오후 늦게 여행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빛도 예쁘지만, 일단 여행하는 사람이 좀 살 것 같거든요. :)
방콕에서 1시간여 떨어진 아유타야 Phra Nakhon Si Ayutthaya พระนครศรีอยุธยา 는 14세기부터 18세기까지 번성했던 아유타야 왕국의 수도였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가 있었다고 자부하는 이 곳엔 그만큼 많은 사원들이 아직까지 남아있습니다. 아유타야 곳곳에 자리 잡은 이 사원들은 아름다운 공원으로 꾸며져 있어서 관광객들은 물론 내국인들에게도 사랑받는 곳입니다.
많은 관광객들이 방콕에서 아침에 출발하여 당일 코스로 아유타야를 둘러보고 돌아가곤 합니다. 그렇지만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아유타야 역사공원에서 1박, 혹은 2박을 하며 아침 일찍 사원을 둘러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늘 사람이 붐비는 왓 야이 차이 몽콘 Wat Yai Chai Mongkhon วัดใหญ่ชัยมงคล 을 아침 산책으로 만난다면 더 특별하겠죠.
입구에서부터 고양이가 환영합니다. 사람을 아무도 못 만난 듯 화들짝 놀라는 녀석을 진정시키고 산책을 나섭니다. 아유타야 역사 공원의 많은 사원들의 입장료가 20~50밧으로 저렴합니다. 한국 돈으로 2000원도 하지 않네요. 옆 나라 큰 사원 입장료를 생각하면... 8시부터 연다는 데 일찍 출근한 직원분 덕분에 저도 일찍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왓 야이 차이 몽콘의 상징인 거대한 쩨디 chedi เจดีย์ (사리를 봉양하는 탑, 영어로 Stupa라고 하죠)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 탑은 1592년 나레수엔 Naresuan 왕이 버마와의 전투에서 승리한 기념으로 건축되었습니다. 왓 야이 차이 몽콘을 영어로 번역하면 Great Monastery of Auspicious Victory, 부처의 가호를 받은 상서로운 승리를 기념하는 사원이라고 하니 당시 전투의 의미가 느껴집니다.
탑의 뒤편에는 수많은 부처상들이 미소를 머금고 앉아있는데요, 저보다 더 일찍 나오신 태국분들이 있네요.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살짝 다가가 보았더니 부처님께 가사를 입혀드리고 있습니다. 공양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는 말에 조용히 함께 합장해봅니다.
1시간만 더 있으면 저 계단을 따라 탑으로 올라가 아유타야 전망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일 예정인 사원 전경입니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나와서 천천히 산책하고도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아침. 심지어 그리 덥지도 않은 시간이라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양쪽 부처님처럼 제 얼굴에도 미소가 돕니다.
저보다 한 발 늦으신 태국분께서 제 미소를 보셨는지 살짝 웃음 짓고 공양을 드리시네요. 법무부 출근 전에 잠깐 들리신 듯 제복을 입고 오신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40분이면 둘러볼 수 있는 사원이지만 남들보다 조금 일찍 나와서 1시간 반 정도 둘러보며 빛의 움직임을 바라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 그래서 더 기억에 남을 이른 아침의 거리였습니다.
자, 이제 아침 먹으러 호텔로 돌아가 볼까요?
남들이 출근하는 시간에 유유자적 호텔로 돌아가는 성태우 Songthaew สองแถว.
여행의 아침이란 이런 맛이죠.
Location : Ayutthaya, Thailand
Date : Dec, 2016
Format : Digital (Color)
Camera : Nikon Df, D700
Lens: af-s Nikkor 16-35mm f/4G ED VR, 70-300mm f/4.5-5.6G IF-ED VR
Editing : Adobe Lightroom 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