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관석 Nov 02. 2017

잃어버린 아이들의 거리 #2

the Street of Lost Children @ Phnom Penh

캄보디아의 가장 큰 명절 중 하나인 쫄츠남 Chaul Chnam Thmey ចុលឆ្នាំ 아침,  많은 캄보디아인들이 고향으로 떠난 뒤라 수도 프놈펜은 고요함을 넘어서 적막하다. 상가들도 문을 닫으니 외국인들도 딱히 갈 곳 없이 거리를 떠돌 수밖에 없는 나날 인 셈. 문을 연 식당들이 좀 남아 있는 강변으로 향하던 중 호수였던 곳이라는 게 무색해진 벙깍 지역에 멈춰 섰다.

the Street of Lost Children @ Phnom Penh 한 때는 호수였지만.
the Street of Lost Children @ Phnom Penh 호수도, 친구도 사라진 곳에서.

흙길을 따라 조금 들어가니 자전거를 타고 나온 아이와 마주한다.


-고향에 안 갔어?

"부모님이 일하고 있어서요"


-친구들은?

"호수 없어지고 어디론가 떠나버렸죠"


-넌?

"길 건너로 이사 가긴 했지만..."

"아저씨, 벙깍 호수 보러 왔어요? 너무 늦었어요."


알아.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땐 이미 늦었더라구. 호수도, 너의 이야기도.

그 뒤로도 제법 찾아갔지만 아직도 못 만나 그 친구. 지금은 어디서 그 호수를 찾고 있을까.

the Street of Lost Children @ Phnom Penh 자전거로 달릴 수 없던 곳, 이제는 달릴 수 있지만 함께 달릴 이 없네

*캄보디아 인민당 CPP의 상원의원과 중국계 회사의 합자기업 '슈카쿠'사에 2007년부터 99년간 임대된 벙깍 지역은 호수를 메우고 인근 마을들을 강제 철거한 뒤 제대로 된 보상도 하지 않고 개발을 진행 중이다. 많은 철거민들이 투쟁을 통해 권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와 프놈펜 시는 공권력으로 강경 대응하며 뒤에선 철거민들 사이를 적절하게 갈라놓는, 어디서 많이 본 수법으로 맞서고 있다. 홍수 조절 기능도 담당하고 있던 호수가 사라지면서 매년 프놈펜은 우기 때만 되면 물난리를 겪고 있지만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도시 주변의 작은 호수들도 하나 둘 사라지고 있는 실정.


Location : Phnom Penh, Cambodia

Date : Apr, 2012

Format : Digital

Camera : Epson R-d1

Lens: Voigtländer Color Skopar 21mm F4

Editing : EPSON PhotoRAW 1.21

매거진의 이전글 잃어버린 아이들의 거리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