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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석 Dec 14. 2017

잃어버린 아이들의 거리 #5

the Street of Lost Children @ Phnom Penh

2012년 10월 15일 캄보디아 전 국왕 시하누크의 서거가 발표되었습니다. 이틀 뒤인 17일 베이징에서 프놈펜으로 시신이 운구된 후 1주일간의 애도기간 동안 왕궁 앞으로 모여드는 추도객들의 발길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1년 전 캄보디아의 큰 축제 중 하나였던 '물축제'에서 300여 명이 압사사고를 당했던 비극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이들이 모이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았죠. 우려와 달리 많은 캄보디아인들은 경건하게 그들의 큰 어른을 보내드리고자 질서 있는 시민의식을 보여줍니다. 지식인들과 역사학자들의 엇갈린 평과 다르게 "국부"로서 존경받으며 말이죠. 이방인의 한 사람으로 그 군중 속에서 며칠의 시간을 함께했습니다.

the Street of Lost Children @ Phnom Penh 추도객으로 가득 찬 프놈펜 왕궁 앞.
the Street of Lost Children @ Phnom Penh 헌화한 연꽃과 국화 뒤로도 추도객이 가득

그렇게 추도객들이 마음을 쏟는 동안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추도객들이 공양하는 꽃과 초 사이에서 유독 분주하게 말이죠. 그리고 그 아이들이 열심히 움직이는 동안 가득했던 꽃과 초가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궁금한 나머지 한 아이의 뒤를 밟아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기척을 느낀 건지 흠칫 멈춰 섭니다. 아이가 뒤를 돌아보기 전에 한 두 걸음 물러나 다른 곳을 보는 척합니다. 잠깐 뒤를 돌아봤을 뿐인데 다시 시선을 돌려보자 저만치 멀리 도망가 있습니다. 그러다 장난기 없는 눈과 마주쳤을 땐 측은함보다 아이의 또 다른 세상에 다가갈 수 없는 벽이 있음을 실감합니다.

the Street of Lost Children @ Phnom Penh 잡았다, 요 녀석
the Street of Lost Children @ Phnom Penh 잊을 수 없는 눈빛

얼마간 군중 속에 있었을까요. 더러는 추도의 마음을 서로 나누기도 하고, 때로는 죽은 이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하는 이와 마주하기도 하며, 그저 또 다른 축제라 여기는 외국인들을 만나기도 하면서도, 나와 같이 이 상황을 어떻게든 남기고 싶은 얼치기 저널리즘 꿈나무들과 눈인사를 주고받기도 하지만, 매그넘 작가 John Vink 같은 분들의 절제된 셔터 소리에 숙연해질 때 즈음.


그 아이를 다시 만납니다. 짧은 시간 동안 자기 일에 더 능숙해진 그 아이를.

the Street of Lost Children @ Phnom Penh 그새 꽃다발을 쥐는 솜씨가 늘었다
the Street of Lost Children @ Phnom Penh  짧은 순간

Location : Phnom Penh, Cambodia

Date : Oct, 2012

Format : Digital

Camera : Nikon D700

Lens: af-d Nikkor AF 24-85mm f/2.8-4 IF, af-s Nikkor 16-35mm f/4G ED VR

Editing : Adobe Lightroom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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