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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새해, 첫 소설 소식.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문예 웹진, '문장웹진'에 단편소설 <오경보>가 게재되었어요. 문장웹진 플랫폼은 문학 작품을 자유롭게 전문을 읽어볼 수 있는 곳입니다. '문장웹진'에 좋은 작품들이 많아요. 제 작품도 좋은 기회로 이곳에 소설을 공개할 수 있게 되어 기쁜 마음입니다.
“아휴, 귀찮아 죽겠어. 아예 꺼둘 수도 없고. 더우면 덥다고 경고, 추우면 춥다고 경고, 비 온다고 경고, 바람 분다고 경고··· 요즘은 안전 문자가 우리 엄마가 잔소리하는 것보다 더 심한 것 같아.” “저는 엄마가 안 계셔서 그런가. 이런 일이라도 걱정해 주는 메시지를 보내 주는 게 고맙던데. 그렇지 않아요?” “진짜 우리가 걱정돼서 보낸다고 생각해요?”
내가 있는 곳에 와 줘요. 미경이 전화를 받는다면 그리 말할 셈이었다. 두루루루, 두루루루루. 신호음이 자꾸 이어지기만 할 뿐 미경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구이공이는 발목에 걸어 두었던 붉은색 스프링 줄을 한 손으로 빼내, 경보를 향해 말없이 흔들어 보였다. 탄성 좋은 스프링에 달린 사물함 키가 반짝였다. 구이공이는 이거면 충분하지 않으냐는 표정이었다. 경보는 회원의 것을 가만히 받아 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서 있었다. 엄지손가락만 한 수영장 사물함 키로는 아무리 해도 다른 차 앞을 가로막고 있는 구이공이를 움직이기엔 역부족이었다. 경보는 사물함 키와 구이공이 사이에 생략된 중간 과정을 떠올렸다.
경보는 자꾸 졸음이 쏟아졌다. 꾸벅꾸벅 조는 동안에도 그가 바라거나 바라지 않는 그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했다. 이내 경보는 어디에도 기대지 못한 고개를 허공에 아무렇게나 꺾고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