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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암사자 Apr 18. 2023

일주일에 한 번, 소설 쓰기 클럽

<소설 쓰고 앉아있네> 13화. 소설쓰기클럽

일주일에 한 번씩, ‘소설 쓰기 클럽’을 열고 멤버들을 맞이한다. 소설 쓰기 클럽의 규칙은 이렇다. 총 3시간의 모임 중, 2시간은 인터넷 서핑, 유튜브 시청, 대화 등을 하지 않고 오지기 글 쓰는 데만 몰두할 것. 집중해서 글 쓰는 시간이 끝나면 나머지 1시간 동안엔 자신이 쓴 글과, 소설에 대해 이야기를 실컷 나눈다. 캐릭터, 배경, 대화, 욕망... 하루에 한 주제씩, 소설을 구성하는 것들을 정리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내 역할이다.


소설 쓰기 클럽의 불은 저녁 7시에 켜진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게 그 시간이 열리는 것인데, 대 부분 고된 하루를 보내고, 지친 몸을 이끌고 오는 직장인들이 많다. 거리라도 가까우면 모르겠지만, 먼 곳에서 오시는 분들도 많다. 마포구에 있는 책방에서 모임을 진행하지만, 멤버은 인천, 동탄, 안산… 다채롭게도 멀다. 지난 시즌엔 충북에서 오신 멤버분도 계셨다.  


“글 쓰고 사시는 거 정말 대단해보여요. 저도 소설이나 에세이를 꼭 쓰고 싶은데, 쉽지가 않더라고요."


글 쓰는 일이 대단하다며, 부럽다고 칭찬 아닌 칭찬을 들으면 나는 무척 부끄럽다. 궁상과 불안과 자기연민에 허우적거리는 시간들 속에 간신히 끄적이는 몇 편의 글을 돌아보면 더더욱 그렇다. 오히려 대단한 건 멤버분들이다. 퇴근 하고 먼 곳에 찾아와 글을 쓰고, 다시 먼 곳으로 돌아가는 그 의지만으로도 충분하다. 직장인 시절의 나였더라면, 직립보행으로 걷기 조차 어려운 퇴근 시간. 이곳까지 와서 멤버들은 심지어 훌륭하기까지 한 글을 남긴다. 감히 내가 그 훌륭함과 가치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내 눈에 소설 쓰기 클럽 멤버들은 슈퍼맨 같은 히어로들이다.  


모임을 마치면 늘 반성의 시간이다. 퇴사하지 않으면 글 쓸 수 없다고 단정짓고, 회사 다니는 동안엔 단 한 줄의 일기조차 쓰지 않은 나를 돌아본다. 퇴사를 하면 마치 완벽한 글이 뚝딱 탄생할 것처럼, 헛된 꿈으로 위로하며 살았던 그 시절의 나를.


소설 쓰기 클럽으로 나는 열정을 또 충전한다. 소설 쓰기 클럽 멤버들도 부디 그런 충전의 시간이 되길 바라면서. 더 욕심을 낸다면 내가 회사원일 때 하지 못했던 경험들을 하기 바란다. 몰입의 시간 동안 글 안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를, 하루의 피로도 잠시 잊는 충만한 시간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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