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고 앉아있네> 12화. 임시휴무
<소설 쓰고 앉아있네>를 매주(또는 한 주씩 휴재하며) 연재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 요즘의 나는 글쓰기에 도통 마음을 못붙이고 있는 중이다. 잔기술들이 늘어갈 뿐.
의자에 엉덩이 붙이자마자 빨리 떼어내기,
어렵게 켠 노트북으로 정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기,
부동산이나 주식, 각종 국내외 사건사고에 진심으로 몰입하기,
내 집 꾸미기, 각종 요리 레시피 등 생활정보 습득하고 때때로 신상 주문하기...
사실 자주 있는 현상이라 낯설지도 않지만, 날이 부쩍 포근해진 때엔 마음이 더 싱숭생숭했었다. 심해질 게 더 있을지 궁금했는데, 더 심해질 수 있었다! 이럴거면 소설을 쓰는 게 아니라, 생활 정보 블로그를 운영했으면 훨씬 더 수익적으로는 괜찮지 않았을까. 장래가 충만한 블로거가 되지 않았을까.
아무튼 나는 그것을 봄 탄다,는 말에 갖다 붙여보기로 했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더니 소설 써야 하는 인간의 마음을 관통해버려서, 줏대 없는 영혼이 그 사이로 바람 타고 가버렸달까. 아무튼 영혼 없는 글을 쓰는 건 죄이므로 나는 빈 껍데기만 남은 채 키보드를 두드리는 일은 잠시 멈추기로 했다.
핑계도 가지가지이지만 기왕 이리된 거-봄 타게 된 거-조바심 내지 않고 봄을 즐기고, 여유로운 상황을 여유롭게 즐기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이다. 뭐, 모든 경험이 소설에 녹아든다고 했으니, 봄을 타는 이 시간은 소설 속 배경이 봄인 경우를 대비해 온 몸으로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면 더 합리화가 쉽겠다.
벚꽃 핀 동안엔 소설 쓰기는 임시 휴무! 꽃 다 떨어질 때까지는 잠시 셔터를 내린다.
(*브런치에는 벚꽃이 다 진 후에 올리게 됐다. 벚꽃이 칠 때까지 내려진다는 셔터는 아직도 올라가지 않고 있다는 슬픈 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