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을 통한 중개자 없는 거래의 혁신
원자적 결제 (Atomic paymet)의 어원과 의미
'원자적 결제(Atomic payment)'라는 용어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원자'는 우리가 화학 시간에 배웠던, 물질의 기본 단위를 말합니다. 반면, '결제'는 은행 거래나 상거래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이 두 단어가 결합되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원자'라는 단어를 살펴보면, 이는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를 의미합니다. 여러 원자가 결합하여 분자를 이루죠. 비슷한 맥락에서 '원자적 결제'는 결제 과정의 최소 단위를 의미합니다. 즉, 이 단위로 거래를 나누면 더는 나눌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거래가 오직 두 가지 상태, 즉 "완료"되거나 "불가"로만 나뉩니다.
원자적 결제가 중요한 이유
언뜻 보기에 거래는 본래 승인 또는 불가의 특성을 지닌 것처럼 보입니다. 흔히 우리가 경험하는 현재의 거래 시스템이 이미 이러한 특성을 달성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상황이 복잡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거래 시스템에서는 여러 중개자의 개입과 복잡한 절차로 인해 거래의 승인 과정에서 오류나 지연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자적 결제가 도입되면, 거래가 더욱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거래 방식의 한계
우리 일상에서는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들은 개인과 사업자 간의 간단한 거래부터 국가 간의 복잡한 기관 거래까지 다양한 범위에 걸쳐 있습니다. 겉으로는 이러한 거래들이 매끄럽게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중간 과정에는 실패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주로 자산의 이동과 결제가 분리되어 이루어지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부동산 거래
이 과정에서는 계약 체결, 자금 조달, 권리 조사, 최종 소유권 이전까지 여러 단계가 포함되며, 각 단계마다 법률적 검토와 다양한 승인 절차가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는 수주 이상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증권 거래
주식을 매수한 후, 실제 소유권의 이전과 결제가 완료되기까지 며칠이 걸립니다. 이 기간 동안에는 시장의 변동성에 따른 위험이 존재합니다.
보험
보험 계약을 체결한 후 실제 보장이 시작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며, 보상 청구 과정도 복잡할 수 있습니다.
수출입 거래
물품의 인도와 대금 결제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은행 신용장 등 복잡한 절차가 필요합니다.
블록체인 (Blockchain): 원자적 결제의 핵심 기술
블록체인 기술은 원자적 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블록체인에서의 거래는 "승인" 아니면 "불가"의 두 상태만을 허용하며, 이 과정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자적 결제를 가능하게 합니다.
분산된 합의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는 모든 참여자가 동일한 거래를 검증하며, 이 과정은 신뢰할 수 있는 자동화된 프로세스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중개자의 개입 없이도 각 거래가 올바르게 수행됩니다.
불변성 및 투명성
블록체인에 기록된 모든 거래는 변경할 수 없으며, 이는 거래의 신뢰성을 강화합니다. 모든 참여자가 거래 기록을 공유하므로, 거래 내역에 대한 투명성이 보장됩니다.
스마트 계약
블록체인은 스마트 계약을 통해 자동화된 거래를 가능하게 하며, 조건이 충족될 때만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프로그래밍됩니다. 이는 거래의 무결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실물 자산 토큰화 (Real-world asset tokenization)
'실물 자산 토큰화'는 미래 형태의 실물 자산 디지털 소유 개념입니다. 용어가 살짝 어렵죠? 쪼개서 생각을 해보죠.
실물 자산이란 말 그대로 우리가 실물로 소유할 수 있는 것들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 주식, 보험, 예술품 등의 자산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러한 자산들은 전통적으로 물리적인 형태나 기존 금융 시스템을 통해 소유 및 거래되어 왔습니다.
토큰화란 무엇일까요?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의 소유권 문서를 디지털 형태로 만든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문서를 블록체인 상에서 토큰으로 표현하게 되면, 이는 '집 소유권 토큰'이 됩니다. 이 토큰은 집의 소유권을 나타내며, 필요에 따라 거래하거나 양도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이루어진 기술과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이미 우리의 집문서는 디지털화 되어 있지 않나요? 맞습니다. 종이의 형태에서 디지털 형태로 진화되었지만, 본질적인 거래 방식은 아직 기존 방식에 머물러 있습니다.
현재:'소유권 이전'과 '대금 결제'는 분리되어 있다.
현재 부동산 거래는 '소유권 이전'과 '대금 결제'가 분리되어 있습니다. 등기소는 소유권 이전만을 담당하고, 금융 기관은 대금 결제만을 담당합니다. 이렇게 분리된 결제로 인해서 즉각적인 자산 소유권 이전이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결제 완결성 (settlement finality) 및 자동화(automation)를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미래: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소유권 이전'과 '대금 결제'의 통합
블록체인 기술은 '소유권 이전'과 '대금 결제'를 통합할 수 있게 합니다. 만약 토큰화된 화폐와 실물 자산이 블록체인 상에서 동시에 거래된다면, 대금 지불과 소유권 이전이 더욱 손쉽고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은 분산 원장에 거래를 기록하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보안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중개자가 필요 없으므로 수수료 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습니다. 게다가, 등기소나 은행의 운영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 불필요한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결제의 즉시성 덕분에 앞서 소개한 원자적 결제가 가능해집니다. 즉, 중간 거래자의 개입 없이 최종 거래 당사자 간에 거래가 쉽게 완료되거나 취소될 수 있습니다.
우리도 명화와 맨하탄 부동산을 소유할 수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실물 자산들을 토큰화하여 구입하고, 블록체인에 디지털화되어 저장된 소유권을 주장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실물 자산의 전체 1개를 소유하는 대신, 토큰화된 일부 조각을 소유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마치 1비트코인이 아닌 1 사토시를 소유하는 것처럼, 다빈치의 모나리자 1억 분의 1의 소유권을 사고 "나는 다빈치 모나리자 원작의 소유자야"라고 주장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본 글은 Youtube에 게시된 윤성관 한국은행 디지털화폐연구부장 'CBDC 도입과 지급결제 혁신' [2024 한국금융미래포럼]의 영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