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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 아메리카나, 과연 올바르게 가고 있는가?

세계 대국으로서 필요한 정신과 자세

by 초기심


트럼프 취임 연설: 팍스 아메리카나에서 벗어난 새로운 정책 방향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이민자 배척, 에너지 자립 (기후 문제에 대한 무관심), 관세 정책, 그리고 리쇼어링 정책 등을 발표했다. 이러한 정책들은 과거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중심의 세계 평화)의 리더십과는 정반대의 방향을 보여준다. 미국은 과연 어떤 길을 갈 것인가? 트럼프는 이 정책들을 성공적으로 실행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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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위주 그리고 네거티브 캠페인

트럼프 정부는 과격한 이민 정책을 제안하며, 이민자 색출을 급속화하고 ICE(이민 세관 집행국)가 학교, 교회, 병원을 수사할 수 없는 정책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과학기술 연구비 삭감(특히 National Institute of Health) 등도 계획하고 있다.


최근 워싱턴 공항 비행기 추락 사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짧은 애도 연설 후, 바이든 정부를 비난하며 미국의 다양성 포용 정책이 부적격한 사람들 (특히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관제사로 채용했다고 발언했다. 사망자 신원조차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비난은 국가 수장으로서 매우 적절치 못한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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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성과를 우선시 하고 네거티브 전략을 즐겨 사용하는 트럼프의 모습은 미국 사회를 불안에 빠지게 할 가능성이 높다. 국가 수장으로서 이러한 모습은 시민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포용보다는 비난이라는 감정의 씨앗을 심어주고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관세에 대한 보복, 그러나 세계는 하나

과거 냉전 시절처럼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로 나뉜 공급 및 수요망 분리는 이제 사라졌다. 러시아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을 통해 유럽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으며, 중국은 1조 달러에 달하는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먹고 사는 문제는 이제 전 세계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가 되었다.


1930년대 우리는 높은 관세 정책이 초래한 심각한 위기를 이미 경험했다. 1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의 과잉 생산된 공산품을 소화할 수요가 없었고, 후버 대통령은 높은 관세 정책을 통해 유럽 제품과의 경쟁력을 회복하려 했다. 그러나 유럽도 높은 관세로 대응하면서, 이는 수출과 내수 부진의 악순환을 초래했다. 이는 결국 미국 대공황과 세계 경제 침체로 빠지게 되고 말았다. 100년 전보다 더 높은 세계화가 진행된 현재, 이러한 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men-line-food-Chicago-Great-Depression-Illinois.jpg (출처: Britannica)




미국의 리쇼어링 꿈, 하지만 현실은?

리쇼어링이란 생산비와 인건비 절감 등을 이유로 해외로 옮긴 생산시설이 다시 자국으로 돌아오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은 제조업 강국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어하지만, 이는 쉽지 않은 과제이다. 기축 통화국으로서 미국은 이미 소비 중심의 시장을 갖추고 있으며, 금융, AI, 반도체 설계 등 첨단 기술을 통해 지식을 생산하는 국가로 이미 방향을 잡은지 오래다. 따라서 제조업을 부활시켜 수출 중심국가로 도약하는 길은 아직 멀다고 볼 수 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American Factory'는 중국의 자동차 유리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했을 때 미국 노동자들의 작업 숙련도 문제와 업무 강도 적응의 실패를 잘 보여준다. 자동차 유리를 넘어 반도체 공정은 과연 어떠할까? 대만 TSMC만큼 비용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아직 요원한 목표로 보인다.


Kolhatkar-AmericanFactory.jpg (출처: newyorker.com)


하드 파워에 집중하는 미국, 소프트 파워는 어디로 갔는가?

과거 미국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은 민주주의, 아메리칸 드림, 기부 문화, 봉사 정신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고결한 가치들은 하드 파워 위에 쌓아올린 것이지만, 실제로 이 단어들이 주는 힘은 총과 칼보다 더 강하고 위대하다. 과거 1947년 쓰여진 백범 일지에서 김구 선생님의 소프트 파워에 대한 놀라운 혜안을 읽을 수 있다.


우리의 부력(富力, 경제력)이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強力, 군사력)이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큰 행복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20230625_5a3TCv.jpg (출처: kbs.com)


김구 선생님의 바람대로 약 70년이 지난 현재, 우리는 놀라운 문화적 성취를 이루었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은 한국 음식을 최고로 치고, 할리우드와 빌보드에 진출이라는 단어가 어색할 만큼 손쉽게 한국 대중가요와 영화 등을 볼 수 있다. 이렇게 한국을 알린 것은 핵무기가 아닌 바로 문화의 힘, 소프트 파워였다.


미국은 그동안 민주주의, 인권, 종교, 사회 규범과 같은 가치관에 있어 세계의 기준이 되어왔다. 이렇게 쌓아 올린 소프트 파워, 즉 미국의 매력이 점점 그 힘을 잃어가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우려스럽다.




트럼피즘을 주의해야 하는 우리

수요와 공급망의 세계화를 달성한 인류는 이제 다 같이 먹고 사는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한 국가의 고립주의와 국수주의는 모두를 힘들게 만들 수 있다. 미국의 패권을 호시탐탐 노리던 중국과 러시아 같은 나라들은 도덕적 헤게모니가 부족하여 세계인의 마음을 얻기 어려웠다. 그러나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인해 그들이 점점 야욕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국가에서도 트럼프를 모방한 극우 국수주의 지도자들이 쉽게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는 극우 정치인들이 힘을 얻고 있다.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사고방식은 결국 모두가 잘 먹고 잘 살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thumbs_b_c_73ed8939c5d9cf1d558f5d6072b2a027.jpg?v=105109 (출처: aa.com.tr)




과거 존 F. 케네디의 연설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이 연설을 공유하며 글을 마친다.


이 자리를 빌려 나는 그에 대해 우리가 무지하다는 것을 너무나 늦게 자각하는 문제이자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에 대해 논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평화입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평화, 우리가 찾아야 하는 평화는 어떠한 것일까요? 그것은 미국의 전쟁무기로 세계를 강압하는 팍스 아메리카나를 뜻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노예상태의 안전을 주는 그런 평화가 아닙니다. 나는 진정한 평화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지구상의 생명을 살리고 사람들과 국가들을 성장시키는 그런 평화 말입니다.


35_john_f_kennedy-1.jpg (출처: kr.usembassy.g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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