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 실현하는 사람들
& 가치를 만드는 사람들
관계를 잇다
일반적으로 시민사회조직과 마을공동체 조직을 구분하여 설명할때 사용하는 말이
'가치를 실천하는 사람들과 가치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시민사회조직은 특정한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여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활동을 진행한다.
특정 가치라는 하나의 이해관계를 메인으로 조직하고 활동한다.
하지만 정주를 기반으로 모인 마을공동체 안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와 다양한 가치가 공존한다
정주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가치를 가진 사람들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마을이고 공동체이다
친환경 농산물을 거래하는 생협매장도
시민사회조직의 관점에서는 건강한 먹거리 공급, 친환경 농산물 유통에서 가치를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마을공동체가 운영하는 생협매장은
건강한 먹거리를 살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민도 있고,
지역 주민들이 소통하는 곳이라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민도 있고,
내가 친한 사람들이 항시 머물고 이용하는 곳이라 친근하고 정담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민도 있다
그 중에 어떤 주민의 가치가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고 판단할수는 없다.
안심마을에는 공기업 사택 옥상을 임차하여 92KW의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발전소가 있다
안심에너지협동조합이 운영하는 햇빛 발전소
30가구 이상이 사용할수 있는 전기를 생산해 한전에 전기를 판매하고 출자한 조합원에게 4%정도의 배당을 하고 나머지는 다양한 지역 활동에 활용하고 있다
총 사업비 1억8500만원중 1억500만원은 신협에서 상생대출로, 나머지는 8000만원은 조합원들의 출자로 건설되었다. 한 구좌가 100만원이어서 40여명의 조합원들 대부분이 100만원에서 500만원정도 출자를 했다.
40여명의 조합원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모두가 친환경, 재생에너지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었을까?
아니다.
친환경과 재생에너지에 관심있는 주민도 참여했지만,
어떤 주민들은 지역 주민들이 생산시설을 소유하고 발전사업의 소득으로 지역의 기금을 만드는 지역자산화의 관점에서 참여하였고,
어떤 주민들은 일상적으로 마을에서 협동조합이 만들어지면 십시일반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특히나 이번 햇빌발전소는 배당도 해주고 출자금도 반환이 가능한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하니) 참여하였다.
시민사회조직의 만드는 햇빛발전소에 참여한 주체들과이 명확한 목적을 가지는 것에 비해 마을공동체에서는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참여한다. 이것은 옮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접근하는, 그리고 서로 바라보는 방향이 다른것이다.
정주를 기반으로 하는 마을은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다양한 사람들 만큼이나 다앙한 관계가 서로 얽기고 얽겨 있다
다양한 관계로 얽힌만큼 다양한 이해관계 역시 얽혀 있다
마을은 가치를 실현하는 곳이 아니다
마을은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이해관계속에서 함께 가치를 생산하는 곳이다
마을에서 가치를 고정되고 결정되어진 불변의 존재가 아니다
정답을 정해놓고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정해져 있지 않는 답안지를 채워나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더 어렵다
마을은 활동하는 공간이 아니라 살아가는 공간이다
최근들어 가치를 강조하는 사람들을 더 자주 보게 된다.
당위성을 이야기 한다
그분들의 가치와 당위성은 충분히 인정할수 있지만 인정하는 것과 동의하는 것은 다르다
우리의 삶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절대적인 당위성으로 판단하기에는 변수가 많다
과거에는 나쁜것 좋은것, 혹은 나쁜것, 덜 나쁜것과 같이 선택지가 별로 없었기에 나쁜것을 피하기 위해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다면 지금은 더 많은 선택지가 우리에게 놓여있다.
이제는 어떤 선택을 하는지 그 자체가 중요한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모여서 선택지를 논의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나의 삶을, 우리의 삶을, 공동체의 관계를 위해 다양한 고려가 필요하다
오늘의 선택지와 내일의 선택지가 다를수도 있다.
가치는 생산하는 것.
정해진 가치가 아니라 함께 가치를 만들수 있다는 전제가 구성원 하나하나를 존중하는 공동체가 가지는 최소한의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