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03
예전에 같이 일하던 동료가 직장을 그만둔다. 송별회 겸 봄맞이 겸 점심을 같이 먹었다. 커다란 회사에서 신규 사업을 하는 자회사로 옮긴다고 한다. 나름 이 업계에서 요즘 핫한 사업이라 유능한 인력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고 그 동료는 매우 유능한 인재이기에 회사에게도 그분에게도 유익한 움직임이라고 생각했다.
문득 나를 돌아보았다. 유화 물감으로 색칠한 듯이 새파란 하늘 아래 빨갛고 노란 꽃이 흐드러지게 핀 제주의 도로를 걸으며 느꼈던 그 느낌이 동료와 점심 먹는 내내 가슴속에서 다시 튀어나왔다. 사실은 겁이 나서 실행에 못 옮기는 계획이기도 하니 어찌 보녀 머릿속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겠다.
좋은 곳에 가고 좋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하니 오히려 내가 보였다. 지금 직장에서 나름 잘 정착했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그래 봤자 잘 정착한 수준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지 않으면 여기가 내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일단 이력서를 하나 써보자. 어딘가에 지원하지 않더라도 그동안 내가 쌓아온 커리어를 돌아보는 일기는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