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9
빨간모자라고 불리는 동화의 영어제목은 Little Red Riding Hood이다. 빨간 망토 내지는 빨간 두건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옳지 않았나 싶지만 이미 빨간모자가 통용되고 있다. 요즘 아들 덕분에 수도 없이 이야기를 보고 또 보고 듣고 또 듣는 중이다. 내가 어릴 때 동화를 많이 읽지 않아서인지 은근히 어린이 동화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늑대가 할머니 집에 먼저 도착해서 빨간모자를 마주하는 장면이 꽤나 인상적이다. 이미 할머니를 잡아먹고 집주인인 척하는 늑대에게 빨간 모자가 질문하고 늑대가 대답한다.
'왜 눈이 커졌어요?'
'귀여운 빨간모자를 잘 보기 위해서지'
'왜 손이 커요?'
'귀여운 빨간모자를 잘 잡기 위해서지'
'왜 입이 커요?'
마지막 질문에 늑대는 잘 잡아먹기 위해서라며 빨간모자를 한 입에 해치운다. 늑대의 대답은 잡아먹기 위해 눈이 크고 손이 크다고 읽힌다. 반대로 늑대가 아니라 할머니가 같은 대답을 했더라도 자연스러워 보인다. 사랑하기 때문에 잘 보려고 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잘 잡으려 한다는 말이 맥락에 잘 들어맞는다. 사랑과 증오가 반대의 개념 같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부분이 유사하기 때문이지 않을까.